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의 친구들

글쓴이 또마

등록일 2009-03-06 11:24

조회수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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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5학년이었던 우리 아이, 올해 6학년이 되었습니다.

작년엔 새로 개교한 학교로 전학을 하고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지요. 친구들의 이야기를 종알종알 하는 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좀 어이없기도 했습니다.


멋 부리는 걸 좋아하고, 정의롭지만 책은 안 읽고, 성적이 나빠도 '그래, 나 공부 못한다' 당당하다는 아이들. 나는 아이와 같이 웃으면서도 '공부 잘 하는 범생이들 하고 친하면 안 될까?'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5학년을 평가하면서, 다투기도 하고 혼나기도 했지만 참 행복했었다고 말합니다.


아이가 꽁꽁 잠궈 놓은 문자를 은근 슬쩍 보여주는 날엔 둘이 같이 배꼽잡고 웃기도 했었습니다. 아이가 감춰 놓은 별것 없는 문자 한번 보려면, 나도 내 친구들에게 온 문자를 보여줘야 하지만요. 단답형의 웃긴 이모티콘이 가득한 아이들 문자는 뭐 특별히 볼것도 없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생활이 그대로 보여지거든요.


꽃남이라던가 빅뱅이 방송에 출연한 날에는 문자 소리가 밤 12시까지 계속 되기도 합니다. 혼이 나고서 그만 두는 것도 같은데. 확인을 못해봐서 장담은 못하겠습니다. 어쩌면 이불 속에서도 의미 없는 단답형 문자를 날릴지도 모르지요. 콩 아깝다, 응, 아니 그런 문자는 좀 모았다가 한꺼번에 보내라.

잔소리 한 날. 우리 아이는 응, 뒤에 ㅋㅋㅋㅋ을 가득 붙여서 길게 썼다면서 제게 보여주더군요.


그렇게 유쾌하고 발랄하던 친구들과 6학년엔 같은 반이 되지 못했습니다. 아쉬워하고 한동안 난리를 치더니, 어느새 새 친구를 사귀었나 봅니다.


그젠가 작은 가방에 해리포터 책 4권을 담아 왔더군요. 우리 아이가 친구에게 책을 빌려 오다니. 해리포터는 너무 재미 없다면서 영화도 보기 싫어했었는데 말이지요. 새 친구가 책을 무척 좋아하는 아이라면서, 그 아이가 특별히 자기에게 빌려줬다고 빨리 읽어야 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그 친구는 해리포터 4권을 일주일만에 다 읽는다고 하는데, 자기는 도저히 힘들 것 같다.  친구 책이니 어쨌든 빨리 읽고 돌려줘야 하니 부담이 크다. 그런데 또 읽어보니 해리포터가 재밌긴 하다. 뭐 그런 말을 합니다.


그러면서 역시 범생이들은 좀 다르다면서 킬킬대고 웃습니다. 어제는 그렇게도 원하던 빅뱅의 책을 사줬습니다. 사실 이 책을 사주면서 후불, 선불 둘 중 선택을 하라고 했을 때(네, 결국은 조건부로 책을 사주기로 했습니다) 차라리 빅뱅책을 포기하겠다고 한 아이입니다.


그러다 친구들이 대부분 선불이나 후불로 책을 샀다는 소식을 듣고는 본인도 책을 사주면, 후불제로 다른 책도 열심히 읽겠다고 말하더군요. 본인은 결심을 하면 꼭 지키는 사람이니, 걱정 말라고 저를 안심까지 시키면서요.


그렇게 읽으라고 노래를 하고 잔소리를 해도 꿈쩍도 않더니, 어젠 일찍 숙제와 공부를 끝내고 책을 들고 앉더군요. 역시, 본인이 좋아하고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야 잘 한다는 것이 맞나 봅니다. 아마도 단숨에 다 읽고 싶은데, 자야 할 시간 지키느라 아쉽다고 느꼈을 겁니다.


아이들의 문화는, 내 자식이라도 개입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 않고 본인이 좋아해야 겨우 움직입니다. 물론 하지 말라고 말려도 잘 듣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이제 사춘기에 막 접어들었느니 저도 도 닦을 준비를 해야겠지요.


사춘기 자식 키우고 나면 엄마 몸에 사리가 생긴다, 그런 말 웃고 넘겼는데요. 아이가 자라는 속도를 못 따라가겠다는 생각이 들 때, 마음 다스리는 말을 저절로 찾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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