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을 곁에 두고 싶어하는 임금의 맘을 알겠더라...

글쓴이 천선아

등록일 2004-03-17 09:01

조회수 2,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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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어렴풋이..생각나고, 그 뒤엔 나도 모르게
흐뭇해지거나 행복해지는...또 다시 의연해지는 그런 기억 하나...

밤 늦은 길을 손을 꼭 잡고 함께 걸으면서
"우리는 말야. 정말 열심히 살자...
몸빼바지에 밥풀데끼 머리에 얹고 살지는 말자." 했다.

스무살 시절의 그 약속을 우리는 얼추 지키게 되었다.
요즘 몸빼바지가 사라진 패션 스타일 덕분도 있지만...
그래서 가끔 확인하곤 한다. 정말 제대로 살고 있는걸까?라며...

서른 아홉인 친구는 머리에 이고 다닐 밥풀데기는 커녕
밥 먹을 시간이 없어 나의 절반 밖에 안되는 몸으로
밤 12시를 넘기면서 "난 일중독증이야"를 외치면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고...

그런 친구에게 "나 죽인대도 못가니깐...너가 내 몫까지 시청에서
소리 좀 즐러..내 목소리 큰 거 알지...니 목소리 내 목소리
합하면 엄청 크겠다..라며 열심히 당부하다
문득 눈길이 딱 멈춘다...
밥을 어떻게 먹었길래...가슴팍에..한숟가락쯤은 되보이는
밥알들이 더덕더덕 붙어 있더라. 대충 떼어낸
밥알들의 흔적들이 사라지지 않은 그 쉐터를 이틀 더 입었다.

어젯밤에...침침해서 너무 아픈 눈을 비벼가며..
장금이를 봤다. 인터넷으로 예고편까지 돈주고 보는 나는
(인터넷 예고편은 ...토요일이나 일요일이 되어야 뜬다.)

임금이 된 후로..무엇하나 맘대로 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고 그런 자신때문에 더욱 자탄한다는 임금에게...

그 이뿐 얼굴로 생글 생글 웃어가며..
너는 그동안 충분히 잘했다..라며 용기를 주는
장금을 보며...

그래, 너 이뿌구나..참말로..라는 생각을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한 남자가...
아침마다 출근할 때 사무실 입구에서 TV를 보고 있는 관리실 아줌마를
대단해하면서 ...채널까지 돌려가며 그 많은 드라마를 논하고..
또 그 드라마가 끝나고 다른 드라마가 시작되면
다시 여기에 완전히 몰입하는...그 모습에 감탄한단다.

헉! 내도 그럽니다.
영화한편 제대로 보지는 못하지만..
그 멋진 대사 한마디에 뽕가서 책상에 써놓기도 하고
노트에 써놓으면서 ..여기저기 남발까지 하는 나는 ...
그래서 그게 어떻다는 거냐고...따져 본다.

여고시절 한 선생님이 왈...
여자들의 지능지수는 결혼연수와 반비례한다면서..
맨날 드라마나 보고...그 앞에서 울고짜고..(ㅜ.ㅜ)

바람피는 남편땜에 울고 짜는 여주인공을 보면..
짜안해지는 그런 맘이 되서리...
나도 울고 짜면서 남자들은 다 나뿐 놈이라고..
괜히 옆에 있는 사람을 한번 째리보고..

그런 드라마 열혈팬인...나는...
어제..왠지 나약한 한 임금의 마음을 충분히 알겠고,
그 마음을 따듯하게 다독거리면서도
가야할 바를 말해주는 장금이 이뻐보였다.

그리고 그를 옆에 두고 하는 ...
임금의 맘을 알겠더라.

나도 내 친구를 오래 오래..내 옆에 두고 싶다.
아직 결혼 안한 친구가...
나처럼 결혼해서...애키우느라..
한때는 소중했다 말했던 사람들이 어찌 사는 지도 모르고
먼저 전화한통 거는 법이 없이 사는 나처럼..될까봐..
걱정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함께 아이커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수퍼우먼도 아닌 것들이 수퍼우먼 흉내내느라 옆사람
고생시킨다고 서로 위로도 해줄 수 있기를...

자꾸자꾸...힘이 든다.
무엇하나 자기 맘대로 할 수 없는...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서
별것들까지 나서서 ...내 속을 흔드는 요즘...

장금을 곁에 두고 싶어하는 임금의 맘을 알겠더라..

아침부터 앞으로 뒤로 오가면서 정신없는 글을 써대는
내 맘을...내 어찌 못한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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