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

글쓴이 SarA

등록일 2009-04-01 12:38

조회수 2,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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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세번 결혼하고 세번 이혼하고 성이 다른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공지영의 가족사를 팩트로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글을 좋아하지만 엄밀히 팬이라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의 정보만 습득하는 나로서는 그저 그녀의 신간소식이 늘 반가울 뿐이고,


그것이 사생활을 담고 있다니 더더구나 들여다보고 싶어졌던 것이다.


첫째딸 위녕의 관점으로 진행된 이 소설을 통해서


그녀에 대해 좀더 알게 된 것, 이해하게 된 것, 친근해진 것,


무엇보다 엄마로서 여자로서의 공유감을 확보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누군가의 상흔을 들여다보는 것은 언제나 버거운 일이다.



사람들은 서슴없이 세번이나 결혼에 실패했다고 말을 하고, 그녀 역시 스스로 그것을 인정한다.


그런데 나는 "실패"라는 단어가 과연 적절한가에 대해서 책을 펼쳐든 순간부터 의구심을 가졌었다.


결혼에 있어서 이혼이 실패라고 전제한다면


아직 이혼하지 않고 어찌되었든간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으면


그것은 "성공"이고, 과연 결혼생활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의 고독과 허무로부터 무방비상태로 위협받으며


위태로움을 내재하고 있는 결혼의 실상은


사실 허울만 좋은 성공이며,불안한 성공이며,미완성의 반쪽짜리 성공인 것이다.


결혼생활 12년차쯤 되면, 그리고 낼모레 사십을 바라볼때 쯤 되면


그녀가 최소한 참을성이 없어서 세번씩 스스로 고통을 자초하지 않았다는 것쯤은 알 수 있다.


사는게 얼마나 내 의지와 뜻과 상관없이 굴러가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게다가 아주 지적이고 델리케이트했던 영화감독과의 두번째 결혼과 이혼에


폭력의 문제가 개입되었던 사실은 매우 충격이었고,


그럼에도 주변의 모두가 두번째 이혼을 만류하며


그녀 자신의 명성을 위해 침묵하고 인내하라고 종용했던 사실 또한 충격이었으며,


그녀가 거기에 타협하려고도 했다는 사실은 울트라 메가톤급의 강력한 충격이었다.


그건 다시 말하면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터부에 대한 놀라움이기도 했다.




살면 살수록 깨닫는건,


정말이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고 단언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삶은 갈수록 모호해지고 절대로 오롯이 주체적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분명했던 건,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삶에 대한 책임감을 재고할 수 있었다는 점,


결혼과 아이에 대한 진지함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왜냐면, 그녀와 세 아이에게 남아 있는 생채기가 철저히 제3자인 내게도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아이와 함께 있는 그녀의 집은 참으로 따뜻해 보였으며,


그녀의  자유로운 열정과 뜨거움이 부럽지는 않지만


평범하고 소박한 행복을 추구하는 여자로서의 열망은 반드시 존중되고 또한 실현되기를 바라는 맘이다.


그리고 세번의 "실패"가 아니라 세번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그녀 자신에게 훨씬더 당당해졌으면 좋겠다.


여전히 온전한 의미에서의 팬이라고 자처하지는 못하겠으나


나는 앞으로도 함께 늙어가는 그녀의 행보를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볼 생각이다.




책을 덮으며 나는 내 딸에게 어떤 엄마의 모습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그리고 문득, 딸에게 편지 한장 쓰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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