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개미 밟아 죽이지 마.

글쓴이 밥상차리는 남자

등록일 2009-07-15 21:08

조회수 1,310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야, 개미 밟아 죽이지 마!”

공원 놀이터에서 다향이가 소리를 지릅니다. 칠 팔세의 아이들 몇이서 개미집을 짓뭉개고, 개미들을 밟아 죽입니다. 그 중의 한 아이가 다향이한테 묻습니다.


“야, 너 몇 살이냐?”

손가락을 펴면서 다향이가 대답을 합니다.

“여섯 살.”

그러자 그 아이가 주먹을 부르쥐어 보이면서 말합니다.

“야, 나는 여덟 살이야. 얘는 일곱 살이고. 그러니까 우리한테 ‘야’라고 하지 마.”


그리고는 또 다시 개미를 짓밟기 시작합니다. 다향이가 다시 외칩니다.

“야, 개미도 엄마개미, 아빠개미, 친구개미가 있어. 그런데 개미가 죽으면 (다른 개미들이)슬프잖아!”


아이들의 다툼으로 놀이터가 시끌시끌합니다. 엄마들이 그 모습을 보고도 자신들의 이야기에만 열중합니다. 다향이는 내게 달려와 도움을 청합니다. 나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아이들은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아이들한테 호통을 쳤지만 속으로는 그 엄마들을 나무랐습니다.


‘도대체 애들을 어떻게 키우는 거야?’


그런 경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향이가 유치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 길에 제 동무들이 꽃이라도 딸라치면 다향이가 또 나섭니다.

“야, 그러면 꽃이 아프잖아!”


그러면서도 다향이는 내게 매미를 잡아달라고 합니다. 다향이가 원하면 나는 매미를 잡아줍니다. 눈치가 빠른 분들은 짐작을 했겠지만 ‘엄마개미, 아빠개미, 친구개미는 물론 꽃이 아파한다.’건 순전히 나의 말입니다.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를 다향이가 제 동무들에게 주워섬긴 것이지요.


그런데도 아이가 원하면 매미를 잡아줍니다. 하루에 대여섯 마리씩 잡아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붙잡은 매미를 1분 이상 갖고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다향이가 제 손에 들고 살펴본 뒤 바로 날려주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요?


‘매미는 나무에 알을 낳고, 그 알은 애벌레가 되어 땅속으로 들어가. 그리고는 거기에서 6-7년을 살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땅속에서 말이야. 그 애벌레가 매미가 되는 거야. 그렇게 태어난 매미는 보름정도 밖에 살지 못해. 그런 매미를 우리가 갖고 놀다가 죽게 해서야 되겠니?’라는 말을 수 없이 반복해 주었습니다.


함부로 개미를 짓밟고, 꽃이나 나무를 상하게 하는 아이들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병아리를 날리고, 제 동무를 집단으로 따돌려 죽음에 이르게 하며, 심지어는 저를 낳고 길러준 부모까지 살해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인성(人性)을 가진 아이들이 공부만 잘하면 무엇 합니까?


내가 존경하는 두 분 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산청에서 간디학교를 운영하는 양희규선생님의 말씀입니다.

“아이들은 매 순간순간마다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권리는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침해당해서는 안 됩니다.”


신화학자이면서 소설가인 이윤기선생님의 강연 중 일부입니다.

“누군가 전인적(全人的)인 교육을 이야기하면 나는 버럭 화를 냅니다. ‘야, 이 자식아. 너는 전인적인 인간이냐?’ 보세요, 어떻게 한 사람이 음악, 미술, 체육, 무용, 공부 모두를 잘 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부모들 욕심이에요.” <2004년>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글수 글수(37,054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20981   팔운동하고왔어요 ~~ 3 송현순2009-07-171546
20980   아이의 생모가 보고 싶다 8 디토2009-07-171635
20979   엄마라는 이름 5 권금옥2009-07-171302
20978   2009 가 볼만한 전시회 베스트3 1 마꼬2009-07-172597
20977   "봉사정신이 너무 뛰어나 성적순위(?)도 봉사를 하나~" 3 주현허니..2009-07-171506
20976   내가 진짜. 당신 멱살 딱한번 잡고 회사 그만두고싶지만 참는다.. 4 이지연2009-07-171431
20975   오늘 우리 아이들 방학한답니다 5 toto2009-07-171331
20974   예전에 쓴 글들이...? 3 주리니2009-07-171701
20973   우리는 왕따가족?? 7 고민녀2009-07-171671
20972   우리집에 찾아온 늦둥이 4 둘리2009-07-171365
20971   어려움을 나누면 반이되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 2 최수정2009-07-171577
20970   데카르트 마케팅. 스와로브스키와 함께한 제품들 1 태익맘2009-07-174453
20969   아내의 수첩. 4 밥상차리..2009-07-171776
20968   안녕하세요 ^ㅡ^.. 2 흐노니2009-07-172060
20967   독버섯의 세계 2 현이2009-07-171916
20966   다이어트 정말 힘드네요~^^; 4 루루2009-07-171688
20965   장마님이 진짜 무섭게 오네요. 4 섹시한쏙..2009-07-161494
20964   방학이라고해서 일찍올줄알았는데 1 송현순2009-07-161440
20963   아기들과 한번 가봅시다~ 콜라라도..2009-07-161024
20962   향기방 식구님들 3 창포2009-07-161450
    에구구 형님~ 창포2009-07-161337
    창포야~~ 송화2009-07-161174
20961   미운정.. 1 배해순2009-07-161448
20960   너무 멋진 느낌!!!! (자연그대로의 느낌) 1 미니스커..2009-07-161858
20959   아침부터 아이스커피 한잔~ 공룡킹2009-07-161769
20958   몰랐어요 2 주리니2009-07-161452
20957   그칠 비가 아니죠? 4 보꽁2009-07-161082
20956   으미..이런 공간이 있었군요.. 2 희망이2009-07-161213
20955   수영 4 ^**^2009-07-161626
20954   공연이냐 휴식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3 시은맘2009-07-161270
20953   경남 남해안 지방에 억수같은 비가 ... 4 메이폴2009-07-161411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