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메세지로 사랑 한방 쏴봐!

글쓴이 샤샤샥

등록일 2003-02-09 10:19

조회수 3,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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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볼 것 못 볼 것 다 본 부부 사이라고 축 늘어진 러닝셔츠 바람으로 남편을 배웅하고 들어와 문득 거울을 보니 머리는 금방이라도 까치가 제 집인 줄 알고 찾아들 만큼 부스스하다. 요즘 들어 부쩍 무허가로 난립하는 시커먼 기미까지... 내가 보아도 정말 거울속에 낯선 중년 아줌마의 얼굴은 한 마디로 맛이 가보였고 매력의 유통기한이 지나도 한참이 지나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저래서 그런지 가뜩이나 말이 없는 남편은 요즘 들어 부쩍 말수가 적어졌다. 나 또한 '흥, 이 나이에 내가 당신 앞에서 애교 떨랴' 싶어 뒤뚱맞게 응수하다보니 별일이 없었음에도 우리 부부는 꼭 싸운 사람들 같았다.
아침에 남편이 부스스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면 '응, 씻나보다' 하고 욕실 앞에 러닝셔츠, 팬티 놔두면 되고 옷 다입고 나와 현관 앞에 서서 오른손 내밀면 구두 주걱, 왼손 내밀면 서류가방, 다시 오른손 들면 잘 갔다 오겠다는 인사인데 뭔 말이 필요하냐고요.
그런데 사람 참 이상하죠. 남편이 출근할 때 입에 발린 말이라도 한 마디 하고 간 날하고 그렇지 않은 날 하고는 기분이 완전히 다르더라 이겁니다.
20년 가까이 똑같은 남자와 이렇게 살았음에도 말없이 나간 날은 웬지 햇빛 못 받은 관엽식물 마냥 시들시들하니 기분이 꿀꿀하고 하루 종일 뭘 해도 힘이 안 나는 거있죠.
우리 두 사람 옛날에 연애할 때도 그렇게 말이 없고 애정 표현이 없었냐고요? 천만에요. 말도 마세요. 그때는 밤새 명동 거리를 쏘다니다 겨우 막차를 타고 집에 와서는 또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버지 몰래 밤새 전화로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기 바빴죠. 그저 틈만 나면 날 호주머니 속에 쏘옥 넣어 가지고 다니고 싶을 정도롤 사랑스럽다는 둥 안고 싶다는 둥 정말 그 사람은 유치찬란하고 닭살스런 멘트 전문이었죠. 저 역시도 아이, 몰라, 몰라 하며 콧소리 내기 바빴고요.
그런데 결혼해서 살다보니 부부간에 대화는 커녕 날 부르는 존칭마저도 결혼 연수에 따라 달라지더라고요.
처음에는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부르더니 아이 태어나니까 진이 엄마, 그 다음에는 이봐! 그것도 모자라 요즘엔 말 대신 입속에 혀로 '롱롱롱' 해가며 동네 강아지 워리 부르듯 그러네요.
그런데요, 사실 저도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갑자기 얼굴 바꿔 애교 떨고, 예쁜 잠옷 입고 설쳐대면 심장 나쁜 우리 남편 기절할까봐 고민고민하다 생각해낸게 죽은 척 잠만 자고 있는 휴대폰을 이용해서 문자를 보내는 거였습니다.
"자갸! 힘들지? 당신 좋아하는 동태찌개 했당. 쐬주? 당근이지. 빨리 와. 음, 쪽쪽쪽!" 라든지
"자기랑, 처음 만난 은행잎이 쫙 깔린 덕수궁, 그 때가 그립다!" 라던지
"나 목욕했어용. 빨리 오세용...우우우~"라는 에로틱한 문자 메세지까지.
결과는 상상외로 좋았습니다.
그 후 무뚝뚝하던 남편과 나는 눈만 마주쳐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보기만 해도 그냥 온 몸에 전기가 찌르르 흐르는 겁니다. 생각해보니 부부지간에 자존심은 뭐고, 누가 먼저 사랑한다고 옆구리 찌르면 어떻습니까. 누군가 그랬죠? 연애는 그들만의 소설이고 결혼은 그들만의 역사라고..
기왕이면 부부지간에 대화 많이 해서 행복한 소설, 행복한 우리만의 역사를 많이 써 가는게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엄마 아빠가 마주 앉기만 하면 하하 호호거리니 컸다고 방안에만 들어앉아 있던 딸들도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나 싶어 자꾸 거실을 기웃거리니 자연히 아이들과 대화할 기회도 많아지고 너무 좋은거 있죠.
음, 오늘은 또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무슨 문자 메시지로 사랑을 전하나 즐거운 고민 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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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화장실에서 뭔가를 읽는 습관이 있습니다.
심지어 콘도 놀러가 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읽을 게 없으면 콘도 소개 메뉴판이라도 들고 들어간답니다. ^^;;
책 한 권을 들고 들어가면 마냥 앉아 있는 탓에 ^^; 요즘은 여성시대 책자나 비디오 가이드 또는 홈쇼핑 카달로그등을 이용합니다.
두 어달 지난 것 같은 여성시대 사연을 읽다 올려봤습니다.
요즘 인삿말이 "대박 ! 인생 역전 하십시요" 라고들 하더군요.
모두들 대박만을 꿈꾸는 세상에 저런 소박한 생각과 마음 가짐으로 행복을 일구는 모습을 보니 마음까지 따스해 지는 느낌입니다.
음....
저도 오늘 오랫만에 편지 좀 써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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