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토끼옷을 모마켓에서 발견하고 필이 꽂혀버렸다.
토끼옷을 사고 싶다..!
토끼옷 앞에서는 19800원이라는 가격도 비싸 보이지 않았다.
나는 역시 오타쿠인 것인가..
같은 판매자가 세라복도 3만원에 팔고 있었는데, 세트로 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나이와 얼굴을 생각해서 참으라며 말렸다.
그래서 아직도 옷을 사지 못하고 있다.
거울 앞의 나를 본다.
다크서클이 점점 내려오고 있다. 내가 주온도 아니고~!
게다가 피부는 점점 흑갈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얼굴 또한 마찬가지다. 여성스럽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던 얼굴이 점점 잘 생겨지고 있다.
그래서 접근하는 남자들의 수준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몇 년 전 매우 잘 생긴 남자가 접근한 적이 있었다.
내 친구가 좋아하는 남자라 거절했지만, 지금이라면 얄짤 없어~!
우정? 의리? 그딴 게 다 뭐야..
내가 그렇게 잘 생긴 남자를 거절하다니..ㅠ.ㅠ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까지 의리 생각해서 거절하고 연락 끊었더니,
정작 그 친구는 남자 때문에 나랑 싸우고 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일 년 전, 또 그런 필이 나는 남자가 접근했다.
그 때도 이상한 여자가 술 먹고 그 남자에게 비비적거리며 '넌 내 거야~저 년한테 가지 마' 하더니
그 남자를 끌고 가 버렸다.
중요한 건, 그래도 그 때는 그런 남자들이 접근할 정도로 나 자신의 가치가 인정받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일 년만에 나는 왜 이렇게 변해버렸나..
고된 일과 야근 때문이다~! 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사람들은 처음 입사할 때부터 이 모양이었다고 말해 준다.
내가 변한 것은..가난을 체험하고 나서인 것 같다.
사랑이 떠났을 때..나는 그 사랑에 망가졌고, 회사도 때려치고 집 안에 틀어박혀 매일 술만 마셔댔다.
그러나 월세는 밀리고 마이너스 통장이 최고 대출액을 간당간당할 때..
나는 빚을 갚으며 미친 듯이 일을 해야 했다.
아침 9~6시까지 공부..7시~11시까지 학원 알바..학원도 두 개 뛰고..
주말엔 9~9시까지 피시방 알바..게다가 재택근무까지..
일만 하면 말을 안 한다. 나는 그러면서 무려 세 명의 남자를(내가 기억하는 것만) 갈아치웠던 것이다.
나는 그 때 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았다.
헤어졌다고 슬퍼해봤자 자신에게 아무 도움도 안 된다는 것을..
돈 앞에선 양심, 신념 이런 것들은 아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대학교 때 농활, 빈활을 하며 사회학 책을 옆에 끼고 앉아 토론을 하고..
도시 빈민의 삶이 어떻고..민중가요를 부르고..
다 쓸데없다. 그 때는 내가 도시 빈민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런 여유를 부리고 돌아다녔던 것이다.
아무튼..
지금의 나는, 잘 생긴 오타쿠가 되었다.
내 얼굴..
하지만 코스프레를 미소녀만 하는 건 아니잖아~!
나에게도 기회를 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