[8월 28일]
<아빠>
기어코 비가 내렸다.
다향이는 10시 30분에 잠들었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이리저리 뒤척이는데 투두둑, 투두둑 빗소리가 들린다.
아뿔싸! 암담하기도 하고 부아가 치민다.
‘빨래를 걷으러 올라갈까?’ 생각하는데 자정이 다 되었다.
캄캄한 옥상계단을 생각하다가 그냥 자기로 한다.
눈을 뜨니 먼동이 트는 것 같다.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6시.
어렴풋이 빨래를 넌 옥상에서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주인이 내 빨래도 빠나? 비가 내리지 않을 거라고 너무나 단호하게 말해서,
그런데 비가 내려 젖은 옷을 빨아주는 걸까?’ 생각하면서 옥상으로 갔는데
비에 젖은 옷이 ‘왜 이제 왔느냐?’고 원망스럽게 바라본다.
지난밤에 꼭 비틀어 넌 빨래를 다시 쥐어짜 빨래 줄에 넌다.
9시에 출발한다면 3시간이 남았는데 그때까지 마르면 좋겠다.
다행히 날씨는 좋은데. 뒤척이던 다향이가 일어난다. 오전 8시 20분.
많이 피곤했나보다. 다향이는 녹차, 난 커피(다향모텔에 있던 것)를 마시고
출발준비를 한다.
다향모텔에서 내다 본 전경.
녹차로 유명한 보성에 왔는데 녹차음식다운 음식을 하나도 먹지 못했다.
그런데 관광지도에 ‘녹차음식체험장 징광다원’이 눈에 띈다.
징광다원이라면 과천에 살 때부터 차를 주문해먹은 곳의 하나다.
그곳에 가면 제대로 된 녹차음식을 맛보리란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다.
드디어 도착한 징광다원.
녹차음식체험은 스무 명 이상의 인원이 미리 신청해야 가능하단다.
그런데 음식을 파는 곳도 아니다.
징광다원의 주인과 이야기하며 차를 한잔 얻어마셨다.
다향이에 대한 우려를 계속 쏟아 낸다.
다향이를 위해서 한 말씀이었겠지만 틀 안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징광다원의 차정금선생님.
조금은 찜찜한 마음을 가지고 벌교로 향한다.
꼬막이 유명한 곳이지만 제철은 겨울이다.
짱뚱어탕을 먹기로 하고 향하지만,
여행에서 맛있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겠지만
조정래태백산맥문학관을 찾아 간다.
문학관 앞에 주차를 하고 벌교읍내로 걸어 나간다.
'아! 내가 소설 태백산맥의 거리를 걷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현부잣집.
‘짱뚱어탕을 다향이가 잘 먹을까?’ 조금은 염려스러웠는데 기우였다.
추어탕이나 장어탕처럼 갈아서 만든 음식이었다.
맛은 장어탕도 추어탕도 아니었는데 독특한 맛이었다.
남도가 아니면, 그리고 요즘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귀한 음식이었기에
1인분에 8,000원 하는 걸 감수한다,
말로만 들었던, 신문에서만 보았던 원고지 40,000장.
높이가 내 키보다도 크다. 사진 두 장을 담았다.
40,000장의 원고지와 그 원고를 직접 쓴 만년필. 조정래 산책로.
조정래로. 살아있는 작가에 대해 이만큼의 예우가 있을까?
어제 영랑생가를 보면서 느꼈던 부러움과 질투가 솟아오른다.
소화와 현부자집을 보고 순천으로 향한다.
태백산맥의 원고.
태백산맥을 써내려간 조정래선생님의 만년필.
아! 하나를 빠뜨렸다.
보성의 다향모텔에서 걷은 빨래는 당연히 마르지 않았다.
그냥 비닐봉지에 담아가지고 다녔는데 곰팡이가 피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냄새가 많이 날 것 같다.
그래 태백산맥문학관 앞의 잔디밭에 빨래를 널어놓고 들어갔다.
‘구경하고 나오면 다 마르겠지!’라는 생각이었다.
태백산맥문학관 2층으로 올라가니 10권짜리 태백산맥만화책이 있다.
‘어! 나도 모르게 언제 나왔지?’ 싶어서 확인해보니 출판년도가 2004년이다.
‘시골에 살면서 고립되긴 고립됐구나.’ 싶어 쓴웃음이 나온다.
다향이 표정이 태백산맥문학학관을 떠나고 싶지 않다.
당연히 만화를 보고 싶을 것이다. 밖은 끔찍할 정도로 덥다.
오늘의 목적지는 낙안읍성과 선암사 아니면 송광사.
시원한 곳에서 만화책을 다 보고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즐거워야 여행이지, 스트레스 받고 힘들면 여행이 아니다.
그래 먼저 만화책을 빼들고 본다.
빨리는 넘어가지만 당연히 소설만큼 재미있거나 감동적이진 않다.
그래도 다향이는 행복한 표정!
만화는 나쁘지 않다. 다향이는 만화책을 통해서 전태일을 만났다.
그리고 무척이나 존경한다. 만약, 다향이한테 전태일평전을 읽도록 했다면….
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다향이는 두 번 다시 전태일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태백산맥을 만화로 접한 다향이는 때가 되면 분명히 소설로도 읽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듯이
오후 2시부터 수업이 있다면서 나가란다.
그래 태백산맥문학관을 나와서 낙안읍성으로 향한다.
낙안읍성! 동화 쓰는 후배의 고향이기도 하거니와
그곳에 대한 글을 너무나 자세히, 또 장황히 써놔서 기대가 컸건만
경기도 용인의 민속촌은 물론이거니와 제주도 표선의 민속박물관에도
미치지 못한다.
단지 성과 성문이 있고, 해자가 있다는 것 정도.
그것도 수원의 화성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낙안읍성.
낙안읍성의 해자.
날은 얼마나 더운지, 2-3분만 걸어도 땀이 뚝뚝 떨어진다.
숨은 턱턱 막히고.
아, 이게 정녕 말복과 입추를 넘긴 날의 무더위란 말인가?
대충 둘러보고 낙안읍성을 빠져나온다.
“어디로 갈까나? 선암사나 송광사로 갈까? 아니면 여수로 가볼까?”
다향이가 선암사나 송광사로 가자고 한다.
송광사는 예전에 가본 적이 있으니 선암사로 방향을 잡는다.
말로만 듣던 선암사!
동백나무가 있고, 매화가 유명하단다. 하지만 생각만큼의 감동이 없다.
4년째 동백을 보고 살기 때문이리라. 물론 동백꽃도 아직 멀었다.
선암사자체보다는 강원도 오대산이나 해남의 대흥사 앞처럼 좋은 계곡이
마음을 잡아끈다.
선운사 앞 민박집에 머무른다. 비빔밥 두 그릇과 동동주로 저녁을 먹는다.
선암사 앞의 보물, 승선교.
구시 : 2,000명 분의 밥을 담아두었다는 선암사의 구시.
송광사에는 4,000인 분의 구시가 있다.
선암사의 자랑인 생태뒷간.
선암사계곡의 물소리를 벗해서, 물소리에 취해서 일기를 쓴다.
선암사계곡.
달마(?)
‘선운사 앞에서’
선운사 앞 맑은 내에
지친 발 담궈 피로를 씻는다.
물소리 새소리에 폭 젖었는데
발을 희롱하는 간지러움.
깜짝 놀라 들여다보니
작은 물고기가 발가락 발굽을
희롱한다.
놀라기도 놀랐지만
어찌할까? 고민에 빠진다.
놀래키기 미안하니 그냥 놔둘까?
놀자고 덤벼드니 발을 까닥여볼까?
<다향>
보성에서 차를 타고 순천으로 왔다.
그러고는 낙안읍성 이란 민속촌에 갔다.
여긴 아빠 후배아저씨가 소개시켜 줬는데 땡볕이기만하고 재미없었다.
그리고 짧은 반바지를 입어서인지 허벅지에 습진만 생겼다.
그래 거기는 대충보고 선암사로 갔다.
원래는 송광사로 갈려고 했었는데
아빠가 옛날에 가본 곳이기도 하고, 멀기도 해서 그냥 선암사로 갔다.
선암사를 올라가는 도중에 좀 묘하게 생긴 나무가 있었다.
앞에서 보면 대왕사슴벌레 비슷하게 생겼고,
옆에서 보면 마법사 할아버지같이 생겼다.
절을 내려오다가 계곡에서 잠시 발을 담갔다.
그랬더니 조그만 물고기 들이 내 발을 살짝살짝 물었다.
너무 간질거렸다. 물릴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쬐끄만 게 까불고 있어’
기차건널목이 신기한 다향이.
태백산맥을 집필하기 위해 조사한 옛신문.
승선교 앞의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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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봉이
예전에 다녀온 길이라 밥상님 글 읽으며 새삼 옛생각에 젖어봅니다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다행입니다 누봉이님.
옛 추억을 깨뜨리지 말아야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