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고향'이란 프로에선 유독 여자 귀신이 많이 나온다.
원한을 갖고 숨진 여자가 새로 부임한 원님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던 것 같다.
탈렌트 고 장자연씨 사건을 보면서 왜 그 프로를 떠올렸을까..
권선징악 프로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그가 죽음으로써 뭔가를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나보다.
그옛날 가부장제에 억눌렸던 여성들이 오직 죽음 이후에,
그것도 권력을 가진 남자의 힘을 빌어야만
세상을 향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던 현실이
지금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것인가.
신인 여배우는 맘껏 유린해도 된다는 그들의 의식이
존엄한 한 인간을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마침내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것을 지금이나마 깨닫고 있을까?
아니면 재수없게 걸렸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발뺌할 것인가?
특히 유력 언론사 대표가 연관되었다고 하면서도
그들의 신원은 밝히지 않고 흐지부지 되고 말까?
사람의 정신은 끊임없이 진화와 퇴화의 갈림길에서
선택의 과정을 겪는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진화의 길,
원시시대 처럼 남의 생명을 짓밟아야 살아남는다는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퇴화의 길.
의외로 이 두가지 길의 경계는 흐릿하여
평범한 우리들도 오락가락 하기 쉽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아예 퇴화의 길에 들어서서도
자신이 어떤 길을 가고 있다는 의식조차 못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쯤?
하나는 어린 시절부터 사랑 받아본 적 없이
학대 당하고 황폐해진 자아를 가진 자가
복수하듯 남의 생명을 유린하는 것.
또 하나는 평생 고생 안하고 누릴 것 다 누리고 살아와서
아예 다른 이를 짓밟을 권리가 자신에게 있고
그들의 세계에선 그게 '당연한 관행'이라 생각하는 것.
이 두 부류의 공통점은
다른 이의 고통에 철저히 무감하다는 것인데,
연쇄 살인범 강호순이 전자의 부류가 아닐까 짐작하면서
고 장자연씨를 유린한 사람들은 후자라 생각해본다.
연쇄살인범의 잔인한 범죄에 비교를 당하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이들이 기분 나빠 할 것이다.
'내가 일부러 사람을 죽이기라도 했어? 누가 죽으라고 했냐고!
싫으면 지가 배우 그만 두면 될 것이지 왜 끌려다녔나고!'
이렇게 강변하겠지.
그러나 그들은 알까?
예쁜 외모를 가꾸기만 해서 되는 게 배우가 아니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택한 직업일 수 있다는 걸
자신들 처럼 기쁨과 눈물, 수치심, 자존감을 갖고 있는
존엄한 생명체라는 것을.
지금도 어두운 밀실 어디에선가는
남의 생명을 파먹으며 희희낙락하는
수많은 '원시인'들이 퇴화의 길에 머물고 있다.
어떻게 하면 그런 나락에 빠지지 않을까?
일상에서도 깨어있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무감각하게 사는 삶을 선택할지 모른다.
오늘도 자신을 돌아보면서 글귀 하나 떠올린다.
<새로 카라반을 인도하게 된 젊은 지도자가
경험과 연륜이 쌓인 노인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리고 그 노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네 앞에 두 길이 펼쳐질 때는 힘든 길을 선택하라." 그 말이 가슴에 꽂혔다.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중에서>
힘든 길을 선택하는 삶..오늘의 묵상 주제로 삼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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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토
연예계의 성상납 관행이 무척이나 뿌리 깊은 것이라 앞으로도 얼마나 더 비극이 있을지 안타깝습니다.
글구 남자들의 외모에는 상당히 관대한 반면 여자들은..에구에구! 못생긴 건 죄라는 말을 버젓이들 하는 우리 사회..획일적인 기준을 아무대나 들이대는 이 풍토를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까 고민이라요.
답글
메이폴
실력과 재능만 가지고는 성공하지 못하는 이넘의 풍토부터 바뀌어야 할겁니다
폴포츠처럼... 재능과 노력만 있다면 못생긴 핸드폰 외판원도 세계적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또한 그런 기회를 방송국에서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모로만 가수와 배우를 뽑으니 문제지요
그러나 설경구도, 송강호도 외모로 승부하는 배우는 아니지요.
영원히 기억되고 추모되는 김광석도 외모로 스타가 된게 아니듯..
방송국에서부터 시청자 입맛에 맞지않는 재능있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답글
사라
이번 사건으로 연예계의 성상납 관행이 근절될 것인가,,에 대하여 저는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그런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고 고통스러웠던 장자연씨는 그만큼의 순수한 자아와 의지를 가진 사람이었지 싶습니다. 더러운 연결고리를 끊으려면 성을 상납해서라도 뭔가--결국 돈과 인기라는 보장된 미래겠지만--를 이루려는 여성들의 안일한 의지도 바뀌어야 할 거 같아요..쉽고 빨리 가려고 해서 문제고, 자존심이 희박해지는 것도 문제고, 그걸 이용해서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육체를 탐하는 남자들의 추악한 권력에는 구토가 나려고 합니다...이 글 보니 다시 화딱지가 치솟네요...^^
답글
청운동의 갈대
가정에서 살림만 꾸려나가시는 여성분들(전업주부님들을 폄훼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므로 오해없으시기 바랍니다)은 잘모르시겠지만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큰일이건 작은일이건 대개가 사람이 결정하기 마련입니다.
결정권자의 자의적인 판단이 아니라 공평무사하고도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하도록 시스템화되어야 할 것인데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뿌리 깊은 혈연, 지연, 학연 등이 객관적 판단보다 우위에 서있는 치명적인 사회악이 만연히 존재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사회구조의 문제 때문에 편법, 탈법, 불법인줄 알면서도 그와 같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고 상당수는 그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법률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추측하건대, 이번 모 여배우 사건의 경우 성매매 또는 성접대와 관련해서는 여론무마용의 수박겉핡기식의 형식적인 수사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마도 시간을 끌다가 사자명예훼손 등의 본질과 동떨어진 주변문제만 살짝 언급하는 정도에서, 그것도 여론이 잠잠해 지는 시점에 종결시키지 아니할까 싶습니다.
사라
맞아요..핵심을 찌르셨네요..정말 그넘의 인맥 때문에 우리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시스템을 갖기가 어렵지 싶어요..근데 나부터도 힘든 일 당하면 비빌 언덕부터 찾게 되더라구요..이런 그지 근성부터 버려야 할텐데,,나부터 개인부터 변해야 전체가 변할텐데 말이죠..
장자연 사건보도를 유심히 보고는 있는데 언론의 지대한 관심 때문인지 현재로선 수사에 의지가 있어보입니다,,,이러다 어영부영 끝날 것이라는 대중의 회의적 시각은 참 위험하지만 오랜 관행과 학습의 결과물인 걸 어쩌겠습니까...이러다 국민들이 모두 홧병으로 뒈지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