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전을 보러 갔다.

글쓴이 빗자루

등록일 2006-06-26 11:51

조회수 2,336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피카소전을 한다고 해서 보러 갔다.
시립미술관은 걸어가는 길이 참 아름다웠다.
만이천원이나 하는 입장권을 사고..피카소의 그림들을 둘러보았다.
솔직히 그림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아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뭐 커다란 감동은 없었다.
피카소는 수많은 여성 편력으로도 유명한 화가다.
늘 그렇듯이..위대한 남자 예술가는 여자들의 희생을 전제한 내조를 받으면서
자신의 예술적 혼을 불사르기 마련이다.
까미유 끌로델을 희생시킨 로뎅이 그렇고..박남준도 부인의 헌신적인 희생..
물론 피카소 또한 17살의 소녀와 사랑을 나누는 등 전형적인 남성 예술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난 거기서 특이한 사람을 발견한다.
프랑스와즈 쥘로..피카소와의 사이에서 두 아이를 낳은 여인..
그녀는 피카소의 여자들처럼 희생되어진 것이 아니라,
최초로 피카소를 먼저 떠난 여자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피카소에게 버림받은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피카소를 떠나 또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한다.
행복하게 잘 살았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난 그녀의 용기있는 행동에 주목했고, 그녀의 선택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피카소가 만난 여인들은 빛나는 사진 작가였거나 가능성 있는 신예 화가였거나,
피카소가 없었다면 그 스스로 빛날 수 있는 여인들이었다.
그러나 피카소를 만난 후 그녀들의 예술적 혼은 피카소에게 물처럼 흡수되고..
단지 21세기의 우리들에게는 피카소의 여인들로만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와즈 쥘로..
피카소를 떠났기에 홀로 이름으로 기억될 수 있었던 그녀..
난 그녀에게 감동받았다.
피카소는 다른 여인들과 함께 있을 때는 그녀들에게서 영감을 얻어
특출한 그림들을 많이 그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와 있을 때는..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를 피카소의 예술성 앞에 온전히 바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시기의 그림들은 별다를 것이 없었다..라고..씌어 있다.
그래서 더욱 그녀가 멋있어 보인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은 내가 발휘해야 하는 것이지, 사랑이라는 이유로 남자에게 귀속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예전에 '아주 작은 차이'를 읽었을 때 그 속에서 인터뷰했던 정신병자의 얘기를 봤다.
그녀의 남편은 잘 나가는 작가..그런데 남편은 그녀의 습작들과, 상상력을 발판 삼아 글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라는 이름으로 영감을 제공해 주고 남편 뒤로 숨었던 그녀는 결국 정신병을 얻었다.
프랑스와즈는 피카소에게 희생되지 않았다.
그녀는 그녀 그대로 온전했다.
거장 피카소의 예술적 재능 안에 빨려들지 않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두 아이를 데리고 피카소를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생각해 본다.
멋지다. 나는 그런 여인들을 닮고 싶다.
온전한 자신 개인의 삶을 존중할 줄 아는 그런 모습을..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글수 글수(36,847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14431   옷이 마땅찮네.. silkyddo..2006-06-292289
14430   기문전환으로... 대하맘2006-06-292402
14429   문화 생활을 즐기고 싶다. 빗자루2006-06-292374
14428   왜 이리 어려워.. silkyddo..2006-06-282451
14427   늙으나 젊으나.. 대하맘2006-06-282427
14426   오늘도 무사히.. 송이2006-06-282451
14425   초등체벌 도를 지나치네... 도로시2006-06-282426
14424   내 나이 빗자루2006-06-282431
14423   과거에서 벗어나라.. 미니2006-06-282423
14422   갑자기 별일.. silkyddo..2006-06-272296
14421   아이가 상을... 대하맘2006-06-272394
14420   난 이곳에서 잠을 이겨요.. 슈슈2006-06-272325
14419   월드컵이 끝나고 나니... 민트2006-06-272367
14418   인생뭐 별거 있수??....... 프리마돈..2006-06-272439
14417   노는 게 더 힘드네.. silkyddo..2006-06-262320
14416   먹고 살기 참 힘드오... 송인영님..2006-06-262422
14415   껌딱지 뱃살공주..2006-06-262422
14414   날씨가 왜이러지?? 송이2006-06-262408
14413   반갑지만 힘이 들어서... 대하맘2006-06-262449
14412   컵이 깨졌어요... 쩐여사2006-06-262444
14411   인사드립니다 실크로드..2006-06-262483
14410   피카소전을 보러 갔다. 빗자루2006-06-262337
14409   어제 처음 사람을 죽였어요... 누봉이2006-06-262726
14408   퍼온 그림, 16강보다 더 큰 것들... 신안남2006-06-262443
14407   냄비에요... 대하맘2006-06-252527
14406   비온다더니 한개도 안오네.. 슈슈2006-06-242540
14405   축구는 오늘 죽....었다. cara2006-06-242478
14404   여자로서 당황스러울 때 빗자루2006-06-232453
14403   결전의날... 초록빛2006-06-232469
14402   한차례씩 찾아오는 우울증..... 프리마돈..2006-06-222484
14401   애구 힘들어.. silkyddo..2006-06-222446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