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시가 넘었는데도 아들이 안들어왔다.
전화를 했더니 '금방 들어갈게~~' 하더니 그예 열한시를 넘겨서 들어왔다
'밥은 먹구 댕기냐?'
한바탕 하려고 시비를 거는데, 아들이 '웅 걱정마 . 근데 엄마엄마엄마 (얘는 애기때부터 꼭 세번씩
부르는 버릇이 있다 ) 우리 내일 조조영화보러가기로 했다. 여섯시 반에 00역에서 모이기로 했어'
' 왜 꼭두새벽에 모여?'
' 오전 여덟시에 시작한대'
무슨 영화보기로 했냐. 영화보고 금방 들어올거냐 점심까지 해결하고 들어올거냐 등등 ..하는 바람에
혼내기로 했던 걸 까먹고 말았다 -.-
아들이 씻고 나와 안방에 막 들어오는데 아들 핸폰이 울렸다.
' 아, 안녕하세요. 네.., 00이요? 저랑 열한시까지 같이 있다가 들어갔는데요. 네?????? 집을 나갔다구요? 영화못보게 해서 집나갔다구요??? 예에???? '
옆에서 통화내용을 들은 나는 깜짝 놀라는데 아들은 폴더를 닫으면서 킬킬 거렸다.
친구가 가출했다는데 웃음이 나오냐고 야단을 쳤는데,,, 아들의 말에 나도 웃고 말았다
' 00이가 내일 우리랑 조조영화 보러가고 싶은데 부모님이 결혼식 데려간다고 못보러가게 했다구
나랑 헤어져 집에 들어갔다가 좀 아까 가출했대'
이런 코미디가 있나? 고2짜리 젊은이가 친구들과 영화보러 못가게 했다고 가출을 하다니!
아들이 00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 야! 너 가출했다매? 뛰어내리거나 그러지 마라~ ' 아들이 킬킬 거리며 농담을 했다
옆에서 나도 숨죽여 웃고 있었는데, 아들의 말투가 점점 진지해져갔다.
'그래? 그래도 나가면 되냐? 집에 들어가서 아빠한테 화내지말고 들어달라구 하고 대화를 해'
가출을 한 친구의 말인즉슨, 부모가 너무 심하게 통제를 해서 그동안의 불만이 터진거다.
단지 영화 때문만은 아니다. 말의 시작은 영화때문이지만 그동안 날 너무 억누르고 심하게 구속하는게 불만이다.
이에 따른 아들의 증언 - 00이 부모님은 00이가 우리랑 함께 여행가는 것도 안보내주신다
(작년에 배낭 이고지고 총 6명이 떠난 강릉행에도 그 아이만 빠졌다고 한다 )
심지어 북한산계곡에 가서 물놀이 하고 근처 친구네 집에서 그애 아빠가 삼겹살 파티해주셨는데도 안보내줬다. 친구네 집에서 하룻밤 자는 것도 허락하지 않아서 축구경기 있는날 다같이 모여 밤새 응원하고 그런 재미있는 일도 그 아이만 하지 못했다 . 기타 등등..
솔직히 아들녀석이 고등학생이 되고부터는 여행이나 일박정도는 흔쾌히 허락하는 편이다.
아들의 베프들 ( 이 단어를 요새 애들은 좀더 친한 친구라는 의미로 사용함. 그래서 베프가 여러명임...)은 부모끼리도 알고있고 중학교때부터 친구들이라 우리 집에서 며칠씩 기거를 하거나 주로 우리집에서 모여 축구보고 놀기에 대략 아이들에 대해 파악이 되고 있어서 믿거라 하고 있고, 또 고등학교때의 우정이 평생을 간다고 알고있기에 아들의 베프들 (^^) 역시 평생 내 아들의 좋은 친구로 남을거라 여겨 남다르게 대해주고 있다.
아이들이 불량한지 아닌지의 정도는 나나, 아이들 부모님이나 서로 파악이 됨으로 안심하고 있다.
아들이 00이에게 얼른 들어가라고 몇번 당부를 하고 00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렸다
' 저 겨렌데요.. 00이가 집앞에 있대요 걱정하지 마세요 들어간다고 했어요.. 네. .. 그건요,, 00이가 자기도 고등학생인데 부모님이 과보호를 한다구... (이부분에서 00아빠의 쩌렁쩌렁화내는 목소리가 나한테까지 들림) 네, 그렇죠... 네..(아들은 00아빠의 화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듣고 있었음.. 나 왠지 화나려고 했음..) 네 네... 안녕히계세요..'
00아빠는 지가 잘하면 과보호를 왜 하겠느냐, 친척결혼식에 가야하는데 영화보러가겠다는 게 멀쩡한 놈이냐. 그놈이 잘했냐 등등.. 내 아들이 마치 00이에게 그렇게 사주라도 한냥 소리를 질러대며 화를 냈는데...물론,,, 그 화가 내 아들을 향한건 아닌줄 알지만, 남의 부자지간 싸움에 아무 죄없는 내 아들이 화풀이 용이 되어버렸으니 원...
나도 아들에게 말했다.
부모님 입장에서 친척 결혼식이면 다른 친척들도 오는데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가서 인사도 하고 고등학생이 되어 자란 아들 자랑도 하고 싶었을텐데 친구들하고 영화봐야 해서 안가겠다고 하면 화가 나겠냐 안나겠냐? 그건 00이가 잘못한 일인거 같다.
내 생각에도 00이가 아직 철이없어 보이는데, 부모님은 오죽하겠느냐. 00이가 부모님께 믿음을 드리지 못한 것 같다.
과보호에 대한 불만도 적당할 때를 골라 말씀드려야 했는데 이번판에는 타이밍이 아주 나빴다.
아들도 그건 그래.. 00이가 좀 생각이 어려.. 하고 마치 제녀석은 다 큰 것처럼 말했다.
30분 전에도 먹을거 가지고 지 여동생이랑 싸우던 놈이...
아무튼 아직 철없는 아들과 그래도 고딩인데 과보호를 하는 부모와의 저 싸움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전화목소리로 들어보니 00아빠가 다혈질인것 같은데, 00이 말도 좀 차분하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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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순(콩지
누봉님 아들도 고2군요...
저희 아들도 고2입니다...
누봉님에 글을 읽다보니 . 작년에 치른 아들의 홍역이 생각나는군요..
우리아들도 결국 오후 2시경에 나가다간 밤11시 30분경에 들었왔지만 .
한번도 반항한적없고 . 아들이 말도없이 친구만나러 나갔다가 연락도 없이 그시간 까지
안들어오니 반미치는줄알았네요...
들어와서 잘못했다고 다시는그런일 없다고 . 지금까지는 잘하고있답니다...
답글
제비꽃
믿어주는거 !!
그리고 늘 아들편에서 대화로 풀어가는게 좋겟지여
엄만 아들믿어 ~``
등짝이 점점 넓어가는 아들 가끔 안아도 주시고여 ^^
답글
뱃살왕비
저두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장이니 남의 일이 같지 않네요...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를 해 주려고 노력은 하지만 그게 쉬운일이 아니라
어디까지 이해해주어야 하는지 어려워요.
답글
누봉이
우리아들이 언젠가 '엄마 고마워, 날 내버려둬줘서' 이러대요
즉, 믿어주고 풀어줘서란 뜻이었어요
물론 한번씩 긴장감을 주기위해 '엣지'있게 야단칠때도 있죠
되고 안되고 부분에 대해선 확실히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아들녀석이라 그런가, 좀 느슨하게
풀어주는 부분이 많아요. 그리고 늘, 믿는다, 란 말을 하죠.
일부러가 아니라 정말 전 울 아들을 믿거든요.
음...제가 먼저 믿은게 아니고 아들이 먼저 제게 믿음을 준 것 같아요
아직 어린 부분도 있고 철딱선지 없는 행동도 하지만 건강하고 건전하게 자라주는 것만해도 고맙지요
디토
휴..자식 키우는 일이 가장 큰 수련이란 말이 맞는 듯하네요.
근데 겨레 볼수록 맘에 드네..딸 가진 엄마들 눈독 들이것넹.
답글
누봉이
오늘 물어보니 가출했던 ( 한시간 정도의 가출이죠 ^^) 친구는 잘 들어갔다네요..
자식키우듯 모든 일상을 산다면... 살아있는 부처가 될 것 같아요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