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
<아빠>
이제나저제나 ‘언제 일어날까?’ 아니 ‘언제 자명종이 울릴까?’ 생각하느라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도지사에 대한 심판(선거)이 있는 날이다.
정희씨가 새벽 4시 30분까지 출근해야한다는 말이 잠결에도 신경 쓰인다.
여행에 대해서도 걱정이 된다. 무릎부상이 그렇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이라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는데 자명종이 울린다. 정희씨가 벌떡 일어나서
자명종을 끄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50분.
조금 더 누워 있다가 일어난다. 어젯밤에 마신 막걸리 탓인지 개운치 않지만
정희씨를 데려다 주어야 한다.
어둠 속을 헤치고 중문동사무소 앞에 정차. 잘 다녀오라면서 사무실로
들어가는 정희씨 뒷모습이 안쓰럽다. ‘가지 말라’고 한 마디만 하면
억지 핑계를 대서라도 여행을 미루고 싶은데…. 부질없는 생각.
‘셋이 함께 가면 얼마나 좋을까?’ 또 부질없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세상모르고 자는 다향이 얼굴을 들여다본다. ‘6시에 깨울까?’
완도행 첫 배가 제주항에서 8시 20분. 자동차를 실으려면 늦어도 7시 30분까지는
항구에 도착해야 한다. ‘6시에 투표하고, 출발할까?’ 생각하다가 마음을 고쳐먹는다.
‘어디 바쁘게 가는 것도 아니고, 약속을 한 것도 아니니 천천히 가지.’
실컷 자고 일어난 다향이가 8시에 깨어나 만족한 웃음을 짓는다.
삶은 감자로 아침을 대신하고 다시 한 번 짐을 정리한다.
제주항에 전화를 하니까 오후 1시 40분 행과 5시행이 있다고.
1시 40분 행을 예약하려고 하니 그 편은 추자도를 경유해서 간다고 한다.
소요시간은 5시간. 일단 전화를 끊고 다향이랑 상의를 한다.
5시행 배를 타고 3시간 가서 저녁 8시에 도착할 것인지,
아니면 오후 1시 40분 배를 타고 완도에 6시 40분에 도착할 것인지.
1시 40분 배를 타자는 다향이 말에 예약을 한다. 시간이 넉넉하다.
‘교래리에 놀러갈까?’ 물으니 좋다고 한다. 다향이 마음속의 고향 같은 학교
교래분교, 그곳의 친구들. 오랜만에 날도 좋으니까 하고 1시간을 달려가는데
걱정이 앞선다. 일제고사 때문에 방학 동안에도 오전수업을 한다는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다향아, 친구들이 수업해서 만나지 못할 수도 있어.” 하니 알았단다.
표정은 시무룩하지만 세상일이 자기 마음 같지 않음을 깨달은 걸까?
학교에 가니 아무도 없다. 다향이가 발걸음도 가볍게 희정이네로 달려간다.
희정이랑 언니인 희지, 막내인 준희랑 논다. 쥐덫에 달라붙은 생쥐구경도 하고,
태어 난지 두 달 된 강아지를 졸졸 따라다니기도 한다.
커피를 마시면서 한참동안 이야기하다 작별을 고한다.
새미오름 옆의 리온이네 집으로 간다. 바쁘기도 했지만 날이 계속 궂어서
여름 내내 만나지 못했다. 아뿔사! 리온이엄마는 어제 리온이랑 청원이를
데리고 남도여행을 떠났단다. 같이 출발했으면 경비는 줄어들고,
아이들은 더 재밌어했을 텐데.
추자도를 경유하는 배가 꼭 마라도에 들어가는 유람선만하다.
배는 떠나고 다향이랑 새로운 시집을 꺼내 한 편씩 외운다. 여행의 시작이다.
완도행을 탔으면 좋았겠지만 언제 또 추자도를 구경하겠는가?
여행은 늘 새로움을 찾는 과정이 아닐까? 같은 곳을 다시 가서도 새로운 것을
보았으면 새로운 여행일 것이다.
다향이랑 책도 읽고, 선실바닥에 누워 잠도 청한다.
잠은 쏟아지는데 선실이 너무 춥다. 냉방도 적당히 하지.
‘정희씨가 꺼내놓은 무릎덮개를 왜 두고 왔을까?’ 후회되지만 이미
소용없는 일이다. 3등실 선실과 2등실 좌석을 오가다가 다시 책을 읽는다.
모처럼 시집을 꺼내 읽는데 “아빠, 우리 여행하는 것 맞아?” 다향이가 묻는다.
지루함에 한계를 느낀 것이다.
다향이가 화장실에 간 사이 컵라면을 하나 구입한다.
무언가 시간을 활용해야할 것 같은 의무감! 장난치듯이 한 젓가락씩 건져먹는다.
그리고 배 안에서의 숨바꼭질.
번의 숨바꼭질에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집중하는 다향이.
그렇게 노는 사이에 저만큼 완도가 다가온다.
추자도로 가는 중에 만난 섬.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
작년올해 여러 번 보아서인지 낯설지가 않다.
‘완도에서 묵을까?’ 하다가 해남이나 강진에서 묵기로 한다.
해남에서는 지난달에도 이틀이나 지냈으니 새로운 곳에 흥미가 생긴다.
강진에 도착하기도 전에 캄캄한 어둠이 내렸다.
낯선 땅, 낯선 하늘이 깜깜해지니 다향이가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 해리포터와 나니아연대기 얘기를 하면서 강진에 도착.
싸고 깨끗한 민박집을 찾아보지만 버스터미널근처에 모텔밖에 없다.
뭔 놈의 나라가 모텔천지인지. 별 수 없이 모텔을 잡고, 택시기사에게
음식점을 묻는다. 백반이 싸고 맛있다는 말에 모텔 옆 식당으로 들어선다.
1인분에 6,000원하는 백반에 고등어구이, 꽁치조림, 돼지두루치기,
감자조림, 멸치볶음, 젓갈, 부추김치, 겉절이, 묵은지, 양념게장, 두부가
반찬으로 나왔고, 음식이 나오기 전에 찹쌀떡을 내준다.
배불리 먹고 들어와서 씻고, 일기를 쓴다.
<다향>
제주항에서 배를 타고 아빠랑 완도로 갔다.
완도에 도착하기 전에 추자도를 경유해서 왔다.
배를 타고 하는 여행은 엄청 지루했다.
책을 읽고, 잠도 자고, 숨바꼭질도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완도에서 자동차를 가지고 강진까지 이동했다.
모텔을 잡고, 옆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6,000원짜리 백반이었는데 고등어구이, 꽁치조림, 돼지두루치기,
감자조림, 멸치볶음, 젓갈, 부추김치, 겉절이, 묵은지, 양념게장,
두부가 반찬으로 나왔고, 음식이 나오기 전에 찹쌀떡을 주었다.
배는 불렀지만 너무 맛있어서 밥 한 공기를 더 주문했다.
그랬더니 돼지두루치기랑 상추를 더 주셨다.
전라도는 음식 맛도 좋고, 인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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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천사
밥상남님 전국여행 무사히 마치시고 돌아오셨군요^^
따님의 여행일기가 재미있네요..이동경로와 어디서 무얼먹었는지 꼼꼼히 적은것이 마치 어른이 쓴것 같아요 ㅎㅎ
그런데 사진 크기가 커서 그런가요...사진이 깨져서...아쉬워요.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어쩌지요? 미즈천사님.
제가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럽니다.
금요일밤에 컴퓨터에 능숙한 손님이 다니러오니
부탁해서 고쳐보겠습니다.
누봉이
저는 엄두도 못내고 하고자 하지도 못한 일을 하신 밥상님.. 부럽네요
다향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같습니다
답글
밥상차리는 남자
부럽기는요 누봉이님.
단순무식한 아빠의 무모함으로 인해
나중에라도 원망받지 않을까 걱정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