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조카녀석을 만났다.
딸 둘을 낳고 멀찌감치 터울을 둬서 세상에 나온 녀석은
우리 오빠의 어렸을 적 별명인'우대감'을 고대로 물려받은 듯
점잖고 순한 녀석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7살난 조카녀석이 '채팅'을 한다는 것이다
'니가 글자를 알어?'
'그으럼'
'너, 독수리타법이지?'
'어, 그래도 잘 쳐'
'채팅하면 뭐라고 해?'
'안녕 그렇게 말해'
'그 담엔?'
'.... 바부야,,,그래'
푸헤헤헤
옆에서 듣고 있던 내 동생이 말했다
'누나, 저번때 영민이 채팅할때보니까 상대방이 몇살이냐고 물으니까
여덟살이라고 사기치더라'
푸헤헤헤
7살짜리도 채팅하는 세상 푸헤헤헤
차를 타고가면서 녀석을 데리고 놀았다
문제를 내고 푸는 <도전 골든벨> 을 했다
문학문제
콩쥐와 팥쥐중에서 마음씨가 나쁜 사람은 누구일까요?
생물문제
고래중에서 재주도 잘넘고 머리가 좋은 고래는 무엇일까요?
상식문제
우리나라 꽃은 무엇일까요?
팥쥐.돌고래,무궁화를 다 맞춘 녀석이 '고모 시시해 좀 더 어려운걸루 내줘'
라는 시건방을 떨었다
그으래? 알았다 그럼 역사문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장군은 누구일까요?
푸헤헤헤 건방진 녀석. 겨우 일곱살짜리가 말이야 말이야.
녀석은 머리를 갸웃갸웃 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음....이순신장군.
그럼 그렇지! 까불고있어!
옆에있던 내 딸이 문학문제를 냈다
'인어공주가 사람이 될때 마녀에게 준 것은?'
녀석은 고개를 푹숙이고 패배를 인정해버렸다
열살짜리 내 딸은 기고만장했다
'목소리 잖아 목소리'
녀석이 물었다.
'고모는 姓이 뭐야?"
'고모 성이 뭘까? 알아맞춰봐'
'음... 김?' (녀석의 엄마 성이 김씨다 ㅠㅠ)
'야 임마, 너랑 고모랑은 같은 성씨잖아!!!'
그러고보니 내아들과 내 딸과 나는 다른 성씨이다.
조카녀석과 나는 같은 성씨이다..
옆에있던 딸이 물었다.
'엄마, 우리 외할아버지 성은 뭐였어?'
켁.....ㅠㅠㅠㅠㅠ
고모에게 빠이빠이를 하고 먼길을 되짚어가는 내 조카녀석을 보면서
내 아이들에게서 느끼는 것과는 다른, 마음 짠한 애정을 느꼈다
저 녀석에게 울 아부지가 들어있고 울 오빠가 들어있고
늙은 내가 친정이라고 찾아갈 미래가 들어있구나..
머리가 하얗게 세고 지팡이를 짚은 기억에도 없는 친척할머니들이
가끔 오빠네집으로 와서 안방에 드러누워
'친정에 왔다'고 오물짝 웃으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돌아가신 집인데도 오빠가 있어서 '친정'이 되는
그것은 같은 성씨를 물려받았다는 핏줄의식 때문일까..
열네살먹은 똑똑하고 당찬 조카딸에게서는 느껴지지않는
친정이라는 의식이
일곱살먹은 조카녀석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내가 아직도 '장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