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오페라 마술피리를 보고 와서...

글쓴이 마로니에

등록일 2006-07-11 16:35

조회수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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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화요일부터 줄곧 비가 올거라는 기상예보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맑지는 않았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몰라요.
경기도에 살아도 별불편함을 못느끼고 살지만 꼭 이렇게 공연관람을 하러 갈 때는 멀리사는 것이 너무 안타깝더군요.
오늘도 일찌감치 공연 2시간 전에 집에서 출발했지요.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며 이리저리 헤매는데 물어볼 것도 없이 제 앞으로 아이들과 엄마들 한무리가 지나가더군요.
그냥 쫓아가니 역쉬~ 예상대로 마술피리 공연장(브로딘 아트센터)이 바로 나오더군요.
집이 먼 것도 있지만 공연시간보다 30분이전에는 가 있어야 이것저것 느긋하게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하겠다 싶었는데, 이번엔 사진 찍을 만한 곳이 없더군요.
화장실을 이쁘게 꾸며놓긴 했지만 그 사진을 찍기도 뭐하고...
바닥에 신기한 스크린같은 것이 있어서 게임을 할 수 있게 해놓은 것이 전부였지요.
그동안 유아들을 위한 공연들만 다녀서 그런가?
공연장 앞에서 이벤트도 하고 사진 찍을 만한 것도 많던데 여긴 그런 것이 없어서 조금 아쉽더군요.
그러나 좌석이 경사를 이루는 계단식 구조로 되어있어 방석없이도 편안히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점은 너무 좋았어요. 그동안 저희 모자는 대강당같은 곳에서 주로 공연을 관람해서 방석이 2개는 기본이었고, 방석이 있어도 앞좌석에 어른이 앉아있으면 앞이 보이질 않아서 제가 아이를 안고 봐야 했거든요.
게다가 무대가 맨 앞 객석과 맞닿아 있어서(마당놀이처럼) 현실감있게 느낄 수 있었어요.
더군다나 저희 좌석이 맨 앞좌석이라 바로 앞에서 배우들과 호흡을 같이하고 살이 맞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오페라를 관람했으니 "오페라"라는 장르를 처음 접한 아이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단지 자리가 측면이라 무대옆면에서 준비중인 배우나 스탭진들의 모습이 비춰서 약간 어수선하긴 했어요. 바로 옆으로 무대장치를 치우는 모습이 캄캄한 와중에 보이고 심지어 장치를 옮기던 배우가 무대장치에 다리를 부딪혀 고통스러워하는 소리까지...ㅋㅋ
그리고 다른 분이 지적하신대로 작은 공간이라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으신지 모르겠지만 중창부분이나 중간중간 소리가 너무 작아서 잘 안들릴 때가 있었어요.
 
아무튼 공연이 시작되고 처음부터 마술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으시시한 조명과 무대장치가 분위기를 압도하더군요.
첫 마술(큰 구렁이가 철장 안에서 관객으로 변하는 마술)은 바로 앞인데도 어떻게 했는지 도저히 모르겠더라구요.
두번째 마술(파파게노가 말을 못하게 시녀들이 마술을 거는 장면)에서 파파게노의 입에서 알록달록한 천이 나오는 건 파파게노가 슬쩍 천을 입에 집어넣는 모습이 포착됐지요.^^
줄거리는 알고 있는대로인데, 돋보여야 할 타미노 왕자의 연기가 좀 미흡하고 서툴러서 멋진 왕자의 느낌이 많이 감소했어요.
오히려 감칠맛나게 연기하던 파파게노가 더 돋보였어요. 얼굴도 낯설지 않고(어디서 뵌 듯한...) 재치있는 입담과 연기로 공연내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지요.
파미나 공주역을 맡은 배우는 정말 예뻐서 안그래도 공주이야기라면 혹하는 여자아이들의 호응이 대단했어요. 관람후, 사진촬영때도 서로 공주 옆에 앉겠다고 했다는...^^
그리고 시녀와 파파게나 역을 맡은 배우분도 연기가 뛰어나셨어요. 할머니 분장과 목소리, 걸음걸이까지 완벽했지요.TV에서 뵌 듯한 흑인역 맡으신 배우분, 자라스트로의 행동대장 (교황복장을 하신 분)까지...자라스트로의 행동대장이신 분은 사실, 자라스트로의 목소리까지 연기하시더군요.
첨에는 무대 맞은 쪽 뒷편 오디오쪽에서 나오는 줄 알았는데 측면 맨 앞좌석인 저희자리에서 그 분이 무대뒤에서 자라스트로의 목소리를 연기하시는 게 보이더군요.
그리고 즉석 캐스팅된 천사아이... 연기는 서툴러도 고 나이에 맞게 어찌나 앙증맞게 얘기하던지...
저절로 입가에 미소짓게 만들더군요
 
극이 아이들에게 지루해지기 시작할 무렵, 갑자기 흐름이 빨라지고 급진전되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약간 구성이 흔들리는 느낌도 들었어요.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시간을 단축하다보니 갑자기 서둘러 마친 느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복수의 절규를 외치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겠지요.
밤의 여왕의 아리아 <지옥의 복수심 내 마음 속에 불타 오르고(Der Holle Rache kockt in meinem Herzen)> 는 정말 높은 옥타브의 노래라서 듣고 있으니 소름이 쫙 끼치더군요.
단지 TV에서 봤을 때 조수미씨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전혀 어렵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럽게,거침없는 기교로 불렀는데 이번 극에서 여왕역을 맡으신 분은 약간 힘겨워하는 모습이 비치더군요.
하지만 복수에 불타는 잔인한 밤의 여왕이 아니라 그 잔인함과 동시에 딸을 유괴당한 어머니의 슬픔을 너무나 잘 표현했어요.
 
오페라가 끝나고 사진촬영이 있다는 말에 여느때처럼 돈을 내야 하겠거니 했는데 의외로 그냥 찍도록 해주시더군요.
물론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앉아서 그냥 단체사진이 되고 말았지만요... 암튼 사진 찍을 돈이 굳어 팜플렛을 사니 왠지 횡재한 느낌이 들더군요.
오페라를 보기 전에는 아이에게 너무 어렵지 않을까 많이 걱정했는데 아이 눈높이에 맞춰 재구성해서인지 쉽게 다가갈 수 있었네요.
새로운 경험에 아이도 들뜨고 저도 이제 아이와 함께 더 많은 문화체험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에 뿌듯한 하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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