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허무주의자의 독백

글쓴이 SarA

등록일 2009-06-24 18:51

조회수 1,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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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인플루엔자로 인해서 하반기에 많은 사망자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경고에 이어,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신종플루는 1918년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사망자를 기록했던 스페인독감의 연장선이고,


인류역사상 이런 대유행이 40년 주기로 발생한다고 하니


내가 만약 하반기에 신종플루의 희생자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팔자소관일 것이니 그리 서글플 일도 아니다.


하지만 꿀벌의 소멸은 인류의 종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단순한 헤프닝으로 넘길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진다.


종의 하층 구조가 무너지면 종의 상층 구조가 무너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 아니겠는가.


대유행병이 창궐해서 수만명의 사람이 죽어나가도


면역력을 갖춘 우성인자들에 의해 인류는 이어지겠지만


자연에서 느껴지는 이러한 일련의 위기감들은


독감바이러스에 걸려 재수없게 나 하나 죽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나같은 허무주의자는 이런 일련의 사실들이 솔직히 두렵지도 무섭지도 않다.


마치 그것들은 예견 되어 있었던 것처럼 담담해서


내일 당장 인류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다.


내가 이 광활한 땅위에 내 집 한 칸 없어도 씩씩한 이유는,


부와 명예와 야망이 없어도 기죽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는,


자식은 최소한 둘은 있어야 한다는 주변의 영양가없는 펌프질에도 꿋꿋하게 종의 번식을 차단하는 이유는,


내 피 속에 흐르는 허무주의 기질 때문일 것이다.


그런 허무주의 기질이 종말론과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일 뿐,


무소유와 공수래공수거를 실천하려는 거룩한 몸놀림도 아니며,


사상적 근거에 의한 투철한 신념의 표명도 아니다.


다만 허무주의자일 뿐인 것이다.


그래서 너무 기를 쓰고 살고 싶지 않은 것 뿐이다.


지구온난화를 필두로 해서 인류는 재앙에 대한 위협을 꾸준히 경고받고 있지만,


그 재앙을 확대재생산하는 인간의 탐욕은 귀를 막고 있는 듯하다.


모든 산업화 과정을 통해서 이윤을 추구하고,


그 이윤으로부터 창출되는 젖과 꿀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탐욕스런 인간들이


황폐해진 지구 위에서 모래성처럼 쌓아올린 부로 얼마나 행복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지구가 종말 하는 순간에 그들의 수십억짜리 빌딩과 MMF 통장을 함께 들고 가길 진정으로 바란다.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땅과 하늘과 바다를 훼손하며 그렇게 쟁취한 금쪽같은 부귀영화를


하느님나라에도 바치지 말고 지옥 불구덩이까지 갖고 가길 바란다.


이럴때 가진 자들이 코딱지 만큼도 부럽지 않은 건 허무주의자가 누릴 수 있는 찰나의 사치다.


그래도 걱정스러운 것은 거창한 인류의 미래 때문이라기 보다


내 자식의 자식의 자식들로 이어질 그들의 운명 때문이다.


그저 막막하고 아득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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