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를 지내고

글쓴이 치자

등록일 2004-08-22 23:18

조회수 2,783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할머니의 제사를 지내고 왔다
이번엔 오랫만에 친척 오빠도 참석을 했다
어릴때 한마을 에서 자랐던 오빠
지금은 다들 떠난 고향마을에서 온갖 궂은일은 다 도맡아하며
고향을 지키고 있다

예전엔 집안에 제사가 있으면
큰집 작은집 할것없이 모두 모여서 전을 부치고
떡을 찌고 두부를 만들고~
아주 잔치집 같은 분위기였었다

커다란 무쇠솥뚜겅을 뒤집어놓고
세가지 아니면 다섯가지 아니면 일곱가지 전을 부쳤다
왜 제사상엔 짝수는 안되고 홀수여야만 하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부엌에선 커다란 시루에 노란 콩고물 하얀 거피팥고물 까만 흑임자고물
여러가지 떡을 쪄내고~
떡을 찌다가 소변 보러 뒷간에 갔다오면 떡이 설익는다고
절대 자리를 뜨지 못하게 했다
달거리가 있는 여자는 말할것도 없고~

궁핍하던 시절
매일같이 꽁보리밥에 된장국만 먹던 우리들은
하얀 쌀밥에 여러가지 음식을 먹을수 있는제사날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열두시에 지내는 제사시간을 기다리며 꾸벅거리다
그냥 잠들어 버리곤 했었다

지금은 저녁에 일찍 지내버리고 젯상도 일치감치 거두어 버리지만
그땐 열두시가 되어야만 제사를 지내고
첫닭이 울어아먄 상을 거두었다
제사지내는 중에는 절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서도 안되고
웃어서는 더더욱 안되고~

아침이 되면 제사음식을 조금씩 골고루 접시에 담아 동네여러집에 다 돌렸다
그 심부름은 어린 우리들 몫이었고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오늘이 누구네 제사날이구나 하고 다 알았다

지금도 생각나는것은 고기가 귀하던 그시절
닭대신 달걀을 삶아서 쓰곤
그것을 반싹 잘라서 접시에 담던 할머니 모습이다

지금은 음식이 넘쳐나는데
그땐 왜 그리 어려웠는지

그래도 그시절이 그리워진다
아침이면 어젯밤에 우리제사지냈어요 하면서 음식 접시를 돌리던~

어젯밤에 할머니는 잘 잡수시고 가셨을까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글수 글수(36,954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가을엔, 창문을 열어 놓으세요. 은애2004-08-262491
13569   부러운 가족! 화짱!맘2004-08-262809
13568   제사를 지내고 치자2004-08-222784
    [운영자S]추억이 묻어나는 풍경... 운영자S2004-08-242429
13567   가을이 오는 소리... 천선아2004-08-212804
13566   늦은휴가 ycdong2004-08-212633
    [운영자S]좋은 곳으로 다녀오셨네요...^^ 운영자S2004-08-242382
13565   메기의 악몽 누봉이2004-08-202711
    [운영자S]부제 : 누봉님의 대서사시~ 운영자S2004-08-242520
13564   하나, 둘, 셋... 이제 찾습니다. ^^;; juvic2004-08-192556
    [운영자S]늦은 동감.... 운영자S2004-08-242290
13563   안부 juvic2004-08-162676
13562   또 병아리 ycdong2004-08-142645
    [운영자S]살며시 미소가 번지는..... 운영자S2004-08-142391
13561   선아님 은애2004-08-132642
    [운영자S] 감동적으로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운영자S2004-08-142349
13560   병아리 ycdong2004-08-132504
    병아리 치자2004-08-132758
    [운영자S]애완동물.... 운영자S2004-08-132635
13559   몸속탐험전 민경진2004-08-123428
    아이 성교육 해결했습니다^^ 부산아줌..2004-08-132601
13558   갑자기 생각난 나무그림님께... 천선아2004-08-122742
13557   치자님께... 천선아2004-08-122414
13556   오늘밤,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들을 구경하세요. 천선아2004-08-122609
13555   길 | 김기림 juvic2004-08-122461
13554   강바람 석혜원2004-08-112626
    [운영자S]강바람의 두 가지 모습 운영자S2004-08-122402
13553   선아님 2 치자2004-08-112570
    [운영자S]자고 일어나 복희 엉덩이 보기 운영자S2004-08-122498
13552   불볕 더위 ..그리고 지난 시간들... 천선아2004-08-112458
    선아님 치자2004-08-112386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