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세미나를 다녀와서

글쓴이 디토

등록일 2009-08-18 15:52

조회수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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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민이와 나 둘이서 함께 하는 조금은 낯선 여행이었지만,

금세 낯설음은 사라지고 입양가족들과 속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해민이가 엄마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강의를 제대로 못 들을 거라 각오는 했고

다만 그곳에서 선배 입양가족의 좋은 기운을 받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리라 생각했습니다.


봉사자 선생님들이 아이들 놀이를 맡아 주었는데 해민이는 놀이고 뭐고 엄마 곁을 떠나지 않더군요...

첫날 강의는 놓쳤고 둘째날은 빅! 아이디어가 떠올라 강의 듣기에 성공했습니다.

강의실 뒤쪽에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갖다 놓으니 울 아드님 두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특기인 청소에 몰두하더군요.


그날 밤에 들었던 강의가 기억에 남습니다.

주제는 '내면의 나와 마주하기'.

입양홍보회의 한연희 이사님 강의였어요.

첫아이만 배로 낳고 그 후 계속 입양을 하여, 현재 50대 중반인 그분은 12명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자신이 왜 입양에 중독(!) 되었는지 그 원인을 깊이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치유받지 못한 내면의 자아가 있었다고 합니다.


두 살 터울의 남동생과 항상 즐겁게 놀곤 했는데 그 동생이 암에 걸립니다.

병원에서 치료 받던 긴 시간을 뒤로 하고 어느 날 퇴원한 남동생을 보며 기뻐했던 일,

그러나 알 수 없는 무거운 집안 분위기에 어리둥절했던 일,

다음날 자고 일어나 보니 함께 갖고 놀던 장난감을 비롯해

동생과 관련된 모든 물건들이 사라졌고 동생 역시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동생은 세상을 떠나고 어느 누구도 동생에 관한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고 해요.

동생을 잃은 어린 소녀의 상처 받은 마음은 중년이 된 지금도 생생히 살아 있어

의지할 데 없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견딜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 얘기를 하는 그 분의 목소리에 애끓는 떨림이 섞이고

강의실 뒷자리에 해민이와 앉아 있던 제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어린 시절의 상처에 대해 생각하고 그 시절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

해민이를 재우기 위해 도중에 강의실을 나서면서 그 분의 말씀 한 자락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을 치유해주는 힘-

이것이 상처를 통해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는 말씀이었지요.


집으로 오는 길에 생각해봤습니다.

'해민이가 내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건 복잡한 요인들이 얽혀 있지 않을까?

그중 나 자신에게 큰 원인이 있을지 모르겠다.

민이가 떠난 시기가 생후 30개월이었고

해민이가 30개월이 되어갈 무렵,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 속에

해민이가 높은 데서 떨어지는 꿈을 거듭 꾸곤 했던 그 시절,

나의 우울과 두려움이 아이를 잃지 않기 위한 무언의 몸부림으로

전달되어 해민이의 분리불안을 부채질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분리불안을 앓고 있는 건 내가 아닐까.'


어떤 문제에 대해 좁고 깊게 생각하는 나 자신의 특징도 다시 한 번 돌아봤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때로는 넓고 대범한 성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원인 분석에 너무 치우치기 보다는 용기 있게 미래로 한 발 디디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이는 엄마를 넘어서는 존재니까 이런 저런 생각들과 별개로

해민이는 씩씩하게 자신의 삶을 일구어 가겠죠.


**아, 해민이는 나중에 봉사자 언니(초등학생만 누나라 부르고 그 이상은 언니라 함)들과 친해져서

악수와 뽀뽀까지 하는 쾌거를 이룩했답니다.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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