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코 이야기 |
글쓴이
소엽
등록일
2003-09-26 14:29
조회수
2,839
|
자동차 보험 갱신 기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럴 때면 여기저기에서 날아드는 안내서들...
몇 년 동안 한 곳에서만 계약했던 자동차 보험을 이번에는
바꾸려고 한다.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에서다.
요즘의 우리집 경제 형편을 따지자면 두 대나 있는 차를 다
처분하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남편 차는 타고 다녀야 하는 입장이니까
기름 값이 많이 들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내 티코는 팔아봐야
얼마 받지도 못 할 뿐더러, 여기에서는 수시로 필요하기 때문에
팔 수도 없다. 그러면서도 자동차 보험을 새로 들어야 할 이 무렵이 되면
은근히 티코를 바라본다.
이것저것 다 떠나서 티코는 단순히 자동차가 아니다. 내게 있어서 티코는
울집 귀여운 놈들을 아침마다 요 아래까지 태워다 주는 사랑스런 심부름꾼이며,
봉녕사에 갈 때도 태워주는 착실한 시중꾼 같다.
그리고 또한 티코는 한동안 그것을 타고 다녔던 막내 동생네 가족을 생각나게 한다.
구성읍에 있는 어느 아파트에서 한 일 년이나 살았나... 일 년 반 정도나 되나...
동생네 가족이 거기에서 살고 있을 때, 우리가 수지로 이사왔고, 수서에 있는
삼성병원에 아가를 데리고 다녀야 하는 그애가 운전을 막 배워서 차가 필요하던
때에 내가 티코를 빌려 주었다. 그때만 해도 할부금을 내어야 했던 때여서
어차피 차를 사면 돈이 들어갈 것이라 하면서 그애가 그것을 부담했다.
내 뜻은 그게 아니었지만, 결국은 댓가가 따르는 것이었다.
아가를 태우고 다니면서 운전석 옆 자리에 아기 의자를 놓느라 조수석의 안전벨트
잠그는 것을 거기에 맞게 고치는 바람에 지금도 티코의 조수석은 안전벨트를
매지 못 한다. 정비소에 가도 그 간단한 부속품이 없어서 갈지 못 하는 것이다.
티코를 탈 때마다 그게 눈에 띄어 늘 그애와 아기가 생각난다. 이제는 뛰어다녀야
할 나이인데도 아직도 제대로 앉지도 못 하는 아가... 그들은 지금은 체코의 어느
도시에서 살고 있다. 벌써 1년 반이 다 되어간다. 할 수 있다면 거기에서 오래 살고
싶다고 하면서.
지난 여름에 애들을 데리고 체코에 가려고 했지만, 경제 사정으로 포기했다.
내년에는 또 어떨는지 몰라도...
몇 주일 전에 티코 타고 다니면서 있었던 이야기를 동화로 써서 아는 선생님께 보였다.
읽은 소감과 고쳤으면 하는 부분에 친절하게 다시 고쳐서 쓴 글을 덧붙인 글을 메일로
보내오셨다. 티코를 주인공으로 하여서 써 보라는 말씀도 함께 있었다.
그 글을 여태도 고치지 못 하여 끙끙거리고 있다. 고쳐 써서 그 핑계로 일산에도
가려고 했는데, 그 선생님이 10월 2일에 서울로 이사하신다고 한다.
이래저래 티코는 사랑스러운 존재다.
그리하여 지금 뜨락에 얌전하게 서 있는 티코를 보러 베란다로 나간다.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글수(
36,8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