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아들이 이른 퇴근을 해 귀가한다.
그의 손에 제법 큰 둥치의 '톡톡이 포장지'가 들려있다. 내 두 팔을 뻗어 안아도 손끝이 만나지 않을 만큼 큰 덩어리다. 내용물의 안전을 위해서 공기방울을 가둔 비닐포장지를 우리 집에서는 이렇게 부른다. 할머니를 위한 손주의 배려를 읽고, 나는 말없이 웃음으로 받아들인다.
어머님은 요새 수절증이 바짝 심해지셔서, 손운동을 위해 '톡톡이 포장지'의 방울을 터뜨리는 게 일과다. 소파에 앉아서 일없이 손을 놀리신다. 그걸 터뜨리는 동안엔 손 떨림이 덜 하시기 때문이다. 처음엔 제 회사에서 잘라다 드리더니, 오늘은 마음 먹고 아예 사 온 모양이다.
가게 문을 닫고 아들과 같이 이층으로 올라간다. 현관을 들어서며, 어머님께 큰 소리로 외친다.
"엄니. 손주가 엄니 장난감을 한 보따리 사왔네요."
"......"
앞 서 들어오는 나를 빤히 바라만 보신다. 못 들으신 모양이다.
뒤 따라 들어오는 아들의 손에 들린 '톡톡이 포장지'를 가르키며, 다시 더 큰 소리친다.
"이거 좀 보셔요. 값은 어디 갔던, 애들이 이런 거 들고 다니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 걸 들고 왔네요."
나는 지금 은근히 내 아들 자랑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시어머님은 손주의 손에 들린 포장지를 보시고는, 그제야 반색을 하시며 소파에서 일어나신다.
"아이구. 착하다. 이 걸 어떻게 들고왔어?!"
잠시 뒤 또,
"이 걸 어떻게 사 들고올 생각을 했을까?"하며 대견해 하시고는 연이어,
"이거 떨어진 걸 어떻게 알았을까?"하신다.
잠깐 사이를 두고 다시,
"톡톡 소리낸다구 늙은이가 시끄럽게 군다구 그럴까봐 조심스러웠는데, 정말 착하다."하신다.
조금 앉아계시다가는,
"이 큰 둥치를 들고올 생각을 하다니, 고맙다."
저녁 내 어머님 얼굴에 웃음이 함빡폈다.
나는 속으로 외친다.
"엄니, 이 며느리 입으루 반은 했슈~"
<할머니 톡톡이 포장지 떨어졌는데...>
<아예 한 둥치 사오면 좋은데...>
점심시간에 나는 아들에게 이렇게 문자멧세지를 보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