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이 되니
몸은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돌아오고.
남편이 불쑥 장인어른 산소에 가자고 하는거다.
가 보고 싶다고...
어차피 먹고사는 일 때문에 마음이 심란할 터,
꼭 그곳엘 간다는 것 보다 바람도 쐴 겸 겸사겸사 다녀오는것도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고 했다.
내가 사는곳은 서울!
친정아버님 산소는 금산!
친정에는 아무 연락 하지않고 그냥 다녀오려고 했다.
찾아서 가다보니...
곳곳에 새로 난 도로때문에 길을 헤매이다가 드디어 산 모퉁이를 돌게 되었다.
아, 얼마만에 찾아뵙는건가?
그러나...
이런 딸이 있었다.
난 그런 딸이 되어 있었다.
내 아버지 산소 가는 길을 그 딸은 또 분간 못하고 있는거였다.
산 한 귀퉁이가 깍이기도 하고,
없던 작은 건물도 보이고,
없었던 산소들이 즐비하고...
좁은 길을 올랐다가는 내려오기를 거듭하고 나서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작은아버님들 산소와 작은어머님산소와 증조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이장을 말만 들었을 뿐으로
아직 비석도 세우지 못한 산소앞에서 세상에 이런 딸이 또 있을까 싶어
자괴감이 들었다.
유독 눈에 끌리는 봉분앞에서 잔디를 쓸어내리며 나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
난 그렇게 살아왔던 것이었다.
내 삶의 모습이 그 한 장면에서 다 보여지고 있었다.
그래도 끌림이 있었을까?
그 봉분이 내 아버지 맞았다.
준비한 막걸리 한 잔 올리고,
북어포 놓고,
남편과 나와 딸아이는 절을 올렸다.
난 일어서지를 못하고 있었다.
덩달아 아무도 일어서지를 못하고 있었다.
한참후에야 서로 눈치봐가며 일어서고
다시 절을 올리고...
어느 새 내 눈은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
딸아이는 딸아이대로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
"난 엄마 우는거 몰랐는데 그냥 눈물이 나왔어"
절을 마치고 음복을 하면서도 내 눈물은 멈추지를 않았다.
예상하지 못한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흐르고 또 흐르다 흐느끼게 되었다.
'아버지... 저 이렇게 살아요... 죄송해요 아버지... 죄송해요...'
속으로 이렇게 뇌까리며 나몰라라 소리내어 울어버렸다.
남편은 내 얼굴을 힐끗 보더니 모른 채 한다.
눈물을 거두고
주변을 돌아보고
가을 들꽃을 꺽어 강아지풀로 묶어서 아버님 산소앞에 꽃다발을 만들어 놓았다.
아버지의 앞자리가 살아계실적엔 이리 편안하지 않았었는데
누워계신 아버님의 느낌은 무척 나를 편안하게 해 주셨다.
"아버지, 내년에 또 올께요. 혹시 지키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꼭 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