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체벌

글쓴이 누봉이

등록일 2009-02-08 07:24

조회수 8,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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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전체 시험성적이 떨어지면 종례시간에 선생님이 ' 모두 책상에 올라가' 라고 하셨다.

여고 시절의 일이다

아이들은 주섬주섬 책상에 올라가 무릎을 꿇었고

선생님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종아리가 저리고 쥐가나면 아이들 중 한두명이 훌쩍거리고 그럼 맘 약한 선생님이

앞으로 열심히 해라는 말을 남기고 벌은 끝났다.

그래서 종종 책상에올라가 앉았다가도 거짓으로 훌쩍거려 벌받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얌체짓을 하기도 했다.

당시 남자친구들에게 말을 하면 '와~! 우린 대걸레로 맞어!! 남녀차별이다!'라고 거품을 물기도 했었다.

대걸레 자루가 부러지도록 맞는다는 남자애들의 말이 당췌 실감나지 않았었다


한 번 우리 반 불량한 여자애를 선생님이 출석부로 머리를 때리는 것(여러번) 외에

그다지 심한 체벌을 보지 못했지만, 교육기간 전체를 통틀어 내가 선생님께 맞은 경우는 딱 두번이다.

모두 여고때였는데,


한번은 고전시간에 만화책을 보다가 걸렸다.

국어와 고전을 겸했고,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냈던 선생님 시간이었다.

그런데 나오라고 하더니, 아이들이 전부 보는 앞에서 손바닥을 지휘봉으로 두대 맞았다.

아, 그 수치스러움이라니...

내 잘못은 간곳 없고, 아이들 앞에서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손바닥을 맞았다는 그 사실이 수치스러워

견딜수가 없었다.


그 이후, 국어와 고전시간에 보란 듯이 책을 딱 엎어놓고 필기도 하지 않았다.

나로선 반항을 한 셈이다. (내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은 싸가지 없는 행동이었다)

맨 앞자리였기에 선생님도 다 보고 있었지만,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내 보이코트는 시험성적 불량으로 오히려 내 스스로를 다치게 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


또 한번은 만우절에 일어났다.

선생님을 속이려고 옆반 전체와 우리 반이 반을 바꿔치기 했었다.

누구의 제안이었는지 기억엔 없지만, 아무튼 우리는 히히덕거리며 반을 바꿨고 옆반이 물리시간이고

우리반은 그 날 물리가 들지 않았었다.


물리 선생님이 칠판가득 필기를 하고 돌아섰는데, 아무도 필기를 하고 있지 않자, 노발대발 화를 냈다.

우린 킥킥거리기 시작했고 반 전체가 바뀐 사실을 안 물리선생님은 .. 우리의 장난끼를 이해하지 않았고

분노 게이지가 폭발했다.

'어떤 새끼가 시작했어!!' - 우린 여고생이었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년'자를 절대 못붙이고

화가나면 '새끼'라는 욕을 했다...


우리의 장난에 선생님도 동참하리라 여겼던 우리는 긴장해버렸다.

다른 만우절 장난을 다른 선생님들은 알면서도 속아주었는데, 물리 선생님은 너무 심하게 화를 냈고

'먼저 반 바꾸자고 했던 새끼 나와!! 안나오면 니들 전체가 다 맞을 줄 알아!' 하고 협박을 했다.

아이들은 떨었다.. 훌쩍거리는 아이까지 생겼지만, 물리선생님은 물러서지 않았다.

'다들 책상에 올라가서 치마걷어!'

헉???? 종아리를 때린다는거?????


난, 분명 제안하지는 않았지만 적극 동참을 했었고, 이 사태를 누군가는 총대를 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분연히 손을 들었다.

'제가 하자고 했습니다'

' 너 이새끼! 나와! '

나갔다.

아이들은 웅성거리고 경악했고 훌쩍거리며 울었다.


물리 선생님은 길다란 나무 지휘봉을 머리위로 쳐들더니 내리쳤다.

헉! 하고 숨을 들이켜는 아이, 악. 하고 짧은 비명을 지르는 아이...

그런데 내 손에 닿는 지휘봉의 느낌은, 톡....


'속았지? 이녀석들아 하하하하하 '

물리선생님의 만우절 장난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꺄악 하고 뒤집어지고 책상을 두드리고 웃음을 터트렸다.

몹시 긴장을 하고 손바닥을 내 밀었던 나는 어리벙벙해서 서있었다.


물리 선생님이 물었다

' 너 몇번 누구냐?'

' 몇번 누구누구입니다'

'너 이새끼! 용기있었어. 맘에 든다'

선생님이 씨익 웃었다.

나도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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