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떠나고 싶다..

글쓴이 히틀비

등록일 2005-09-27 15:21

조회수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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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가을인가 보다..
날씨가 좋다..밥을 먹는데 하늘이 너무 맑아서
갑자기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그냥 동네 가까운 산책 말고..
배낭을 짊어지고 떠나고 싶어졌다..
매일 두부 한 모가 다른 가게에선 오백원인데 왜 여기만 천원이냐는 둥..
몇백 원에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깎아보려고 악다구니써대던
나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책 한 권 들고 그냥..목적도 없이..발길 닿는 대로..
그렇게..
어쩌면 그렇게 가다 보면 내 첫사랑이 살았던 곳..
그 곳에 닿아서 추엇을 되새겨보고 있을지도 모르고..
또는 북한산 한 자락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지금껏 행복이란 늘 불행한 삶 속에서 한순간 느껴지는 착각의 감정일 뿐이라고 생각해 왔던 내가..
어느 새..고요히..미소를 띠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된장찌개 하다 남은 두부를 처리 못하고 냉장고에 넣어놨다..
일주일 후 남편에게 들킬새라 눈치 보며 쓰레기통에 집어넣던 일..
고된 일 끝나고 와서 집에 오면 쓰레기장처럼 널려 있던 집..
그런 것들..나를 열받게 하고 나를 주름짓게 만들었던 것들..
그런 것들이..아마 떠나는 그 순간만큼은 잊혀진 것들이 될지도 모르겠다..
누구의 부인이 아닌,누구 엄마가 아닌,
온전한 내가 되어 떠나고 싶다..
아무도 내 곁에 없어도..가방 하나 등짝에 매고..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면..나는 어느덧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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