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풍경

글쓴이 아이리스

등록일 2004-09-30 11:46

조회수 2,947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의 대중가요에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가사 하나에도 곧잘 귀를 모은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깊은 밤 등하에서 주소록을 펼쳐 들
      친구들의 눈매를,그 음성을 기억해낸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한낮에는 아무리 의젓하고 뻣뻣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해가 기운 다음에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하나에,
      귀뚜라미 우는 소리 하나에도 마음을 여는
      연약한 존재임을 새삼스레 알아차린다.



      이 시대 이 공기 속에서 보이지 않는 연줄로 맺어져
      서로가 믿고 기대면서 살아가는 인간임을 알게 된다.

      낮 동안은 바다 위의 섬처럼
      저마다 따로따로 떨어져 있던 우리가 귀소의 시각에는
      같은 대지에 뿌리박힌 존재임을 비로소 알아차린다.



      상공에서 지상을 내려다볼 때
      우리들의 현실은 지나간 과거처럼 보인다.

      이삭이 여문 논밭은 황홀한 모자이크.
      젖줄같은 강물이 유연한 가락처럼 굽이굽이 흐른다.

      구름이 헐벗은 산자락을 안쓰러운 듯 쓰다듬고 있다.
      시골마다 도시마다 크고 작은 길로 이어져 있다.



      아득한 태고적 우리 조상들이 첫걸음을 내디디던 바로
      그 길을 후손들이 휘적휘적 걸어간다.

      그 길을 거쳐 낯선 고장의 소식을 알아오고,
      그 길목에서 이웃 마을 처녀와 총각은 눈이 맞는다.






      꽃을 한아름 안고
      정다운 벗을 찾아가는 것도 그 길이다.
      길은 이렇듯 사람과 사람을 맺어준 탯줄이다.

      그 길이 물고 뜯는 싸움의 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사람끼리 흘기고 미워하는
      증오의 길이라고도 생각할 수 없다.



      뜻이 나와 같지 않대서 짐승처럼 주리를 트는
      그런 길이라고는 차마 상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미워하고 싸우기 위해 마주친 원수가 아니라,
      서로 의지해 사랑하려고 아득한 옛적부터
      찾아서 만난 이웃들인 것이다.




      사람이 산다는 게 뭘까?
      잡힐 듯 하면서도 막막한 물음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일은,
      태어난 것은 언젠가 한 번은 죽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
      생자필멸, 회자정리, 그런 것인 줄은 뻔히 알면서도
      노상 아쉽고 서운하게 들리는 말이다.




      내 차례는 언제 어디서일까 하고 생각하면
      순간순간을 아무렇게나 허투루 살고 싶지 않다.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고 싶다.
      한 사람 한 사람 그 얼굴을 익혀두고 싶다.

      이 다음 세상 어느 길목에선가 우연히 서로 마주칠 때,
      오 아무개 아닌가 하고
      정답게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익혀두고 싶다.



      이 가을에 나는 모든 이웃들을 사랑해주고 싶다.
      단 한 사람이라도 서운하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가을은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

      ㅡ법정 스님ㅡ







      명절 잘 보냈셨죠?(↑위에 붉은 단풍잎에 대고 마우스를 움직여 보세요^*^)

선녀의 미소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글수 글수(36,806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13616   자녀와 행복해지는 8가지 방법 1 김경자2004-10-152947
    Re:알 면서도 그리 안되네요 지나가다..2005-02-272324
    자녀와 행복해지는 8가지 방법 nim2004-10-192588
13615   영화음악 아이리스..2004-10-152673
13614   이 가을 땀시~~~~ 천선아2004-10-152688
13613   하늘공원 다녀와서... 국화향기..2004-10-132676
13612   김희애 미소 따라잡기 천선아2004-10-112799
13611   어떤사람 그리워하면서 아이리스..2004-10-102715
13610   소중한 만남... ^^* 조인영2004-10-062788
13609   항상 즐겁게 사는 방법 최미선2004-10-062888
13608   친정아버지 산소에 그렇게 다녀왔습니다 김경자2004-10-042735
13607   10월 첫날입니다. 시작은 항상 씩씩하고..당당하게.. 천선아2004-10-012673
    선아님.. 치자2004-10-012378
13606   가을 편지 ~♬ juvic2004-10-012577
13605   가을풍경 아이리스..2004-09-302948
13604   송편 많이 드셔요 ^^ 은애2004-09-272467
13603   추석 잘 보내세요 치자2004-09-262472
13602   훌훌날고싶네요 광명화2004-09-252413
13601   추석명절엔..특선영화가 최고~ 이희재2004-09-252409
13600   추석연휴기간동안... 천선아2004-09-252442
    추석연휴기간동안... 치자2004-09-252311
    명절 잘 보내시라고.. (haidi)..2004-09-252346
13599   꿈 ycdong2004-09-243690
13598   행복한 꿈 꾸시고.. 활기찬 아침 juvic2004-09-222692
13597   달빛의 말 juvic2004-09-192496
13596   남편의 모습 ycdong2004-09-192714
    남편의 모습 치자2004-09-192397
    힘내세요~~ 부럽기만 합니다. 가을노래..2004-09-192360
13595   어디서든.... 김미라2004-09-182579
13594   다시 쓰는 운영자 다이어리.. 천선아2004-09-172991
13593   주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MIZ 일등을 하다.. 운영자2004-09-173113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