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를 했다.
미모와 상관없이, 나이 마흔이 넘어 새롭게 설계한 내 인생의 컨셉에 충실하기 위해..
와~ 밥 빨리 먹네
왜 이렇게 급하게 걸어요?
말 좀 천천히 해요
귀가 따갑게 듣는 내 행동에 대한 말들은 전부 "급하다'로 요약된다.
성격도 급하다.. 생각보다 말이 먼저 뻗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뛰면서 생각하고 운전하면서 김밥 먹고 하다못해 운전하다가 신호대기중에
마스카라 까지 칠할 정도로, 난 늘 급하게 살았다.
내 성격이 원래 그렇게 급했나?
그런면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빨리걷기, 빨리 밥먹기, 빨리 말하고 빨리 행동하는 것 등은
타고난 성격이라기보다는 습관에 의해 형성된 것이란
생각이 더 들었다.
야무져 보이기 위해 홀랑 잘라 몇 년을 보브커트로 지낸 것은 먹고 살기 위한
이미지 컨셉이었다.
무채색 정장으로 채워진 옷장도 마찬가지다.
일년에 47개란 기록을 세운 벌금쪽지도 100% 속도위반이었다.
난 늘 급했다... 빨리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함..
그것은 조급증이라기보다는 불안증에 더 가까웠다.
그 불안증은 불같은 성격을 불러일으켰다.
빨리 안되면, 그게 마음에 안들면, 내 속의 불안증은 조급증을 동반해
파르르 지룰맞은 성격으로 끓어올랐다.
난 이제 되도록이면 느리게 살기로 했다.
평균보다 느리게가 아닌 평균에 맞추기 위한 이전보다 느리게..
그래서 파마를 했다. 야무져 보이기 보다는 푼수처럼 편안해보이고 싶어서.
혹시 외적으로라도 풀어지면 느리게 살수 있을 것 같아서.
컴퓨터앞에 '자판 천천히 치기'라고 써놨다.
후다다다다 쓰고 수정없이 휘리릭 올려대던 자판질을 이젠 천천히
얌전하게 치고 생각도 말도 수정하고 살고 싶다.
밥도 천천히 먹고 싶다.
밥 맛 보다는 빨리 먹고 털고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천천히 느리게 여유를 찾고 싶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닐것이다.
또 자판을 치다보면 어느새 후다다다다 말달리는 소리를 내고 있다.
굳어진 습관이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겠지만
이제 좀 바꾸고 싶다. 나를 나자신을 나를 둘러싼 것들을.
자판 천천히 치기..이 하잘것 없는 다짐을 나는 하나의 목표로 설정해놓았다.
이젠 치마도 입고 프릴달린 옷도 입고 애들한테도 되도록 좋은 말을 쓰고..
난 이제 느리게,, 천천히,, 그렇게 살고싶다..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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