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살아 볼만 한 세상............(펌)

글쓴이 silvery

등록일 2004-06-01 13:01

조회수 2,983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아직도 살아 볼만 한 세상............


남편은 뇌성마비 환자입니다. 팔다리가 뒤틀리긴 했지만
나름대로 성실한 가장으로 몫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의 아내는 지금까지 남편과 살면서 자기 남편보다 사려 깊고
마음이 넓은 사람을 본적이 없습니다.
또 남편은 책읽기를 좋아하여 늘 자기 수양에도 힘을 쓰는
사람입니다. 아이들도 역시 이런 아빠를 사랑합니다.
비록 웃을 때나 말을 할 때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고,
다른 아빠들처럼 함께 놀아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빠를 참 좋아하고 잘 따릅니다.

그런데 얼마 전 그의 딸 지영이의 생일이었습니다.
딸은 올해 일곱 살이 되었는데 작년부터 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지영이의 생일잔치를 준비하며 지영이 친구
대여섯 명을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친구들이 들이닥치자 엄마는 잠시 뜸을 들인 후에 안방 문을
활짝 열고 말했습니다.

"얘들아, 이분이 지영이 아빠야, 인사들 하렴....."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아이들 시선이 아빠에게 꽃히는 순간
재미있게 놀던 아이들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습니다. "으악....괴물이다....." "아이다 병신이다......!!"

소리를 지르며 쏜살같이 밖으로 나가버리는 아이들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아빠와 엄마는 순간적으로 눈이 마주쳤습니다.
당혹한 남편의 표정과 참담한 엄마의 심정이 엇갈렸습니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딸 지영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지영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아빠 괴물이 아닌데,,,,우리 아빠 정말 착한데........"

참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지 자꾸 울먹이고 있었습니다.
그날 엄마는 자신을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릅니다.
애들 아빠에게도 또 딸 지영이에게도
결국 상처만 주고 말았던 겁니다.

그 후 딸아이는 유치원에서 돌아올 때마다 울면서 왔습니다.
왜 우냐고 물으면 "애들이 우리 아빠 괴물이라고 자꾸 놀려!
나 유치원 가기 싫어!"라고 버럭 소리를 지릅니다.
그런 딸에게는 엄마는
"아니야 그건 아이들 생각이 잘못된 거야, 아빠는 바보도 아니고
괴물도 아니잖아, 니가 아이들 생각을 바로 바꿔줘야 해" 라고
말을 해 줄 뿐입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유치원에서 울며
돌아올 때마다 깊이 깊이 후회하곤 합니다.
'내가 너무 가혹한 일을 저질렀나 보다' 하고
자꾸 엄마의 가슴을 치곤 한답니다.

그 날 이후 세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모두 지영이 친구 어머님들의 전화였는데 그 중 한 분은
"장애인 남편을 아이들에게 보여줘서 아이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며 '그런 경솔한 짓을 하면 어떡하냐?' 고
점잖게 엄마를 나무랐습니다.
또 한 분은 "그 병, 전염되는 거 아니에요?" 라고 물으며 혹시
자기아이에게 전염이 됐을까 봐 걱정을 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전화를 걸어주신 분은 지영이 친구
미숙이 엄마였습니다. 미숙이 엄마는 조용한 목소리로
"제가 아이를 잘못 키웠나 봐요,마음 많이 상하셨죠?
애들이니까 이해해주시고요 지영이 데리고 저희 집에 한번 오세요.
미숙이랑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습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참 많은 분들이 이들 부부에게 상처를 주지만 이렇게 간혹 몇몇 분들은
이들 부부에게 희망의 말을 전해 줍니다. 이런 분들 때문에 그래도
아직은 살아볼 만한 세상이라고 마음의 위안을 갖습니다.
지영이네 가족은 결코 남편의 장애 때문에 슬프지 않았습니다.
그저 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편견이 그들을 슬프고 외롭게 할뿐입니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글수 글수(36,806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13516   늘 새로운 인생에 도전을 하며.... 자유원2004-06-072655
13515   국립묘지에 다녀와서 치자2004-06-052798
    국립묘지에 다녀와서 석혜원2004-06-053316
13514   빨래를 하면서 문득~ 소엽2004-06-052832
13513   아직도 살아 볼만 한 세상............(펌) silvery2004-06-012984
13512   천선아님, 그리고 안효정님. 누봉이2004-05-303113
13511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아침편지-펌) 미생자2004-05-292722
13510   난 중국유학생카운셀러 박귀복2004-05-282853
13509   우리 옆집 아주머니가 보내주신 메일 누봉이2004-05-282838
13508   나날이 좋은 날을 위하여 소엽2004-05-242807
13507   완연한 여름 입니다... 모카커피..2004-05-242554
13506   오늘 같이 이런날엔...... 운영자Y2004-05-202822
13505   흑맥주와 음악회 소엽2004-05-152935
13504   '주부글잔치'에 응모해서 해외여행의 기회를 잡으세요 한정화2004-05-132749
13503   큰딸내미 생일입니다. silvery2004-05-122689
13502   저도 "꿈" 지원금을 받으면 좋으련만.. 꿈2004-05-102943
13501   미즈라이터에.. 응모했어요^^* silvery2004-05-102969
13500   와인 한 잔의 행복 소엽2004-05-043234
13499   세상은 맘처럼 안되는 구나 자유원2004-05-022784
13498   선아님 치자2004-05-022783
13497   마음은 늘 같은데......... winely2004-05-022787
13496   섹시한 체리맘님.. 누봉이2004-05-012923
13495   너무 아쉽네요. 온맘2004-05-012770
13494   아름다운 얼굴. silvery2004-05-012622
13493   참석한다고 해놓고서.. 누봉이2004-04-302796
13492   아내의 생일 치자2004-04-262961
13491   천선아님.. 누봉이2004-04-252936
    누봉이님...유언장은 잘 받았답니다. 천선아2004-04-282637
13490   4월이 저물어 갑니다... 운영자Y2004-04-222701
13489   천선아님 보셔요.. 최미선2004-04-212834
    푸하하... 오렌지2004-04-302475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