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는 다람쥐에게...

글쓴이 또미

등록일 2009-09-14 17:30

조회수 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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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산에 좀 다녀왔습니다. 가볍게 남편과 둘이서 도시락 싸서 영차영차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다녀온것은 아니고. 각자의 힘에 맞게 남편은 좀 앞서 씩씩하게 가고, 나는 약간 뒤 처져서 씩씩하게 걷고. 근데 산에서는 남편을 "자기야~"라고 안 불러야겠습니다. 자기야, 라고 부르니 산행하던 사람들이 우리를 호기심 가득한 눈초리로 바라보더군요.

 

"아이고. 남편 아니고 애인이면 참 고맙겠는데요. 웬수같은 남편이랍니다요" 이럴수도 없고, 혼자 실실 웃으면서 잊을만하면 "자기야"하고 한번씩 불러줬습니다. 어떤 아줌마는 상당한 감정을 실어서 저를 뚫어져라 바라보기도 하더군요. 오, 현실에서나 온라인에서나 불륜에 대한 감성은 상당히 날카롭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

 

산행을 하다보니 도토리가 무진장 밟히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숲에서 도토리를 줍는다고 정신이 없었고요. 산을 오를 땐 하산하는 사람의 손에 봉지봉지 가득 도토리. 배낭 가득 도토리. 참 많이도 주워가더군요. 산에 등산하러 온 것이 아니라 도토리 주우려고 왔는지.

 

뭐 제가 대단한 자연보호가는 아닙니다. 단지 지나치다는 거지요. 도토리를 줍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 한 아저씨는 내 눈빛에서 못마땅한 기색을 읽었는지, 큰 소리로 일행에게 "고만 줍자. 다음 사람에게도 남겨줘야지" 합니다. 아니, 아저씨 그게 아니지요. 도토리는 원래 산에 사는 다람쥐꺼니까, 다람쥐에게 돌려준다해야 맞는겁니다. 하고 싶었지만, 세상의 일에 너무 큰 관심을 갖지 말라는 남편 때문에 참고 그냥 가던 길 갔습니다.

 

저도 듣고 알았습니다. 다람쥐는 도토리를 주로 먹는데 사람들이 도토리를 다 주워가버리면 다람쥐는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는다고요. 사람은 도토리, 그것도 산에서 나는 도토리 안 먹어도 되는거지요. 도토리묵이 아무리 맛있다해도 다람쥐 먹을것까지 빼앗아서 먹을 필요도 없지요. 세상엔 맛있는 것들이 널려 있고 사람은 선택해서 먹을 수 있지만 다람쥐는 그럴 수 없는거니까, 우리는 다람쥐에게서 도토리를 뺏지 말아야 하는거지요.

 

길을 올라가는데 그 산엔 다람쥐가 정말 많이 보이더군요. 사람이 두렵지 않은지 등산로 가까이까지 와서 도토리도 주워가고, 지들끼리 쌈박질도 하고 장난도 치고. 사람들은 또 그걸 보고 다람쥐라고 귀엽다하고 바라보고 웃고 그랬답니다. 내년에도 그 다람쥐들 보려면, 제발 도토리는 다람쥐에게 돌려줍시다.

 

어떤 아주머니는 등산로에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서 숲으로 던져주고 계시더군요. 길 오르기도 바쁜데 도토리가 밟힐까봐 하나씩 주워서는 길 안으로 던져주고 있었습니다.

 

동물을 짐승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입니다. 짐승인 동물은 인간에게 도움이 될 때만 필요한 존재고, 해를 끼치면 즉시 죽여버려도 되는 존재겠지요. 근데 인간에게 그럴 권리는 누가 주었을까요? 그래도 되는걸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인간 역시도 그렇게 당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어떤 아줌마가 앞집 고양이인줄 뻔히 알면서 자신이 싫어하는 동물이라는 이유로 그 고양이를 죽여버렸다는 이야기를 읽고, 정말 이 사회의 야만성, 폭력성에 분노와 경악을 참지 못했습니다.

 

도토리를 주워오는 것, 나 한명 쯤이야 어때. 난 진짜 라면봉지 한개 정도만 주웠어,,,라고 하지 말고. 도토리는 그냥 다람쥐에게 돌려줍시다. 도토리를 주워오는 것은 다람쥐를 죽이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산에 갔다가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도토리 줍기에 몰두하고 있어서, 저 혼자..계몽이라도 좀 해야겠다..싶어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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