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무슨 TV프로그램을 엄니와 함께 보고 있었다.
'4주 후愛 사랑 프로젝트'라나 뭐라나 하는 프로였다.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의 실제 모습 그대로 카메라에 담고
각종 전문가들이 화해의 방법을 모색하여 도움 주는 내용이다.
한 집에 살면서도 서로 얼굴 한번 쳐다보지 않고
남보다 더 섬뜩한 모습으로 사는 부부를 비춰주며
그들을 상담가 앞에 앉도록 하였다.
남편이 아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그간 내 잘못이 많았다'라는 취지로
말을 하는데, 아내는 그 손길을 어떻게든 거부하려 몸을 비틀며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근데 내 관심을 끈 건, TV를 함께 보던 엄니의 반응이었다.
'여자가 잘못이다, 어째 저리 꽁하노?
분명 여자에게 문제가 있을 거다..'
'아니 아직 사연도 다 안 나왔는데 엄니는 무슨 근거로 여자 잘못이라 하우?'
그 뒤의 내 속마음은 이랬다.
'대체 그 징한 남존여비, 성차별, 남아선호 등등을
아직까지 티를 내야 하능겨? 그렇게 내게 상처를 주더니만..'
곧이어 나오는 사연은 남편의 끔찍한 폭력으로 점철된 결혼史였다.
첫아이 돌잔치 문제로 아내를 때려
아이의 돌사진에 나온 부부의 모습은
활짝 웃는(그 웃음이 잔인하게 보였다) 남편과
퍼렇게 멍든 얼굴을 화장으로 어설프게 가린 아내의 굳어진 얼굴이었다.
결혼생활 16년간 이어진 폭력으로
집안 살림 곳곳에 상흔이 남아 있었고
그 내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상한 것은 방송의 내용이었다.
그쯤 되면 부부 화해 프로젝트가 아닌
남편 정신치료 프로젝트로 가야 할 것 같은데
계속 상담가, 심리 치료 전문가 등을 찾아
갈등을 풀어가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거참..심각한 가정문제를 저런 식으로 방송에서
어설프게 다루다니 어이없는 일일세!'
속으로 분노하며 지켜보다 끝났다.
아마 다음 편에 부부 갈등이 어떻게 해소되나 보여주려나 본데
방향이 영 잘못되었다는 생각이다.
그저 시청률만 생각하여, 방송이 개입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 문제에까지 카메라를 들이대는 뻔뻔함!
폭력의 정도가 단순한 부부갈등이 아닌
거의 범죄 수준까지 간 모습을 볼 때
남편이 그런 폭력 성향을 갖게 된 배경,
정신과의 집중치료,
폭력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접근 금지명령
등등이 필요할 듯 한데
저런 안일한 프로를 방영하고 있는 것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방송을 보고 있던
내 어무니의 태도이다.
왜 내용을 보기도 전에 '여자 잘못'을 먼저 얘기할까?
그것도 평소에 생각이 깊어 존경할 만한 노인이라 여겨왔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내면화했을까?
일찌기 아버지를 잃고 소녀 가장처럼 중무장 한 채 살아왔던
내 어머니의 삶을 생각해보면
자신이 남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안으로 분노를 쌓아왔을 것이다.
그것이 여성이라는 자신의 성을 미워하는 방향으로 내면화 되고
결혼하여 낳은 첫아들은 자신의 고통을 씻어줄 구세주,
둘째로 태어난 딸은 내면화된 분노의 출구가 되었던 것 같다.
물론 그 분노의 이면에 폭포수 같은 사랑을 딸에게도 쏟아부어 주었지만
어머니의 마음 속 분노, 지적 허영, 선민의식 등이
내게 분열된 모습으로 스며들어 상처가 되었나보다.
폭력으로 분출된 남성 권력의 일면이 방송되는 것을 보며
어머니는 머쓱하여 다시 남자를 욕하는 쪽으로
급선회 했지만 내 느낌은 떨떠름했다.
'가부장제의 짜투리 권력'에 편승하는 나약한 여자의 모습을
내 어머니에게서 다시 확인하는 것은 불쾌한 일이다.
구조적 권력의 횡포와,
권력의 그늘에서 피해자가 쉽게 가해자로 바뀌는 현실을 보면
여자들이 더 영리해야 하고
좀더 따뜻한 가슴을 가져야 하는데 안타깝다.
가정폭력이 단순히 한 개인의 성향 문제만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성찰로 이어져야 하는 것도 당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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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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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이
아침 방송에 엠비시에서 많이 나온것 같아요
가끔은 보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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