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외출했거든요. 휘적 휘적 길거리를 걷는데...문득 아주 쪼그만 가게 하나가 눈에 쏘옥 들어옵니다. 가게가 그리 예쁘게 치장해놓진 않았는데도 싱싱한 꽃바구니들이 앙증스러울 정도로 작은 가게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꽃이구나! 꽃이야...라믄서...그 앞으로 어그적 어그적 지나치다가...다시 거꾸로 뒷걸음쳐서..가게 안으로 쏘옥 들어가게 됩니다.
주머니 사정 생각하면..아, 이러믄 안되는데...라는 머리속과는 달리 처음엔 한단만요. 어 두단도 좀 부족한 거 같아요. 한단 더 주세요. 아, 그리고 안개도 있으면 좋겠어요. 얼마예요...이리하여 얼마후에는 후레지아 꽃 세단과 안개한단을 곱게 포장하고 있는 아줌마와 도란 도란 이야기 하고 있는 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머리 속에서는 으아앙악..하는 비명소리가..)
그 아줌마..꽃집 아줌마라 그런가? 조금 헝크러진 머리에 주근깨가 잔뜩 있었는데도 뽀송한 피부와 눈가의 잔주름이 고스란이 드러나 보이는 맨 얼굴이지만 아주 예쁘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아줌마가 그러시대요. 지금 이 시기가 후레지아 꽃이 제일 이쁠 때라고...첫 망울을 피운 꽃이라서 더 예쁘다는 겁니다. 과일도 끝물에 나온 것은 맛이 없듯이...꽃도 그렇다고...
사람도 그럴까? 하지만 나이 들어도, 얼굴에 화장하지 않아도....예쁜 사람은 ..정말로 꽃보다 더 예쁜 듯 하기도 합니다. 예쁜 사람이 곱게 포장해준 꽃다발을 안고 오면서 무쟈게 행복했는데....그토록 행복했던 것은 ..나를 위해 꽃한다발을 샀다는 사실입니다.
자꾸만 강팍해져가고 짜증이 늘어가는 요즘...
문득 무엇때문에 내가 고민하고, 무엇때문에 사는 지도 잘 몰라서 멍해지는 것 같아 더 고민인 요즘 아무 생각없이 산 꽃 한다발을 커다란 머그 컵에 꽂아 놓고 앉아서 마냥 헤헤 거리고 있습니다.
예전엔..주변 사람들에게 꽃을 자주 선물하곤 했는데...그건 내가 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적에 화단이나 수십개의 화분에 나무며 온갖 꽃나무를 심어 놓고 철이 바뀔 때마다 피어나는 꽃을 바라보며 좋아하셨던 엄마 때문인가? 암튼 저도 꽃을 보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져서...꽃 한다발 사는 돈은 절대 아깝지 않고, 또 내가 선물한 꽃을 받은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하하.. 제가 좋아하는 꽃을 사주는 사람은 없더군요. 모두 꽃이 비싸다고 느끼는 것일까요? 그래서 이젠 가끔..그냥 오다가다..꽃집 앞에 서게 되면..그리고 꽃값이 엄청 비싸지 않을 때면..저절로..그 꽃을 사들고 오게 됩니다.
그런데 누굴 위해 사는 것도 즐겁지만 내 자신을 위해 사는 일은 더 즐거운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된 듯 싶습니다.
오늘도 하늘은 시커멓죠.
하지만 내 책상은...환한게...멋진 봄입니다.
이 봄을, 내가 만든 멋진 봄을 오늘 분주해서 정신없는 여러분들과 함께
흠뻑 즐겨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