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소명

글쓴이 디토

등록일 2009-03-25 12:36

조회수 1,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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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40 중반을 넘어 일어났던 수많은 일들이, 보통 사람들은 겪지 않는(?) 힘든 일이라고 한다.

그 시간을 지나오고 이제 반세기 가까운 시간을 살고서야 소명을 깨달았다고 하니 너무 늦은 일일까?

정리하면 세가지...


1. 아이를 잃은 부모를 위한 일

2. 부모를 잃은 아이를 위한 일

3. 미혼모를 위한 일


첫번째...

사별자 모임을 통해 조금씩 할 일을 찾는 것인데

지금은 다음 카페 안에서 서로 위로의 말을 주고 받는 정도이다.

매월 정기 모임이 있고

신부님이 운영하는 8주 프로그램도 있다.

지금은 예수회 신부님들이 도움을 주고 계시지만

아이 잃은 부모들 중에는 다른 이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힘이 되는 데에서

의미를 찾는 분들이 생기고 있다..

플라톤이 한 말인가?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자만이 행복할 수 있다'...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를 잃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아주 작은 위로라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자신이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챈 사람들이다.

어떻게 보면 고통을 통해 '승화'한 것이라고 표현들을 하지만

내가 겪고 보니 그건 '승화'라는 고상한 단어보다는

내 고통과 상실에 의미를 찾고자 하는 본능적 몸부림에 가까웠다고 할까..


두번째...

부모를 잃은 아이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입양 홍보에 앞장서서 한명이라도 더

부모 잃은 아이들이 입양되도록 하는 일..


예전에 내 입양일기를 읽은 방송국 관계자가 전화를 해온 적이 있었다.

해콩이와 함께 방송 출연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처음엔 수락을 했지만

한참 생각해보고 다시 거절을 했다..

입양의 대의를 위해선 당연히 출연해야 하지만

어미로서의 본능이 앞섰던 거다.

콩이를 공개입양하고 글이나 강연(반편견 입양교육을 받으면 강사 자격을 얻게됨)을 통해

사람들에게 입양을 홍보하는 건 당연히 나의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아이가 미디어를 통해 지나친 주목을 받는 건 싫었다.

더구나 클수록 콩이의 외모가 사람들 시선을 끌 정도로 특별해지면서

되도록 아이를 평범하게 키우고 싶은 소망도 커졌다.


이제 입양홍보도 한 단계 넘어선 어떤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방송을 통해 행복한 입양 가정을 소개하고 입양의 날 행사도 하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 의식 속으로 세밀하게 들어가

보통 사람들이 입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막상 입양을 염두에 두었을 때 가장 걱정하는 것, 두려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런 것들에 깊이 있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입양가족 모임에선 학교를 찾아가 반편견 입양교육을 하는 분들이 있다.

학생들은 입양에 대해 매우 유연하면서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근데 어른들은?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학생들과 함께 선생님들도 강연을 들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입양 강연도 활성화 됐음 좋겠다..

구성애씨처럼 이 분야에도 인기 강사가 나오면 좋겠다.

근데 난? 인상도 딱딱하고 말빨이 딸려서 참 깝깝하다..


세번째..

미혼모를 위한 일.

해콩이의 어린 생모를 생각하면 늘 가슴 한쪽이 싸하게 아프다.

한번도 본 적 없는 그의 얼굴을 떠올리며 기도하는 것밖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아이를 입양 보낸 엄마들은 'birth mother syndrome'을 겪는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선 그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고 복지나 배려가 거의 없는 수준인데

아이와 사별한 부모의 심정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면

가슴 아플 따름이다.

그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다.

다만 콩이가 크면서 생모를 궁금해 하고

정말 인연이 닿아 그를 만날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미혼모를 위한 일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나의 소명을 정리하고 보니

그야말로 이타적인 삶 그 자체다..

내가 언제 그렇게 숭고한 삶을 지향하게 되었나?

그다지 친절하지도 너그럽지도 않은

이기적인 삶을 살아왔는데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을까?

여기서 중요한 건 '이기적'이란 말!

플라톤의 말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음에도

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이기적'으로 찾아낸 것이다..!


얼마전 꿈 속에 메이폴님이 찾아와 뭔가를 말했는데

말의 내용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근데 요즘 폴님의 글들을 읽으며 그 메시지를 나름대로 찾았다..^^


'디토야.. 글을 쓰거라!

힘들고 바쁠 수록 글을 쓰거라..

생각을 정리한 다음에 쓸 생각을 말고

오늘 쓸 건 오늘 쓰도록 하여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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