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된 감기를 앓은 듯 별일도 없이 혼자서 마음 고생이 심했던 2월이 지나가는 소리가 즐겁기만 합니다. 빨리 내 인생에서 휙휙 지나가다오..이런 마음이랍니다.
지난 토요일(이리 쓰고 보니, 바로 어제였습니다. ^^;)에는 대학 친구와 또 같은 과 선배(동료? 라고 하기도 그렇고, ...)를 만나 즐거운 수다를 떨었습니다. 친구는..아주 오래된, 지난번에 잠깐 볼 때도 기껏 일이야기로 하루밤을 꼴딱 새버리고, 사담은 아주 오랫만에...이 친구를 놀려먹는 일이 누봉이에게 시비를 거는 재미만큼이나 ...커서..어제도 그 재미를 한껏 누렸습니다. 학교다닐 땐..이 친구, 내가 그런 장난을 심하게 치면 화내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나이 먹는건지..그저 넉넉하게 웃으면서 너 또 시작했구나..이럽니다. 친구라는게 그래서 편한가 봅니다.
오늘, 책상에 앉아 일을 하면서 시종 눈을 떼지 못하는게 하나 있는데 그건 어제 선배가 준 선물입니다.
몇년만인지..까마득한 날에 만난후 어찌어찌 연락이 되었는데 그는 하나도 변함없는..(그러니깐 친구도 처녀고, 이 선배는 총각이어서 기어이 둘을 함께 불러 만났습니다. ^^;) 모습으로, 친구 또한 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은 모습이고(나만 펑퍼짐한 아줌마 모습으로..)...모처럼만에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만남이었습니다.
그가 헤어질 때 친구와 내게 선물 하나씩을 주었습니다. 한지와 지끈으로 곱게 싼 포장은 항상 그렇듯 요란스럽지도 않고 그처럼 단정합니다. 그는 학교 다닐 때도 주변사람들에게 선물을 주곤 했는데, 그의 선물이 특별했던 것은 이런 정성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겉포장을 풀면 그 안에 내지로 몇겹으로 다시 포장을 했고..푸른빛이 도는 도자기로 된 꽃병이 소중하게 들어 있었습니다.
꽃병이라니..웃음이 나왔습니다. 저, 요즘 꽃병이 갖고 싶어서 소품 가게 앞에서 몇번 망설였거든요.
저, 꽃을 무지 좋아합니다. 어린 시절 일년에 한두번씩 이사를 할 만큼 이사가 잦았지만 집안 가득 화분에 꽃을 심고 화단을 가꾸던 엄마 탓인지..그냥 꽃을 좋아해서 누군가를 부담없이 방문할 땐 꽃을 사곤 합니다. 받는 사람도 정말 좋아하지요.
꽃을 자주 사는 사람은 꽃병도 좋아합니다. 목이 가늘고 좁은 꽃병, 기다란 꽃병, 옴팡지게 넓고 널직한 꽃병...꽃병 모양에 따라 꽃의 모양도 달라지니 말입니다. 그런데...언젠가부터..꽃을 사는 일도 없고, 꽃을 받을 일도 없어서..집에 있던 꽃병들도 어디론가 가버리고, 사무실로 가져다 놓았던 꽃병도 보이질 않습니다.
2월에..프리지아를 두번 샀습니다. 그건 제가 제게 주는 선물이었습니다. 허덕거리며 사는게 누굴 위해서도 아니고 저 자신을 위해서라는..주변 사람들의 충고도 있었지만, 내가 스스로 정리할 시간도 없이 몰아쳐 사는게 그리 즐겁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4년동안 불평만 해오다 보니, 누굴 붙들고서 하소연 할 곳도 없고 2월엔 정말 별일도 아니지만 상의할 사람도 없이 스스로 가슴이 먹먹한 일도 많았고 ...그래서 제가 제 자신을 격려하고 용기를 내자고 위로하느라 선물을 몇번 했습니다.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우울해지는 자신을 달래주느라...사람도 만나고 꽃도 선물하고...그랬습니다.
2월엔 졸업식이 많아서 사람들이 꽃을 많이 사는 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봄을 기다리는 마음 때문인지...향기 강한 프리지아를 많이 사기도 하지만, 실제로..2월엔...튤립이 예쁩니다. 잎사귀도 많지 않고, 기다란 목이 가는 튤립 몇송이를 꽃병에 꼽아두면 삶의 격이 달라지는 듯 싶습니다. 모델하우스 카다로그를 보면 대부분 꽃병에..튤립이 꼽혀 있지요. 눈여겨 봐보세요. ^^ 긴 목을 하늘거리는...좀 화려하기도 하고..아, 곧 있으면 아마도 튤립들이 많이 나올텐데..
어쨌거나..프리지아를 사서 물병에 꼽아 뒀습니다. 제가 산 꽃은 싱싱했던 탓인지..한주동안..물한번 갈아주지않아도 혼자서 꽃을 피우고, 그리고 그 물을 다 먹은 다음부터는 건조한 내 사무실에서 혼자 말라 드라이 플라워(?)가 되어.....침침한 눈을 들어 가끔 어디다 눈 둬야 할 지 몰라 꿈벅거릴 때마다 날 즐겁게 해주곤 했습니다.
선배가 준 선물은...한두송이 꼽으면 딱 예쁠 그런 꽃병입니다. 그 꽃병은 예전에..그가 찍어준 나의 흑백사진 같은 것이었습니다...학교에서 함께 활동할 때 강진 다산 서당을 함께 간적이 있는데, 수동카메라로 그가 찍어준 사진을 받아보니..흑백사진이었는데, 깜짝 놀랐었지요. 앨범을 들출 때마다..내 모습에 흐뭇해지곤 했습니다. 내가 봐도 내가 너무 예뻐서요. ^^;. 진실을 왜곡하는 사진이지만 그래도 내 모습이려니..하니 ...흐뭇한거지요.
그에게 선물을 받고서...사람은 참 안변하는 구나..뭐 이런 생각을 했답니다. 어떻게 그리도 안변할까..싶기도 하고......토요일에 만난 선배도 내 친구도 2월에 내가 받은 또 하나의 선물입니다.
이 글, 선물 자랑하려고 쓴 글 맞습니다. 그런데 ...참 행복했거든요. 살 힘이 생겼다면, 믿으시겠어요. 아주 작은 일들이었지만, 살다보면 날마다 날 다스려야 할 일들이 많은데...내가 날 위해주지 않으면 누가 날 위해주겠어요.
살고 싶어질 때 ..보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세요. 그들이 나에게 힘을 주었습니다. 내가 예전엔 얼마나 씩씩한 사람이었는지...다시 깨우쳐 주거나 또는 그들과 함께 나누었던 추억들이 나를 다시 씩씩하게 만들어줍니다.
내일은 또 3월 첫날이기도 합니다. 여름만 있다거나 겨울만 있다거나 하는 동네보다 네계절이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 지혜롭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봄이지요. 창문을 오래토록 열어둬도 일하는데 그리 춥지 않습니다. 조금 더 있으면 따듯한 바람이 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