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게을러지고 생활에 찌들어 주말내 방구석에서 시체놀이와 빈대떡놀이를 하던 나에서 벗어나야겠다 굳게 맘먹고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처음 정한 전라도에서 맘을 바꾸어 충북을 다녀오기로 하구여.
오랫만에 떠나는 여행길은 즐거웠습니다.
조금은 막히고, 엉망인 표지판 덕에 길을 헤메기도 했지만 서울만 조금 벗어나도 틀려지는 공기 맛만으로도 황홀할 지경이었습니다.
안면도에 도착해 롯데오션캐슬이라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럴줄 알았지만, 빈방이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온 김에 유황해수사우나라도 즐겨야겠다 맘 먹고 3시간 남짓 온천욕을 즐겼습니다. 온천은 첨이라 머가 특이하게 좋은 건지는 솔직이 잘 모르겠습니다. 시설도 거의 동네 큰 찜질방이나 대중탕 수준이였구여.
옷장이나 신발장은 좀 최첨단이였습니다. ^^;;
개운하게 온천욕을 즐기고 나와보니, 정말 경관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음이 보였습니다. 바로 앞에 펼쳐진 꽃지 해수욕장에서는 꽤 많은 이들이 칠흙같이 어둔 밤하늘에 폭죽을 쏘아올리고, 근처 라이브카페에서 무명의 통기타가수가 불러주는 노래가 운치를 더했습니다. 바닷가 앞 조개구이 집에서 조개에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오랫만에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질퍽한 백사장을 폭죽을 휘돌리며 나 잡아봐라 ㅡㅡ;; 한 번 하고 폭죽 쓰고 바닷가에 이렇게 버리면 바다가 오염되고 맨발로 놀다가 남은 쇠붙이에 발이 다치겠다 등등의 굉장히 진지하고 진보적이며 거국적인(???) 얘기들을 나누었습니다.
나무와 풀과 바다로 둘러싸인 안면도는 정말 쉬러 오기 더없이 좋은 장소인 것같습니다. 콘도의 위치나 경관등이 이국적인데다 근처에 놀거리 먹거리등이 많아 조용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무엇보다 그 맑은 공기가 머리까지 상쾌하게 만들어줍니다.
다음에는 꼭 이 곳을 예약해서 숙박까지 하고 둘이만 이용할 수 있는 사우나를 예약해 오기로 굳게 약속하고 개심사로 향했습니다.
종교는 기독교인데, 늘 놀러가면 가는 곳이 절이니...--;;
기도발이 받을리가 만무합니다.
암튼 여태 많은 절을 봤지만, 개인적으로 이 곳의 절이 제일 인상깊었습니다.
작지만 정말 옛스럽고 운치가 있었습니다.
대웅전 앞뜨락에 작은 정원이 있고 거기에 아직 몽우리만 맺혀있는 나무들이 감싸고 있는데, 조금 늦게 와서 벚꽃과 목련등의 온갖 나무들이 피어났을 때 왔더라면 더 좋았을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내려다본 풍경 또한 절경이었습니다.
벚꽃나무들이 아래 산자락에 융단처럼 깔려있는데, 아직 피진 않았어도 지금 이 자체만으로도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 했습니다. 만약 벚꽃이 만발한 개심사에 다시 오른다면 그 황홀함에 뛰어내리게 되진 않을가 염려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개심사까지 가는 길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저수지를 낀 삼화목장을 돌아 온다는 것입니다.
낮고 둥근 구릉들이 사방을 감싸고, 그 안에는 저수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를 돌아 가면 개심사를 만날 수가 있습니다.
이정표가 생각보다 엉망이지만, 비록 헤메었을 지언정 휑한 들판에 소들이 뛰어노는 모습들이 그려질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답니다.
마지막으로 서산마애삼존불에 들렸습니다.
여태 본 부처님의 모습 중 가장 통통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이였습니다.
소개문에는 백제시대 예술 풍을 엿볼 수 있는 특유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이라 표현하더군여. ^^a;;
그걸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든 쓸데없는 생각은 학창시절 백제시대 예술품의 특징은 온화하며 부드럽고.... 대신 고구려 백제 신라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준비해서 보여주고 차이점을 토론해보고 그랬더라면 굳이 외우지 않아도 이론상으로 암기하고 있지 않아도 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였습니다. 그것에 대해 열변을 토했더니, 옆사람은 반응이 없드만여...^^;;;
전 충청도를 참 좋아합니다.
부드러운 곡선의 산을 보면 내가 뛰어내리면 살포시 안아 줄 것 같은 느낌이 좋습니다.
둥근 산이 둘러진 안에 마을이 자리잡고 있는 풍경들은 마치 동화 속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켜 줍니다.
언제나 갈 때마다 참 따스한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다음엔 무주리조트를 가려고 예약해 놓았습니다.
무주리조트가 외국처럼 콘도를 지어놓았다고 가고싶다고 난리여서 말입니다.
멀다고 버티고 있지만, 사람이 많더라도 꼭 매화 축제와 매실축제에 가볼 생각입니다.
갔다와서 또 남겨드리지여.
모두들 즐거운 한 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