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를 지내고

글쓴이 치자

등록일 2004-08-22 23:18

조회수 2,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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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제사를 지내고 왔다
이번엔 오랫만에 친척 오빠도 참석을 했다
어릴때 한마을 에서 자랐던 오빠
지금은 다들 떠난 고향마을에서 온갖 궂은일은 다 도맡아하며
고향을 지키고 있다

예전엔 집안에 제사가 있으면
큰집 작은집 할것없이 모두 모여서 전을 부치고
떡을 찌고 두부를 만들고~
아주 잔치집 같은 분위기였었다

커다란 무쇠솥뚜겅을 뒤집어놓고
세가지 아니면 다섯가지 아니면 일곱가지 전을 부쳤다
왜 제사상엔 짝수는 안되고 홀수여야만 하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부엌에선 커다란 시루에 노란 콩고물 하얀 거피팥고물 까만 흑임자고물
여러가지 떡을 쪄내고~
떡을 찌다가 소변 보러 뒷간에 갔다오면 떡이 설익는다고
절대 자리를 뜨지 못하게 했다
달거리가 있는 여자는 말할것도 없고~

궁핍하던 시절
매일같이 꽁보리밥에 된장국만 먹던 우리들은
하얀 쌀밥에 여러가지 음식을 먹을수 있는제사날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열두시에 지내는 제사시간을 기다리며 꾸벅거리다
그냥 잠들어 버리곤 했었다

지금은 저녁에 일찍 지내버리고 젯상도 일치감치 거두어 버리지만
그땐 열두시가 되어야만 제사를 지내고
첫닭이 울어아먄 상을 거두었다
제사지내는 중에는 절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서도 안되고
웃어서는 더더욱 안되고~

아침이 되면 제사음식을 조금씩 골고루 접시에 담아 동네여러집에 다 돌렸다
그 심부름은 어린 우리들 몫이었고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오늘이 누구네 제사날이구나 하고 다 알았다

지금도 생각나는것은 고기가 귀하던 그시절
닭대신 달걀을 삶아서 쓰곤
그것을 반싹 잘라서 접시에 담던 할머니 모습이다

지금은 음식이 넘쳐나는데
그땐 왜 그리 어려웠는지

그래도 그시절이 그리워진다
아침이면 어젯밤에 우리제사지냈어요 하면서 음식 접시를 돌리던~

어젯밤에 할머니는 잘 잡수시고 가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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