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눈뜨자 마자 머리맡에 둔 라디오 뉴스에서
토고전에서 한국이 2 : 1로 졌다는 멘트가 쏟아졌습니다.
아이고, 이걸 어쩌뉴. 다들 패닉현상에 빠지겠군 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 식구들한테 그랬죠. 토고전 져버려서 어쩌냐?
울 딸이 "엄마 뭔소리야. 토고전은 오늘 밤에 하는데. 누가 졌다고?"
아무래도 귀신에 홀렸나 보다. 꿈이었던 거여.
일단은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이런 꿈 꿨다고 하면 다들 재수없다고 할테니
입을 꾸욱 다물어야지 했습니다.
토고전 본다고 저녁은 좀 일찍 먹고, 토고전 보면서 다림질 하려고 빨래는 일찍 빨아서
따로 쌓아두고 수박도 사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
내내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시청 앞에 가서 보자는 아들넘의 말에 남편의 냉정한 말 한마디
밟혀 죽는다!
온 나리가 이런 난리법석이 없는데 정말 내 꿈처럼 토고전에서 져버리면 어쩌냐. 싶어서
걱정이 태산, 안보고 말아야지 했다가도 결국은 TV 앞에 앉아서 온가족이 계속
짜증을 부렸습니다.
그래도 박지성 밖에 없네. 이천수가 프리킥을 얻었을 때...아이고 이천수가 골 넣는 건 한번도
본적이 없다는 아들넘의 말에 TV에서 프리킥은 이천수가 잘 찬다는 차두리의 말이
바로 이어지더니, 아 정말로 이천수가 공을 넣었습니다.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잘 생긴 안정환이 한골을 더 넣고.
축구는 끝났는데 정말 온 몸의 기운도 모두 빠지고
이겼다는 기쁨보다는 하루종일 어찌나 질까봐 전전긍긍 걱정을 했더니
꼭 고 3 수험생 시험 끝난 그런 기분입니다.
이 월드컵, 16강에 못 가면 울 나라 사람들 다들 우울증에 빠지거나
홧병이라도 날까봐 이 6월이 너무 싫고만요.
그냥 후다닥 끝나버렸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