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소중한 선물

글쓴이 김리자

등록일 2008-04-22 16:29

조회수 1,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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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신고 합니다!!
상경 손수정은 2006년 10월 4일 09시부터
동년 동월 8일 20시까지 휴가를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추석 연휴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명절 분위기는 커녕 혼자 제수 준비에 분주했던 저...
그 때 찾아 온 아들의 우렁찬 목소리...
예정에 없던 아들의 휴가에
코 끝이 시큰해져 오는 걸 느꼈습니다.
혼자 맞고 있던 연휴 첫날의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게
저희집도 명절이면 사람들로 북적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몇 번의 이별과 배신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며
조촐한 가정으로 변화된 우리집...
신혼시절부터 남편은 외항선을 탔었고,
한국에 있는 날이 많지 않자
시어머니께서는 남편없는 시집살이를 시킬 수 없다며
저와 아이들의 친정살림을 허락하셨죠.
다행이 시집과 친정이 한동네라서
시어머님께 소홀하지 않고도 친정에서 지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막내딸이라 유난히도 어여삐 여기시는 아버지와 어머니...
친정부모님을 모신다기 보다는
아버지께 얹혀 살았지요.
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나고 형부가 재혼을 하며
외할아버지에게 오게 된 조카 둘...
그 조카 둘을 자식처럼 키우며
제 딸 아이, 아들 아이와 함께 4남매처럼 키우며 살았습니다.
명절이면 두 오빠가 새언니들과 조카들을 데리고 왔고,
대가족이래도 손색없을 정도로 북적대는 가정이었습니다.
시어머니께선 항상 배려하며 대해 주셨고,
얼마 후 황혼재혼을 해 가까운 시골로 내려가셨습니다.
시동생과 동서와도 형제처럼 친구처럼 지냈지요.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재혼 후 미국으로 이민 간 형부에게서
아이들을 데리고 가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가기 싫다고 떼 쓰는 조카들은 물론이고
저를 비롯해 아버지,어머니도
자식처럼 키운 아이들이라 보내기 싫었지만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해 아빠에게 보내야만 했지요.
매년 한국에 보내준다던 약속을 지켜지지 않았고,
2년 후 아버지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 때부터 참 우스운 현실이 펼쳐졌습니다.
아버지 살아 생전엔 대문이 닳도록 드나들던 오빠들이
발길을 뚝 끊어버리더군요.
얼마 후 어머니와 우리에게
몇 일까지 집을 비우라는 통보가 떨어졌고,
그제서야 오빠들이 아버지의 집을 팔았단 걸 알게 되었습니다.
큰 오빠가 문맹이신 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아무것도 아니니 도장을 찍으라고 한 적이 있다던데
그 게 바로 재산을 큰 아들에게 위임하는 위임장이었던거예요.
제게도 집을 판다는 말은 없었지만
상속세가 많이 나오니 큰오빠에게
위임을 한 후 나눠가지자고 한 것이 그리 되었더군요.
어머니가 게신데 집을 팔아버리면 어쩌냐교 따지는 제겐
어머니를 모시고 집을 얻으라며 2천만원을 주었습니다.
터무니없는 액수인 줄은 알았지만 주는대로 받아야만했고,
후에 알고보니 그 집은 싯가 7억원에 팔렸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동시에
오빠 둘을 동시에 잃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5년의 시간이 흐른 후
전 또 한번의 이별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외항선을 타던 남편의 실종소식...
정말 믿을 수 없다는 말 외엔 표현 할 길이 없었습니다.
내가 여자임을 느끼게 해 준 남편...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준 남편...
그리 일찍 가야했기에 그 큰 사랑을 한꺼번에
풀어놓아야 했던걸까요?
그리고 남겨진 것은 남편의 목숨과 바꾼 돈...
그 와중에 시어머님께선 남편의 보상금을
나눠달라고 하셨습니다.
생전에 어머님께 빌려간 돈이 많다고 하시면서...
20년 가까이 저도 모르던 빚이고,
믿기 힘들었지만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동생도 따로 찾아와 돈을 꿔달라고 했고,
그마저도 전 내어 줄 수 밖에 없었지요.
아빠 잃은 아이들에게 아빠 자리를 대신 할
삼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돈을 상당 부분 넘겨드린 후
시동생은 단칸방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고 들었어요.
물론 그 이후로 어머니와 시동생은
쉽게 만나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빠없는 아이들의 입학식이나 졸업식은 커녕
명절 때도 전화 한 통 주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남과 동시에 시집식구들까지 잃어야 했지요.
인생이 왜 그리 어려운지...
왜 소중한 사람을 하늘로 떠나보낸 후엔
그 주위 사람들을 함께 잃게 되는지...
전 그들을 떠나 보내기 싫어 돈을 내어주곤 했는데
왜 그들은 돈과 함께 절 떠나는지...
만약 제가 그 돈을 움켜쥐고 있었다면
그들은 제 곁에 남아있었겠지요...
인정하기 싫지만 참 씁쓸한 현실입니다.
친정어머니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시고,
명절이면 저와 함께 전을 부치고 생선을 굽던 딸 아이도
시집을 갔으니 제게 올수도 없고,
아들마저 군대를 가고 쓸쓸히 맞는 혼자만의 명절...
그 와중에 대문을 열고 들어온 아들의 모습에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부쩍 씩씩해진 모습으로 팔을 걷어부치며
뭐 도울거 없냐고 묻는 아들...
아들과 하루종일 지난 세월을 이야기하며
가슴 따뜻한 추석 전야를 보냈답니다.
다음 날 오후 딸 아이와 사위도 제사를 지내고 찾아왔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런 손주와 함께말이죠^^
사위의 선물은 가족여행...
가까운 바닷가의 펜션에서 오붓한 하루를 보내며
외롭지 않은 추석연휴를 보낼 수 있었지요.
그리곤 밤바다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전 소중한 많은 사람을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제 곁에 있어 주는 아들과 딸..
너무도 사랑스런 외손주..
그리고 또 하나의 제 자식인 사위가 있어 행복하다고...
지난 해 제가 받은 추석 선물은
코 끝 찡한 깜짝 선물이 되었던 아들의 휴가...
장모님을 위한 사위의 가족여행..
그리고 딸 아이가 낳은 사랑스런 외손주였습니다.
그리고 작년 추석에 받은 가족들의 선물을 떠올리며 생각합니다.
그들이 제 곁에 있어주는
매일매일이 제겐 선물같은 나날들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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