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여행.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09-08-10 08:17

조회수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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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씨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퇴근이 늦어지니까 먼저 저녁을 먹으라고 합니다. 그래 다향이랑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녁을 먹다가 '정희씨를 마중 나가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천에 살 때는 종종 그랬는데 제주에서는 그러질 못했습니다. 정희씨가 조천읍사무소에 다닐 때야 자동차로 출퇴근을 해서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대포동으로 이사를 와서는 날이 추워서 어려웠고요. 하지만 이제는 봄입니다. 그래 다향이한테 제안을 합니다. '저녁 먹고 엄마 마중 갈까?' 다향이가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중문동사무소 앞에 자동차를 주차시켜놓고, 정희씨한테 자동차 열쇠를 건넸습니다. 다향이가 혜준이네랑 같이 가자고 합니다. 혜준이네가 이사를 간다고 합니다. 어린이날에 다시 육지로 이사 간다고 합니다. 그런 탓인지 다향이가 혜준이랑 붙어있고 싶어 합니다. 며칠 전에는 혜준이네 집에서 잠도 잤습니다. 처음으로 엄마아빠랑 떨어져서 잠을 잤습니다. 둘이 밤새도록  둘이 소근 거렸다고 합니다. 혜준이네랑 함께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중문동 네거리에서 컨벤션센터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날이 흐린지 달빛이 어슴푸레합니다. 별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상엔 별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습니다. 가로등 불빛을 받은 유채꽃길이 꿈을 꾸는 것만 같습니다. 길을 갑니다. 몽환적인 유채꽃길을 지나갑니다. 그냥 가는 게 아닙니다. 양은영씨가 맨 앞에 섰습니다. 기관차입니다. 그 뒤에 준성이, 혜준이, 다향이가 매달렸고 내가 맨 뒤입니다. 칙칙폭폭 기차가 달려갑니다. 빠르게도 가고, 천천히도 갑니다. 기관차가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준성이 혜준이 다향이 차량이 줄줄이 부딪칩니다. 다시 기차가 출발합니다. 칙칙폭폭 기차가 출발합니다. '뽀옥!' 경적도 울립니다.


 어느새 기차가 종점에 닿았습니다. 목적지인 컨벤션센터에 다 왔습니다. 계단을 내려갑니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꽥꽥꽥꽥 개구리가 웁니다. 어슴푸레한 달빛 아래 개구리 떼가 연가를 부릅니다.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 소리 나는 쪽으로 우르르 달려갑니다.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집니다. 깜짝 놀란 모양입니다. 개구리를 찾아보지만 어두워서 발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얼음 땡!'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세 아이와 두 어른이 얼음 땡 놀이를 합니다. 바닷가에 높이 솟은 절벽 위입니다. 컨벤션센터 뒷마당입니다. 노란 유채꽃이 사방에 피어있고, 개구리들은 열심히 노래를 부릅니다. 그 가운데 다섯 명이 뛰놉니다. 땀을 뻘뻘 흘리고 숨을 헐떡거리면서 신나게 놉니다. 그러다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주저앉습니다. 그렇게 한숨을 돌리고 돌아옵니다.

 

 '개구리야 안녕!'인사를 하고 돌아옵니다. 재미있게 기차놀이도 하고, 얼음땡 놀이도 했습니다. 모두 신나게 놀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재미가 없습니다. 세 아이들이 지쳤습니다. 혜준이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준성이가 다리가 아프다고 칭얼댑니다. 다향이는 목이 마르다고 칭얼댑니다. 중문동 네거리에서 혜준이네랑 헤어졌습니다. 목이 마르다고 투덜대던 다향이가 정희씨를 발견했습니다. 동사무소 근처 식당에서 직원들이랑 일어서는 게 보입니다. 다향이가 달려가서 물을 얻어먹습니다. 그리고 셋이 돌아왔습니다. 편안하게 자동차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2007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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