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주겠다는데도 엄마는 부득부득 됐다고 우기며 애들 책이나 더 사주라고 하셨다.
그리고 내 딸아이에게 말했다
'할매는 지금도 학교 가는 꿈을 자꼬 꾼다..공부할때가 좋을때다. 열심히 해레이'
그러더니 박경리 선생님이 쓰신 책의 표지를 보다가 작가 소개에
나와있는 선생님의 약력을 보시고는,'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데도 여고까지 졸업했네..'
하며 서글프게 혼잣말을 하셨다.
올해 66세인 우리 엄마는 국민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가 6.25 전쟁이 나는 통에 휴교령이
내려져 몇 년 후인 열두살때 다시 1학년으로 재입학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쟁후의 빈한한 삶과 주렁주렁 달린 동생들을 장사하는 외할머니 대신
돌봐야 했으므로 하루 학교를 가면 하루는 학교를 못가는 날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지지바가 공부는 무신 공부! 살림이나 배워 시집이나 가거라'하는 외할머니의 불호령에도
엄마는 공부가 하고 싶어 책보를 가로매고 학교로 뛰어가곤 했다고 한다
한량인 외할아버지 대신 쌀을 이고 장사를 다니던 외할머니는 집안 살림이며 어린 자식들
치다꺼리를 엄마에게 맡긴터라 엄마가 학교에 다니는 것이 못마땅했는데, 아무리 매타작을 해도
하루 걸러 한번이라도 고집스레 학교를 가는 엄마에게 ' 빨래 다 풀 해 널고 가거라'
' 이불 다 밟아 빨아 놓고 가거라' 하며 마치 파티에 가고 싶어하는 신데렐라에게 계모가 했듯,
그런 고약한 조건을 걸기도 했단다.
12살 짜리 엄마는 새벽에 일어나 이불 빨래하고 집안 청소하고 어린 동생을 등에 업고
학교에 다녔다고 한다.
월반을 하기도 하며 5학년까지 고집스레 학교에 다녔던 엄마는, 그 후로도 계속 태어나는 동생
들과 외할머니의 매타작 때문에 결국 더이상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 참 좋구나. 여기... 에어컨 틀어주제, 종일 책본다꼬 누가 머라 하지도 않제'
계산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엄마가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엄마의 눈짓을 따라가 보니, 엄마보다 더 연세가 들었음직한, 은발이 멋진 할아버지 한 분이
의자에 앉아 책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얼매나 보기 좋노, 학식있어 보이고'
'엄마도 식당 관두고 나면 이런데 와서 시원하게 책도 읽고 그래'
' 내 팔자에 무신.... 기운 남아있을때까지는 내 벌어서 살아야지....'
하면서도 아쉬운 듯 서점 안을 자꾸 쳐다보았다.
난, 여태 엄마와 함께 서점엘 갈 생각을 한번도 안하고 살았었다.
우리 엄마는 책 같은 건 안보는 사람이라고, 어느 한구석에 은연중 엄마를 배움이 짧다고 ,
그렇게 치부하고 살았던가보다.
우리 엄마에게도 소녀적 꿈이있었고, 배움에 대한 한이 남았다는 걸 나는 알지 못했다..
'엄마, 노인학교나 한글학교 다닐 생각없어? 학비는 내가 대줄께'
왠지 짠하게 가슴이 뭉클해와 얘기했더니
'내 팔자에 무신 그런 호사를 할 여가가 어딧노' 하신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못했으니 짐도 되지 말아야 한다고, 우리 삼남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조그만 일인식당을 밤 아홉시까지 꾸려나가고 있다.
연세가 드실 수록 자꾸 작달막해져가는 우리 엄마...
지금도 학교가는 꿈을 꾸는 우리 엄마...
엄마, 이제 가끔 이렇게 서점에 모시고 올게요
우리 둘이 서점에서 근사한 티타임도 갖고 바닥에 털퍽털퍽 주저앉아서 책도 읽어요
참, 엄마, 몽실언니란 책이 있는데 글자가 큼직하고 그림도 들어있어서 읽기에 불편하지
않으실거예요
그 몽실언니,,, 꼭 엄마 어릴적 얘기같아서 아마 술술 읽기 좋으실거예요...
엄마 미안해요...진작에 서점엘 모시고 오지 못해서.....
엄마의 마음과 꿈을 알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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