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강호순

글쓴이 디토

등록일 2009-04-01 13:26

조회수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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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향'이란 프로에선 유독 여자 귀신이 많이 나온다.

원한을 갖고 숨진 여자가 새로 부임한 원님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던 것 같다.

탈렌트 고 장자연씨 사건을 보면서 왜 그 프로를 떠올렸을까..

권선징악 프로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그가 죽음으로써 뭔가를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나보다.


그옛날 가부장제에 억눌렸던 여성들이 오직 죽음 이후에,

그것도 권력을 가진 남자의 힘을 빌어야만

세상을 향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던 현실이

지금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것인가.


신인 여배우는 맘껏 유린해도 된다는 그들의 의식이

존엄한 한 인간을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마침내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것을 지금이나마 깨닫고 있을까?

아니면 재수없게 걸렸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발뺌할 것인가?

특히 유력 언론사 대표가 연관되었다고 하면서도

그들의 신원은 밝히지 않고 흐지부지 되고 말까?


사람의 정신은 끊임없이 진화와 퇴화의 갈림길에서

선택의 과정을 겪는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진화의 길,

원시시대 처럼 남의 생명을 짓밟아야 살아남는다는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퇴화의 길.


의외로 이 두가지 길의 경계는 흐릿하여

평범한 우리들도 오락가락 하기 쉽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아예 퇴화의 길에 들어서서도

자신이 어떤 길을 가고 있다는 의식조차 못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쯤?


하나는 어린 시절부터 사랑 받아본 적 없이

학대 당하고 황폐해진 자아를 가진 자가

복수하듯 남의 생명을 유린하는 것.

또 하나는 평생 고생 안하고 누릴 것 다 누리고 살아와서

아예 다른 이를 짓밟을 권리가 자신에게 있고

그들의 세계에선 그게 '당연한 관행'이라 생각하는 것.


이 두 부류의 공통점은

다른 이의 고통에 철저히 무감하다는 것인데,

연쇄 살인범 강호순이 전자의 부류가 아닐까 짐작하면서

고 장자연씨를 유린한 사람들은 후자라 생각해본다.


연쇄살인범의 잔인한 범죄에 비교를 당하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이들이 기분 나빠 할 것이다.

'내가 일부러 사람을 죽이기라도 했어? 누가 죽으라고 했냐고!

싫으면 지가 배우 그만 두면 될 것이지 왜 끌려다녔나고!'

이렇게 강변하겠지.


그러나 그들은 알까?

예쁜 외모를 가꾸기만 해서 되는 게 배우가 아니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택한 직업일 수 있다는 걸

자신들 처럼 기쁨과 눈물, 수치심, 자존감을 갖고 있는

존엄한 생명체라는 것을.


지금도 어두운 밀실 어디에선가는

남의 생명을 파먹으며 희희낙락하는

수많은 '원시인'들이 퇴화의 길에 머물고 있다.

어떻게 하면 그런 나락에 빠지지 않을까?

일상에서도 깨어있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무감각하게 사는 삶을 선택할지 모른다.


오늘도 자신을 돌아보면서 글귀 하나 떠올린다.


<새로 카라반을 인도하게 된 젊은 지도자가

경험과 연륜이 쌓인 노인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리고 그 노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네 앞에 두 길이 펼쳐질 때는 힘든 길을 선택하라." 그 말이 가슴에 꽂혔다.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중에서>


힘든 길을 선택하는 삶..오늘의 묵상 주제로 삼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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