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노랫말에

글쓴이 파란하늘

등록일 2003-12-07 17:39

조회수 2,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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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권의 노래가 어울리는 날입니다.
그의 노래에 봉우리란 노래가 있지요.
그 노랫말을 하나씩 새겨 들으면서 누군가와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어릴 때 마을에서 제일 커보이던 집이
크고 나니 초라한 기와집 한채였던 기억처럼
제일 높은 산봉우리인 줄 알고 낑낑대며 오르고 보니
더 많은 산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그런 기억들을...
이 노랫말 속에서 찾고 추억하면서...내 겨울도 갑니다.
한 친구가 따듯한 마음을 담아 내게 덤덤한 목소리로
하지만 관조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들려주는 듯한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봉우리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어
나한테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남진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거야
봉우리에 올라서 손을 흔드는 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 숨 잘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거기 부러진 나무등걸에
걸터 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놋자락을
이 아래서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을테니까 말이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같은 것이 저며올 때는
그럴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흘리며 걷는 여기 솦속에 좁게 난 길
높은 곳에 봉우리는 없는 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른 봉우리는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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