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여자들이 좋아하는 순정만화 처럼 예쁜 그림은 아니기에 손이 언뜻 가지는 않겠지만,
참으로 만화를 보고 오랬만에 울어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쇼가쿠칸만화상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다니구치 지로의 단편집입니다.
워낙 사람보다 개를 좋아하는 이상인이다 보니 책도 영화도 그런쪽으로 많이 보게 되네요..
흔히 생각하는 강아지때 부터 예쁜 모습, 즐거운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니라
이 책은 키우던 강아지가 늙어서 죽을 때까지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갑니다.
개를 기른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주제를 던져 주면서...
지금껏 제 인생에는 여섯 마리의 강아지가 있었습니다.
아주 어릴 때 아기때 부터 우리집에 있던 루비는 추정이기는 하지만
가출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끌려 간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때 아버지 회사 발령으로 인하여 서울 집에 놓고 할머니께 맡겨 놓았는데 집을 나갔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똑똑한 루비가 집을 못찾을 정도로 멀리 나갈리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나쁜 사람이 데려 간게 아닐까 아직도 가슴이 아립니다.
두번째 강아지는 루비가 죽기전 낳았던 강아지인데,
서울 집에 있던 것을 대구 아파트로 졸라서 데려 왔던 아이랍니다.
그런데 그만 방범창이 설치 되지 않았던 베란다에서 떨어져서 죽었답니다.
채 5살도 안되었던 어린 나이었는데, 죄책감이 뭐란걸 그때 처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세번째 강아지는 우리 쪼롱이...
방년 19살이 되는 나의 친구이자, 첫 딸이자, 나의 노견입니다.
눈도 잘 안보이고, 귀도 잘 안들리고, 냄새도 잘 맡지 못하지만...
아직도 제가 가면 꼬리를 흔들며 비틀비틀 저를 찾습니다.
그 모습이 안타깝고 장하고 대견하면서도 마음이 슬퍼 집니다.
이 만화가 그렇게 아프고 슬펐던 건 아마 우리 쪼롱이가 멀지 않았기 때문을 우리 모두가 알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중학때부터 기르던 나의 쪼롱이는 아무것도 몰라서 제대로 사랑해주질 못했습니다.
그냥 양육만하였지 사랑을 듬뿍 주질 못했습니다.
나의 네번째 강아지는 쪼롱이의 딸인 별이입니다.
별이는 열 세살 되던 해 자궁 충농증으로 인하여 수술 후 회복실에 있다가 하늘나라로 가버렸습니다.
워낙 애교가 많고 붙임성이 많아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 하던 시루떡에 박힌 까만 콩처런 예쁜 눈과 코를 가졌던 우리 별이가 싸늘하게 식어있었을 때...
이렇게 갑자기 갈 줄 몰랐었기에 병원 가던 날 한번 안아주지 못했던 것이 정말로 후회 스러웠습니다.
회사 다닌다고 병원에 한번 들르지 않았던 것이 미안해서...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별이가 죽고 나자 쪼롱이가 애기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별이가 하던 어리광을 다 따라 하고, 애교를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이녀석이 그동안 얼마나 부러웠으면 이럴까... 항상 너는 엄마니까, 너는 어른이니까 하면서 쪼롱이를 뒷편으로 몰았던 것이 이녀석이 많이 서운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하루 애기가 되어가면서 성격도 많이 온순해 지고, 예쁜 짓을 그리 해 대던 우리 쪼롱이가...
이제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우리개 이야기라는 영화 마지막에 아무 배경없는 화면에 자막이 올라갑니다.
있지.. 마리모..
하고 시작되는 이야기는. 미카라는 어린 여자아이가 마리모라는 강아지를 분양받으면서..
이제는 하늘로 가버린 마리모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너는 나보다 한참 어리면서... 나보다 한참 동생이면서..
왜 나보더 먼저 엄마가 되었니.. 왜 나보다 먼저 할머니가 되었니...
왜 나보다 먼저 죽어야 하는 거니...
강아지따윈 키우는 것이 아니었어....
하는 글이 올라가는데 가슴이 매여서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개를 기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왜 먼저 가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돌봐주고 싶고 예뻐해주고 싶고 옆에 두고 싶은 걸까요..?
어린 마음엔 귀여워서, 예뻐서...라 하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단순히 예쁘고 귀여워서가 아니라...
그 이상의 무엇이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돌보면서 생기는 그 기쁨은 단순히 모르는 사람이 보면 고생이겠지만 뭐라 말할 수 없이 마음의 평화를 주는 것 같습니다.
강아지는 자신을 예뻐해 주는 사람을 알고, 야단을 맞아도 마음에 품고 있질 않고...
가끔 서운해도 자신을 뒤 돌아봐 주는 주인에게 기쁘게 꼬리를 흔드는 그 마음이 예뻐서..
착하게 살아야지.. 하는 마음을 주게 하는 것이 바로 나의 강아지 인것 같습니다.
그 바보같은 믿음이.. 주인을 향한 사랑이 너무 예뻐서 차마 그 아이를 배신 할 수 없게 하는 것이
그게 강아지 인것 같습니다.
누군가 나를 조건없이 사랑해 주고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
그게 저에겐 를 기르게 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