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키우는 법

글쓴이 디토

등록일 2009-03-30 16:35

조회수 3,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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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떠나보내고 나는 당연히 여자아이를 입양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느날 동생이 하는 말은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언니야..생각해 봤는데 남자아이를 입양하는 게 어떨까 싶어.

여자아이를 입양하면 자꾸 민이와 비교하게 되지 않을까?'

그 순간 동생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으면서도 왠지 예감은

남자아이가 내게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후로 딸을 키울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외로움이 안개처럼 깔렸다.

사춘기 아들 둘을 키우는 직장 동료가 평소에 농담처럼 했던 말,

'내가 전생에 무슨 죄가 있어서 아들만 둘을 뒀단 말인가'

하는 푸념이 무슨 의미인지 피부에 와닿았다.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을 때,

원장 수녀님은 내 사정을 들으시고  첫마디로

'입양을 하려면 성별을 바꾸어 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외동딸을 잃고 아들을 입양한 어느 가정의 예를 드시면서.


인연이 그렇게 되려고 그랬는지

내 선택과는 별개로, 콩이의 성별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나는 콩이가 내 아기임을 그냥 가슴으로 느꼈다.

콩이는 아들이나 딸이 아닌, 그냥 '아기'로 내게 온 것이다.


성별의 차이가 아닌, 개성의 차이도 분명 존재하는 것이겠지만

해콩이를 키우면서 절감하는 것은 참 분명한 성별의 차이다.

'저놈의 테스토스테론이 문제야!'라는 넋두리가

내 입에서 메아리 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손 한번 씻기려 해도 잠시 내 아귀 힘이 풀리면

콩이의 손은 먹이를 잡아채는 날쌘 독수리 처럼

각종 물건들을 잡아채고 떨어뜨리고 옷을 왕창 적시고

일순간 난장판을 만든다.


엄마와 눈맞추고 웃고 포옹하는 걸 좋아했던 딸아이와 달리

청소기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김연아 언니'에 대한  깊은 경외심,

포크레인과 오토바이에 대한 끝없는 흠모로 가득한

해콩이의 정신 세계는 내게 참으로 색다른 것이었다.

뭔가 아쉬운 게 있을 때 엄마 품에 안겨올 뿐

'관계'가 아닌 '물질'에 콩이의 모든 관심은 집중된 듯하다.


앞으로 10년도 채 안 되는 기간이

내가 콩이에게 맘껏 사랑을 줄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있다.

아이가 '남자'가 되려면 성공적으로 엄마를 떠나는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서 떠남이란 물론 심리적인 것)

좀 극단적인 표현이겠지만 나는

남자를 '이식이 되어야 살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한다.

아기 때 자신의 온 세상이었던 '어머니'라는 존재가

자신과 다른 성별인 고로

어미를 철저히 부정하고서야 남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게 아닐까?


오죽하면 성경에 '부모를 떠나' 남자가 가정을 이루는 것으로 표현했을까.

남자의 진정한 행복은

어미의 사랑을 가슴 한켠에 고이 접어 간직한 채

아내의 사랑을 가슴 가득 안고 사는 데서 온다..라고 감히 나는 단언한다.

이런 생각들은 내 개인사가 바탕이 된 것이므로 보편타당하다고는 못하겠지만

앞으로 더 공부를 해본다 해도

이것이 근간이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여자는 자궁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혼자 꿋꿋이 설 수 있는 강인한 존재라는 생각이다.

내 몸을 통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존재...


그러나 자궁이 없는 남자는 끊임없이 여자라는 존재를 통해

자신을 확인해야 한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건강하게 설 수 있기 위해서는

과거의 자신이었던 어미를 극복하고

현재의 자신인, 자신의 반쪽인 여성을 찾아야 한다.


남편 대신 아들을 남편으로 생각하며 살았다는 홀어머니 얘길 들으면

'그 엄마 변태여?'하고 나는 묻는다.

그러나 은연중에 나도 콩이에게 올인하며 살다보면

그런 어미가 되지 말란 법이 있겠는가.

며느리를 질투하며 자신이 있을 자리가 아닌 곳에

두 발 뻗고 악다구니 쓰는 '올가미'영화 속 시어미가

언제 어디서 나의 내면에 침투해 올지 모르니 눈 뜨고 경계해야 한다.


정말 아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인들 못할까 싶다.

가장 좋은 것은, 성장한 아들의 삶에 개입하지 않기 위해

남편과 행복한 삶을 꾸리고자 노력하는 것이고

나처럼 한부모 가정이라면 온 삶을 투신할 수 있는

사회적인 일, 종교적인 일들을 찾아 매진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런 내 굳은 다짐들이 지나쳐 오히려 콩이가

섭섭해 할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나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많은거지?'하고 물을지도.


'콩아..엄마는 세상에서 널 가장 사랑하기 때문에

널 사랑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을 찾고 있는 거란다.

다른 모든 일들은 너의 행복 그 다음 순위야..'


아들 가진 모든 엄마들의 그 쓸쓸함을 위해

오늘은 내 작은 잔으로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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