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냉장고

글쓴이 이쁜이 맘

등록일 2009-08-18 13:28

조회수 2,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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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때문에 친정엄마와 합치게 됐습니다.

사위가 어려울텐데 딸을 위해 첫애부터 둘째까지 보고 계십니다.

집을 합치며 엄마의 살림을 가져왔고

냉장고 3대(김치냉장고와 일반냉장고 2대), 세탁기도 2대, TV도 2대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다 켜고 살다가 최근에 전기세가 대폭 오르고 해서 전기세가 많이나와 냉장고를 우선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김치냉장고와 일반 냉장고 1대만 써도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 엄마에게 엄마 냉장고를 버리자고 했더니  냉장고 전기세 얼마 안나온다고 그냥 써야 한다고 발끈하셨습니다.


사실 몇 식구 안사는데 3대 씩이나 쓰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설득을 해도 별 효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뒀습니다. 그러다가  에어컨을 사오며 엄마의 냉장고를 버리게 되었습니다.


이사 온지 2년돼서 매년 더워도 '내년에 사지 뭐'하며 그냥 참아오다 올해는 식구들 모두 지치는 것 같아

세우는 에어컨과 벽걸이 세트로 사게 되었습니다.

세우는 것을 거실에 놓자니 자리가 좁아서 놓을 곳이 없더군요.

그러다 어머니가 냉장고 2대 중 1대를 정리하자고 하셨습니다.

엄마 냉장고를 버리는 것을 서운해 하셔서 결혼할 때 산 제 냉장고를 버리겠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산지 몇년 안됐으니 니건 그냥 쓰자"하시며 엄마가 당시 어떻게 냉장고를 샀는지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12년 전 엄마는 냉장고가 비좁고 고장이 잦아서 새 냉장고를 사려고 돈을  조금씩 모아 당시 가장 좋은 것을 사셨다고 합니다. 장기간 계획하고 구매하셔서 그런지 더 기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냉장고는 지금까지 고장 한 번 안나고 잘 써왔던 것이라 정이 많이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실컷 썼으니 그냥 버려도 아쉽지 않아요"하고  생각없이 말했습니다.


드디어 에어컨을 다 설치하고 엄마의 냉장고를 아파트 재활용 구역으로 내다놓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냉장고에다가 '냉장고 정상적으로 잘 가동됩니다^^ 사정상 내놓게 됐는데 필요하신분 쓰세요'라고 써 놓고 왔습니다. 아무도 안가져가면 구청에 신고하고 딱지붙이려구요.

엄마는 냉장고에 붙인 메모를 한 참 보시다가 집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저녁에 슈퍼가다가 얼핏보니 냉장고가 없어졌습니다.

아파트 주민이 가져간 것 같았습니다.


뒤돌아오며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새주인 만나서 잘 있었으면 하는 마음.... 서운한 마음...

이렇게 생명이 없는 것도 정이들면 헤어질 때 짠한데 사람과 이별하는 것은 어떠할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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