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의 자리

글쓴이 만석

등록일 2004-11-17 00:32

조회수 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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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남매를 키웠다. 아니, 아직도 키우고 있다는 표현이 옳겠다. 결혼을 해서 두 딸의 어미가 된 큰딸. 32살이 아직 이르다고 버티고 앉아 결혼엔 감감무소식인 큰아들. 29도 적은 나이가 아니지만 아직도 멀었다며 공부만 파고 앉았는 작은딸년을 낸들 어쩌겠는가. 형이, 그리고 누나가 그 지경이니 아직 대학생인 26의 막내야 말해 무엇하리.

'품 안의 자식'이라 했던가? 그 품은 어디까지의 품인고? 결혼을 한 큰딸도 아직 내 품 안에 있고, 그 아래 세 녀석이야 물론 내 품 안에 있다. 나는 이렇게 아직 사 남매를 하나도 품 안에서 내 보내지 못했다. 눈을 감아 잠이 들면, 그때는 내 팔이 벌어져 내 품을 빠져나가는지는 모를 일이다. 아니, 그래도 내 꿈 속에선 아직도 내 품에 안겨있다.

내가 오지랍이 넓어서도 아니고 팔이 길어서도 아니다. 자식이기에 그냥 그렇게, 언제나 품에 안고 그자리에 서있다. 나는 품 안에 있는 아이들에게 내 모든 것을 먹였다. 먹여도 먹여도 끝없이 즐거운 것을 뉘라 말리겠는가? 그래서 내 품은 화수분이라지?

그러나 내 손으로 집어 주지 않아도 잘도 주워먹는 게 있었다. 나는 먹으라고 일러주지도 않았고, 먹는 것이라고 일러준 일도 전혀 없었지만, 제 알아 잘도 주워먹은 것. 그게 나이란다. 나이. 한 살 먹고 두 살 먹고 또 세 살 먹고...먹어서 쌓이는 것은 나이 뿐인가.

아이들은 나이를 주워먹을 때마다 어미의 품에서 한 발자국씩 뒷걸음질을 친다. 두 살을 주워먹으면 두 걸음을, 세 살을 먹으면 세 걸음을...뒤는 돌아보지도 않고 그렇게 걸음을 옮긴다. 누군가 내 아이의 어깨를 두드리면 그때에야 돌아본다. 내 큰딸처럼.

나머지 세 아이들도 누군가 어깨를 두드리면 돌아 설 게다. 큰아들도 작은딸도 막내아들도. 그래서 사람들은 아이들이 내 품에서 멀어졌다고들 말할 게다. 이제는 품 안의 자식이 아니라고 말이다. 아비는 나에게 일찌감치 각오를 하라 이른다.

그러나 그 각오라는 게 서러운 것은 결코, 절대로 아니다. 내가 서러운 이유는, 아이들이 자꾸만 내가 멀어졌다고 말하는 데에 있다. 어미 옆에서 멀어진 것은 그네들이지만, 자꾸만 어미가 저희들에게서 멀어졌다는 게 서럽다는 말이다. 나는 이렇게 아직도 품 안 가득 안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직도 어미가 필요할 때 돌아본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행복한 일이 아닌가? 아이들이 필요할 때 찾아 줄 수 있는 자리에, 내가 그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말이다. 아하, '죽은 정승보다 산 개가 났다'는 게 이런 것이렸다.

얘들아~.
어미는 아직도 이자리에 이렇게 있으마. 간간히 돌아보며 나를 행복하게 해 주렴. 오늘 밤처럼, 내일도, 모레도, 또 그 내일도 모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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