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각 마다 이상한 습관이 있다. 내 남편에게도 이상한 습관이 있다. TV를 마주보고 누워서 시청을 한다. 그것도 맨 거실 바닥에서 말이다. 그리고는 높은 쿠션에 목을 얹고 있어서, 보는 사람이 오히려 불편하다. 목이 'ㄴ'자로 접혀있으니 말이다. 이제는 그의 버릇에 그이도 나도 익숙해져서, 나무랄 마음을 두지 않는다.
그런데 단 한 분. 시어머님은 그 모양새를 그냥 보고 넘기지 못하신다. 얼마나 등이 배기고 목이 아프겠냐는 걱정이시다. 그게 편하고 좋다는 그이와 그래도 깔게와 편한 베개와, 덮을 것을 갖다주라는 엄니의 가운데에서, 이제는 짜증이 난다.
"엄니가 덮어줘보슈."
"내가 덮어주믄 싫어해야~."
"내가 덮어줘두 마찬가지유."
말을 듣지 않는 며느리가 마땅치 않은 엄니는, 당신의 이불을 들고 나오신다.
살그머니 아들의 배에 얇은 이불을 얹자, 아들이 번쩍 눈을 뜬다.
"거~참. 덥다는데두......"
그이는 이불을 두 손으로 밀어놓는다. 아니 제쳐버린다는 표현이 더 옳겠다.무안한 엄니가 멀뚱하게 서 계신다. 너무 긴 날 보아온 풍경이라 나는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다. 엄니가 이불을 끌고 다시 당신 방으로 들어가시며,
"공연히 잠만 깨웠다야. 성질도 이상해."
"엄니 성질이 더 이상하네요. 그렇게 당하시면서 또 덮어주시니......"
잠깐이 지나고 엄니가 가엾은 생각이 났다. 급히 엄니 방문을 열어보니, 계시지를 않는다. 거실에 나와보니 엄니가 거기에 앉아계신다. 아들의 머리맏에서 아들을 내려다보고 계신다. 한 손에는 베개를 짚은 채로, 기회를 엿보신다. 여차하면 베개를 밀어넣을 참이시다. 이제는 그 일도 끝낼 때가 되셨는데 아직도 계속하신다. 보나마나 또 아들에게 빈퉁을 맞으실텐데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뒤에 아주 짜증 섞인 말투로,
"아, 거~참. 왜 그래요. 근데~."
나는 남편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아이들을 나무라듯 말한다.
"거참. 엄니나 당신이나 똑 같구려. 효도한다 생각하고 좀 비구려. 남편이 소리친다.
"난, 불편한데 왜 그러구 있으래. 거~참."
그이는 쿠션을 집어들고 안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엄니가 뒤따라서며, 베개를 내민다. 어이가 없어서 남편이 나를 돌아보며 웃는다. 나도 그이를 따라 웃는다. 눈물이 질질 흐르는데 웃음이 그쳐지지를 않는다. "받아요."그이는 베개를 받아안으며 좌절하듯 말한다 "엄니. 여기도 베개있어요."
그래도 당신의 베개를 안고섰는 아들이 대견한지, 엄니는 방긋 웃으며 종종걸음으로 당신 방엘 가신다.뒤따라 가서 내가 묻는다.
"엄니. 베개가 없어서 워쩌유?
"엄니는 아이처럼 신이나서 방석을 둘둘말아 보이며 말씀하신다.
"난, 요기 있지."
소원성취를 하셔서 좋으신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