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참을 지났나 싶더니 어디서 쿵, 쿵, 쿵! 뭐가 이리도 부디치는 소리 들린다. 소리 따라가면 소나다. 얼마나 골아 떨어졌으면 자리에 앉아 자기 뒤통수가 창문에 연달아 부디치는 줄도 모를까 싶다. 그러다 전철이 좀 급하게 서버렸는지 고개 획하니 젖혀지며 깬다. 부스스해 하며 뒷창문을 보는데, 내릴 역이다. 젠장스럽다. 문이 닫히려고 하자 후다닥 뛰어 내린다.
계단을 따라 출구로 올라 온 소나. 햇빛 한 번 보고, 크게 한 숨 쉬어 본다. 이내 출근길을 재촉하며 걷는데, 저 앞에 왠 사람 하나가 길바닥에 앉아 고개를 파묻고 있다. ‘뭐야?’하면서 무심히 지나간다. 하지만, 이 멈춰지는 다리는 뭐란 말인가. 다시 뒤를 돌아 앉아있는 사람을 본다. 모양새를 보나하니, 한 일 년은 빨지 않은 듯 한 신발, 바지 사이로 드러나는 짝짝이 양말, 그리고 그 어느 지구인도 가지지 못한 개구리 손가락, 덥수룩한 머리 위에 쓴 커다란 헤드폰. 왠지 그 자식 같다. 다가가는 소나. 꾹꾹 어깨를 찔러 본다. 조용히 대답하는 주영.
주영 : 아직 안 죽었다, 가~
소나 : 주영씨, 여기서 뭐 해요?
주영, 많이 듣던 목소리다. 그래도 여전히 고개를 파묻고는,
주영 : 넘어졌어요.
소나 : 근데, 왜 이러고 있어요? 많이 다쳤어요?
주영 : 아니오. 쪽팔려서.
소나 : 이러고 있는 게 더 쪽팔리겠다. 일어나, 빨리 가자.
묵묵부답, 주영. 꿈쩍도 안한다. 그러면 너는 그러고 있어라 나는 간다, 일어나는 소나, 가려고 하는데, 덥석 소나의 발목을 잡는 손. 놀란 소나 돌아보니 주영이 소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소나 : 뭐, 뭐하는 거예요?
한 참을 바라보다가, 마저 한 손으로 발목을 붙잡고는,
주영 : 엄마.
놀라는 소나.
주영 : 엄마, 나 버리고 가지말어.
소나 : 뭐하는 거예요. 미쳤어요?
주위를 둘러보는 소나, 지나는 사람들 여지없이 쳐다본다. 당황스러운 소나자기 바지를 잡아당기며,
소나 : 빨리 놔, 노라고, 좀!
주영 : 엄마, 나 버리지 마, 엄마. 앞으로 말 잘 들을게, 그러니까 나 데리고 가, 엄마.
눈물을 글썽이는 주영. 소나 당황하다 못해 미치겠다. 아예 다리에 매달리는 주영. 다리를 흔들고 가방으로 머리를 치고 다른 발로 밀치고 난리다.
소나 : 야, 놔! 놔! 그리고 내가 왜 니 엄마야!
점점 드라마처럼 흐르고 있다...
주영 : 엄마, 그러지마, 엄마. 그리고 나 안 울게, 그리고 밥투정도 안하고, 잘 먹고 나가서 돈도 벌어 올게, 그러니까, 엄마, 나 버린다는 말, 하지말어, 엄마. 응, 엄마?
눈물을 주렁주렁. 소나 미치고 팔짝 뛰겠다. 다리를 빼려고 갈 때마다 질질 끌리며 딸려오는 주영. 사람들 수근 서린다. ‘뭐야?’, ‘연극하는거야?’, ‘몰래카메란가?’등등.
소나 : 이제, 그만 좀 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주영, 눈물을 닦으며,
주영 : 알았어, 엄마. 놓아줄게. 그 대신 나 잊지말고 그리고, 그리고, 행복해야 해, 엄마.
그리고 후다닥 사람들을 뚫고 뛰어가는 주영, 뒤돌아보면서 한 마디 남기고 다시 뛰어간다.
주영 : 사랑해, 엄마!
소나, 멍하니 뛰어가는 주영을 본다. 그러다 주위를 보니 사람들 소나를 보고 있다. 꽤나 많이 있다. 수명? 아니, 십 여 명? 그 보다 많이 수 십 명. 소나를 보고 감동 받아 눈물 글썽이는 어느 가녀린 쳐녀도 있고, 폰카로 사진 찍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경찰도... 송주영, 이 인간... 나를 병신 만들어 놨어...
즐거운 소나의 출근길, 그녀는 박수를 받으며 그 길을 지났고 사람들은 한 동안 그 모자(母子)를 기억했다. 인터넷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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