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글쓴이 유니

등록일 2003-09-24 20:14

조회수 2,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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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처럼 출근길에 전철을 탔다.
7시50분...출근시간치고는 늦은 시간이라서 자리가 있을줄 알았다.
다리가 아파서 앉고 싶었다. 이제나 저제나...
아...이 시간에 강남 출근으로는 늦은 시간이니 최소한 종로3가, 을지로 3가에서는
자리가 날줄 알았다.
꼬박 신사역까지 서서 왔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남자, 여자들은 전부 무직? 아님 자영업자? 아님...자유업?
깔끔하게 양복 입은 남자들을 보면서 문득, 서글펐다.
솔직히 정말로 실업자가 참 많은가 보다는 생각에 말이다.
그들도 날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겠지?
갈수록 실업자는 늘어나고, 그만큼 사람들은 각박해져가고 있다.
살기가 차암 힘들다.

(2)
신사역을 나서는데 계단에서 어떤 남자가 사람들을 향해서 무언가(전단지)를 건네준다.
아무도 받지를 않고 지나쳐가고, 그 남자는 내민 손을 거둘때마다 눈을 질끈 감고 위를
한번 쳐다보고, 또 다시 전단지를 내민다.
계단 아래서부터 그 남자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서글프다.
저 사람 이일이 첨 이구나.
수치심을 이겨보려고 나름대로 눈 한번 질끈 감고, 한숨 쉬고...또 다시 내밀고
나라도 받아가야겠다 싶어서 그 앞으로 다가가서 받았다.
도대체 무얼까? 꽃배달 서비스라는 멋진 전단지 였다.
저 남자도 이 시대의 사오정인가보다.

(3)
하루종일 자금 때문에 입이 다 부르텄다.
정 안되면 급전이라도 돌려야겠다고 결심하고, 어떤이에게 종일 전화를 걸었다.
벨이 여러번 울려도 받지 않을때마다, 얼른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사실은 그 사람이 받을까봐 겁이 났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남은 자존심으로 그 사람에게 돈 부탁은 하고 싶지 않았기에.
허나, 난 또 아침의 남자처럼 입술을 꼬옥 깨물고는 다시 돌리고 안받을때마다
다행이다 싶은 기분으로 얼른 끊고, 다시 걸고...
방금 전화가 왔다. 중요한 미팅이라서 전화를 서랍안에 두고 갔다고...
오늘 저녁엔 약속이 있다고, 모레면 안되겠냐고...
사실은 오늘 안으로 얼마라도 결정이 되어야 하는데...두달...두달을 넘기기가
너무 힘들다.

(4)
가끔은, 정말 성질 나는대로 퍼부어주고 싶지만...애꿎은 내 아이만 다쳤다.
어느새 밖은 네온으로 화려한데....
웬지 오늘은 이 사무실이 그래도 편하다.
그래...다시 일하자. 올 연말부터 귀인이 나타난다니까...버텨보는거얏!!!!
어쩜 힘든 내가 그보다 행복한거 아니겠어....
그래도 나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위해서 이렇게 뛰니까 말이다.
내가 살아가야할 이유와, 지켜주어야 할 사람들이 있으니까
행복은 누군가를 위해서 살아갈때에 "배"가 된다고 했으니까....ㅎㅎㅎㅎ

화이팅....오늘은 녀석을 안아주고...미안하다고 얘기해야지.
나하고 사느라 참 힘든 녀석인데....늘...마음이 따뜻하고 착한 녀석이라
언젠가 공부도 스스로 하겠지.
그래도 엄마 걱정하면서 운동하다가 다쳤다고 둘러대는 녀석에게
내가 늘...배운다.

이런날엔 마음 맞는 친구와 목청껏 목로주점이라도 부르고싶다.
불현듯, 떠나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않고, 생각지않고...
그렇게 푸욱 죽은듯이 자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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