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얼굴.

글쓴이 silvery

등록일 2004-05-01 01:05

조회수 2,623

글자확대 글자축소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오늘 서울에 마실다니러 나가느라, 아이셋을 다 남편에게 짐맡기듯 떠밀어놓고 황급히 집을 나섰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혼자 느긋하게 책을 들여다본다는게 이렇게 행복한것인지..

처녀적에는 진정코 몰랐던 일이었습니다. 푸하..


오리역에서 탄 열차를 복정역에서 8호선으로 갈아타려고

(책읽다 종종 내릴역을 지나쳐왔던 경험이 있던 탓에)

잔뜩 긴장하면서 책을 보고있는데..

절뚝이는 발걸음을 내며 제 책위에 구깃구깃해진 작은 프린트물이 놓여졌습니다.

'이게뭐지..?' 하면서 약간 찌푸려진 인상으로 쳐다보니,

'안녕하세요..
저는 00복지관에 있는사람입니다. 요즘 저희 복지관이 무척 어렵습니다.
복지관 선생님들도 모두 떠나가고, 이제 어린 아이들을 돌볼수가 없어서
정말정말창피하지만, 불편한 몸의 좀 큰 우리들이 모금을 나섰습니다.
백원도 좋고, 십원도 좋습니다. 어린아이들을 살려야합니다. 도와주세요.'

순간적으로 나쁜맘먹은 사람이 시켜서 다니는 학생들인가 싶어 책 밑으로 밀어넣으려는데..

옆의 나이지긋한 중년 여자분의 행동이 눈에 띄였습니다.

그분은 가만가만히 그 프린트물의 구깃해진 가장자리부터 손으로 정성스럽게 펴주고 있더군요.

그리고는, 지갑에서 손에 베일듯한 빳빳한 지폐를 하나 꺼내시더니

프린트 물 위에 얹어두고서도 계속해서 프린트물을 손으로 다림질하듯 비벼서

펴주고 있었습니다.

주위의 다른사람들은 그분을 바라보더니 다들 각자 손에 든 인쇄물을 곧게 펴주기 시작했고,

몸이 불편한 그 학생이 다시 걷으려고 걸어올동안 제가있던 칸의 사람들은

서있던 사람들까지 지갑에서 다만 얼마씩이라도 꺼내들었습니다.


저는, 제자신이 그렇게 나쁜시각으로 사는지 몰랐습니다.

정말 그 학생이 절실히 살려고 나섰다고 생각하지 않고

왜 나쁘게만 보려했는지.. 부끄러웠습니다.


중년 부인은 돈을 건내주면서도,

"지갑의 돈이 쏟아지겠네.. 잠시만.." 하면서 학생의 불편한 손을 대신해서

아무렇게나 쑤셔넣어진 돈들을 가지런히 정리해서 도로 넣어주었습니다.

그분의 그 안쓰럽고 온화한 얼굴이 돌아오는 동안에도 내내 가시지가 않았어요.

어쩌면, 앞으로 또 그런 일이 있을때 오늘처럼 나쁜생각을 하며 외면했을 나에게

그분은 세상을 바라보는 약간 다른 시각을 주셨습니다.


그리 아름답게 생긴 외모는 아니었지만..

그분의 얼굴은 진정으로 아름다왔습니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담기 인쇄 답글 목록 글쓰기
로그인 후 덧글을 남겨주세요


글수 글수(36,811 )
쓰기
번호 제목 글쓴이등록일조회수
13521   주말이군요..^0^ 또~ㅁ2004-06-127658
13520   공룡을 보다 누뽕이2004-06-122992
13519   아주 사적인 편지 소엽2004-06-112844
13518   삶이 버거울때 아름2004-06-092851
13517   아침형 인간. 누봉이2004-06-082946
13516   늘 새로운 인생에 도전을 하며.... 자유원2004-06-072657
13515   국립묘지에 다녀와서 치자2004-06-052800
    국립묘지에 다녀와서 석혜원2004-06-053317
13514   빨래를 하면서 문득~ 소엽2004-06-052832
13513   아직도 살아 볼만 한 세상............(펌) silvery2004-06-012986
13512   천선아님, 그리고 안효정님. 누봉이2004-05-303115
13511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아침편지-펌) 미생자2004-05-292723
13510   난 중국유학생카운셀러 박귀복2004-05-282854
13509   우리 옆집 아주머니가 보내주신 메일 누봉이2004-05-282838
13508   나날이 좋은 날을 위하여 소엽2004-05-242808
13507   완연한 여름 입니다... 모카커피..2004-05-242555
13506   오늘 같이 이런날엔...... 운영자Y2004-05-202823
13505   흑맥주와 음악회 소엽2004-05-152938
13504   '주부글잔치'에 응모해서 해외여행의 기회를 잡으세요 한정화2004-05-132750
13503   큰딸내미 생일입니다. silvery2004-05-122690
13502   저도 "꿈" 지원금을 받으면 좋으련만.. 꿈2004-05-102944
13501   미즈라이터에.. 응모했어요^^* silvery2004-05-102970
13500   와인 한 잔의 행복 소엽2004-05-043234
13499   세상은 맘처럼 안되는 구나 자유원2004-05-022785
13498   선아님 치자2004-05-022784
13497   마음은 늘 같은데......... winely2004-05-022788
13496   섹시한 체리맘님.. 누봉이2004-05-012925
13495   너무 아쉽네요. 온맘2004-05-012771
13494   아름다운 얼굴. silvery2004-05-012624
13493   참석한다고 해놓고서.. 누봉이2004-04-302796
13492   아내의 생일 치자2004-04-262963
쓰기
검색 목록보기


이벤트·체험단

기간 ~

쑥쑥플래닛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