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동창이 예고도 없이 찾아든다. 김밥을 사들고 들어온 것을 보니, 점심식사 전인가 보다. 가게에서 마주앉아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제 남편 이야기로 발전한다.
"얘. 여자두 바람 필 수 있지? 너 그거 어떻게 생각 해?"
"......"
"말해 봐라. 이해 할 수 있지?"
"가정 가진 여자야?"
"그래."
"으~응. 절대로 이해 못하지."
"남편이 바람 피우는데?"
"글쎄. 난 그런 경험이 없어서..."
"그래?"
"니 신랑은 바람 폈어?"
"그러~엄. 얼마나 속 썩였는데."
좋게 말하자면 오지랍이 넓은 여자고, 나쁘게 말하면 앙큼한 그녀다. 지금 육십의 나이에 들어서니까 실토를 하는 그녀니까?
"우리 신랑은, 그렇게 여자가 잘 꼬이더라."
"뭐, 매력이 있나보다."
"잘 생겼잖니."
"......"
"별명이 '리차드 기어'야."
"아, 문디 가시나. 내가 보니까, 뭐가 그리 잘 생겼디?"
"언제 봤어? 너 언제 우리 신랑 봤나?"
"그때 니 시집 출판회 때. 키도 작드마는..."
"키가 1미터 70이 넘는데?"
참고로 우리 집 남자들은 187, 180, 178센티다.
"아, 지랄한다. 남자 키 1미터 70이 키냐?"
'지랄한다'는 경상도 식으로는 상 소리가 아니다, 허물없는 사이의 '웃긴다'는 표현이다. 지금 생각하면 나도 웃기는 일이었다. 왜 기를 쓰고 동창의 남편을 하대하려고 애를 썼을까?
저녁에 남편이 왔기에, 어깨를 흔들며 얼굴을 그이의 코 앞에 들이댔다. 사실은 아침에 그이의 밥을 굶겨서 출근 시킨 게 미안해서 부리는 내 술수다.
"연희동 친구가...어쩌구...저쩌구... 암만 봐두 내 신랑이 나은데?"
그이도 싫지 않은가 보다.
"키가 작지 않았나? 그때 출판회 때 봤던 그 친구 아냐?"
"그치, 그치."
내친 김에 집에 있을 그 동창에게 전화를 건다. 내 장난기가 또 발동을 한 게다.
"야. 지금 우리 신랑 퇴근했는데, 보니까 니 신랑보다 내 신랑이 났다."
"......"
"야. 웃어야지~, 왜 안 웃어?"
그녀는 시무룩한 목소리로,
"그래. 다 제 눈에 안경이다."
"너 안 웃었어?!"
"와 웃어야 되는데?"
조금은 신경질적인 그녀의 발간 얼굴을 그린다. 크크크. 군자도 웃긴다. 아, 지랄한다. 킥킥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