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빨래를 했다.
커다란 통에다 물을 가득 넣고, 빨랫감을 넣은 후에, 빨래판을 놓고
그 위에 옷가지 하나씩 얹어서 비누를 골고루 묻힌 후에 두 손으로
박박 씻었다... 마음 속에 가득한 온갖 쓸데없는 생각들도 이렇게
깨끗하게 해 줄 비누 하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늘 좋은 아침이다...
아침은 새로운 기운을 우리들에게 준다.
"살다 보면 이런 때도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풍경방에 올려져 있는 글 중에서
나는 특히 이 구절이 마음에 와 닿는다.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으로
하루를 살다가도 때로는 모든 것들이
부정적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따스한 사람들 틈에서 호흡하고 있는
순간에도 문득,
심한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어제가 그랬다.
그리하여 어제는 아무 생각 없이 두 시간에 걸쳐서 빨래를 했다.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빨래를 하면서 나는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생각했다.
사람을 잘못 보았던가 싶기도 하고, 내가 여태 살아오면서 타인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었나도 되새겨 보았다.
30대 후반에 들어설 때까지도 나는 사람들과 폭 넓게 어울리는 편은 아니었다.
학교 선생을 하면서도 두루두루 친하지는 않았고, 상주 아동문학회 선생님들과
만나면서도 그 자리가 편하면서도 불편하게 느껴지고는 했다. 그것은 아마도
낯가림이 좀 심한 편이어서였을까? 말주변이 별로 없어서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것이 힘들어서였을까?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서 웃고 떠들기보다는
혼자서 나만의 생각에 빠지는 시간들이 더 마음이 편해서였을까?
하이텔 통신을 하고 몇몇 동호회를 통하여 참으로 많은 사람들과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내 성격이라든가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아무리 좋은 모임이라도 안 갔던 내가 그 반대가 되었
던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아주 가까이도 아니고 아주 떨어진 것도 아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만났다. 그러니 어떠한 말썽도 생길 리는 없었다. 말썽이 일어났던
때는 언제나 그 일정한 거리에 문제가 있었을 때였다. 객관적인 시각을 지키지
못 하여 게시판 상으로 시끄러운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나놓고 보았을 때,
그것은 다 한때의 아주 짤막한 해프닝에 불과한 게 아니었을까?
그런데도 살아가면서 그 예전의 내 성격이 되살아나는 순간순간은 있나 보다.
그게 나를 참으로 힘들게 한다. 나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하여도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이런 때가...
세탁기가 고장나서 탈수만 되는 바람에 어제는 마음먹고 손빨래를 했다.
그 많은 빨래를 일일이 다 손으로 빨고, 삶고, 헹구고...
그래도 탈수는 되어서 빨래를 손으로 짜는 고충은 없었다.
빨래 다 해서 탈수하여 널고 나니 팔도 아프고 허리도 아팠다.
세탁기가 없던 그 옛날에는 빨래할 때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도 생각했다.
그렇지만 좋은 점도 있기는 했다.
마음 속이 아주 깨끗해진 듯한 느낌이었다.
잡념이 심할 때는 이따금 바느질을 하는데, 빨래하는 것도 쓸데없는
생각을 떨굴 때는 아주 좋은 방법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