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스님........

글쓴이 누봉이

등록일 2005-02-03 23:26

조회수 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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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스님이 단식을 한지 100일이 되었습니다.
매스컴은 온통 스님의 앙상한 모습과 100일이라는 기념비적인 단식기간에 대해 떠들어 대고 있습니다
매스컴은 마치 스님을 간디처럼 영웅시하고 있네요.

그러나 스님..
저는 왜 스님의 모습을 보면서, 이기적이라는 생각이들까요?
도룡뇽 한마리조차 사랑하시는, 산야의 이름없는 풀꽃조차 보듬으려 하시는
스님의 무한사랑을 보면서, 한심한 중생에 지나지 않는 저는 왜 자꾸 스님이 미워집니까?

아, 스님,
어제도 가장이 빚에 몰려 일가족을 죽이고 제 목숨도 끊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아, 스님,
가난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아이들을 품에 안고 낙엽처럼 떨어져 죽는 이야기는
이제 뉴스거리도 못될 지경입니다.
아, 스님
실업자가 되어 하루하루 연명하는 신체 멀쩡한 청년들이 부지기수 입니다
아, 스님
조롱박같은 아이들이 자라나갈 시간은 아직도 먼데, 벌써 직장에서 내몰린 아버지들 한숨이 한겨울 김처럼 피어납니다
아, 스님
모멸과 비참함을 반찬 대신 씹는 결식아동들이 미취학 포함하여 35만 여명 이라고 합니다.

나무가 자라고, 풀이 우거지고 도룡뇽이 뛰어노는 아름다운 자연도 좋겠지요..
후손에게 물려줄 ,대대 손손 물려줄 아름다운 금수강산... 참 좋겠지요,
그러나, 스님,
목숨으로 지켜내고 싶은 천성산은 이미, 모텔과 노래방과 음식점으로 뒤덮였다지요..
이미 지하수 펑펑 퍼내쓰고 있다지요
절 앞까지 콘크리트로 꽁꽁 발라서 자동차가 왔다갔다, 땅이 숨도 못쉬고 있다지요.

스님..
천성산 터널 공사를 중지하면 2조원의 손실이 있다네요
그 돈이면,, 낙엽처럼 스러지는 어머니와 자식이,
을씨년스럽게 어깨 웅크리고 걷는 비참한 청년백수들이,
자식들 머리통 쓰다듬으며 죽지도 못하는 신세를 눈물로 삼키는 아버지들이,
개한테 줘도 안 먹을 도시락을 받아먹는 아이들이...
부도난 회사 사무실에서 목을 달아매는 가엾은 영세 사장들이..
조금은 숨통이 트이지 않겠습니까?

스님,
경부고속도로 놓을때 김대중도 김영삼도 내노라하는 국회의원, 교수들이 반대했다지요
철도를 놓을 때, 상투 튼 양반님네들이 산세 지맥을 끊는다고 자결까지 서슴지 않았다지요
그러나, 스님, 우리는 고속도로 덕분에 5,000년을 괴롭히던 보릿고개에서 벗어나지 않았던가요?
천성산 터널은 새로운 희망의 진군가이기도 합니다.
오해는 하지십시오
자연을 마구 훼손하자는 소리가 아니까요
이제 우리는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70-80년대 한강을 기억하십니까?
물고기가 살지 않던 더러운 죽음의 강이었습니다
겨울이 와도 얼지 않는 오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스님, 지금 한강 보셨습니까?
철새가 날아오고 강태공 낚시 끝에 잉어가 매달려 나오지 않던가요?
하도 더러워서, 냄새나서, 도로가 모자라서 덮어두었던 더러운 청계천을
지금은 아름답게 복원하고 있지 않습니까?

먹고 살기 어려울 때는
산의 나무란 나무는 몽땅 베어다 아궁이에 처넣었지요?
그래서 50-60년대 우리나라 산은 온통 벌거숭이었습니다.
하지만 보릿고개에서 벗어나 겨우 주린배를 채우고 나자 산림녹화를 하기 시작했고, 이제 제법 산마다 푸른기운이 울창합니다.

스님,
설악산도, 지리산도, 남산도, 터널이 다 뚫렸습니다
그러나 설악산 다람쥐도 지리산 멧돼지도 남산 산토끼도 씨가 마르지 않았습니다.
설악산에서는 여전히 온천이 나오고, 지리산도 여전히 안녕하고 있습니다.
스님
우리나라는 60% 이상이 산으로 빽빽 막혀있습니다
좁은 땅덩이, 도로 하나 놓자면 몇개의 산을 만나야 할까요?
그 산을 피해서 돌아서 길을 놓자면, 또 어떤 들과 강이 훼손되어야 할까요?
아니, 아예 산을 피해서 길을 놓는다는 건 우리나라같은 지형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길도 놓지 말고, 기차도 가지 말고, 괴나리 봇짐 챙겨들고 구두 몇 켤레 준비해서 쉬엄쉬엄 꽃도 보고 산도 보고 지나가는 사슴도 보면서 석달 열흘동안 서울 가는 길은 낭만과 운치는 있겠지만, 지금 그게 가당키나 합니까?
수출 화물은 어디로 운반하며, 자재와 완성품은 어떻게 운반해야 하며 물류는 어떻게 통과시켜야 할까요?

꽃보고 달보고 바위보고 도룡뇽보며 그렇게 살아야 할까요?
그런데 스님..
자연의 일부분으로 , 자연에 순응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프리카 인들이..왜 우린 불쌍하게 보이는거죠?
굶어서 빼빼 마른 그들을 보면서 꽃보고 달보고 얼룩말보고,, 행복하게 살거라는 생각이 왜 전혀 들지 않는거죠?

스님,
스님이 목숨을 바치는 도룡뇽과 풀꽃들,,,, 귀중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스님이시니 알겠네요. 사람의 목숨 역시 삼라만상 중에 귀중하고도 귀중한 것이란 것을.
처음엔 도룡뇽때문이라더니. 지금은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단식으로 목숨을 끊겠다고 하십니다.

스님,
스님의 목숨을 살리려 정부정책을 포기하게 되면, 아마 앞으로 대한민국은 단식공화국이 될 것입니다
자기에 집 근처에 쓰레기장이 생기면 단체로 단식투쟁할 것이고
자기네 동네에 화장시설이 들어선다면 또 단식으로 끝장을 볼라구 할겁니다
땅 값 떨어져도, 집값이 떨어져도 단식만 하면 정부가 다 들어줄 거니까요
그렇게 되면 안 그래도 거꾸로 가는 이놈의 대한민국, 아주 아작이 날것입니다.

스님.
도룡뇽을 위해서,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위해서, 더불어 살아갈 자연을 위해서 보다,
35만 결식아동을 위해 국 한 그릇 떠주는 보시를 해보시지요.
허물어져가는 월세방에서 질긴 목숨을 이어가는 독거노인을 위해 설거지 한 번 해보시고 단식하시지요

아름다운 자연환경,,, 지켜가야 합니다, 반드시,
하지만 , 반드시 사람살이와 더불어 지켜가야 합니다.

스님,
도룡뇽 뿐만이 아니라, 사람도, 사랑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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