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0대의 깡마르고 투명한 피부와 날카로우면서도 웃음띤...
결코 평범하지도, 그리고 삶마저 독특한 이를 만났습니다.
그녀가 커피가 맛있는 집만 있다면 대학로에 놀러올 수 있다는 말을 했을 때..
저는 어떻게 대학로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를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원이 생긴 겁니다. 그 양반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나는 그녀를 보면서 나이 먹어가는 일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꼭 아름답게 늙어야 하겠다는 생각때문에, 또는 내가 어떤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있을거라는 기대 때문에..그런 것은 아닙니다.
50이 되어도 꿈꿀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면
충분히 더 아름다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가끔 우리가 사람을 만날 때,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습니다.
내가 만난 사람이 얼굴이 예뼜다거나 멋스러웠기 때문은 아닙니다.
사람을 편하게 해주고 즐겁게 해주고 소리 나게 웃을 수 있게 해주는 사람...
그 양반이 "당신은 참 착한 사람이야."라고 말했을 때...
저는 착하게 살고 싶다던 제 꿈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남들은 모르지만 당신은 참 독특한 사람이야."라고 말해주었을 때...
내겐 정말 나만의 독특함이 있었던 것 같고, 그 독특함을
알아주는 그가 고마웠고 격려해주고 위로해주는 힘을 갖고 있는 ...
그런 그 양반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오늘 나눈 이야기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고, 일에 대한 것, 그리고 꿈과 좌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잃어버렸는지 포기해버렸는지 ..저도 잘 모르고 애써 외면하지만
오래전에 꿈 하나를 갖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작은 힘이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어설프고 오만하기 짝이 없는 꿈 하나를 갖고 있었습니다.
얼마전에..끝난 대망이란 드라마에서 둘째 아들 재영이 그럽니다.
자기는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도와주고 싶은데,
오히려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짐이 되고..그래서..다시는
그런 꿈을 꾸고 싶지 않다고..
그때 그 장면에서 사실 나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거든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잔뜩 무슨 계획을 세우고
꿈에 부풀고, 약속을 해놓고선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곤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고, 그런 자신에게 스스로 느끼는 실망에 대한
좌절감. 나중엔 왜 나는 주제넘게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도 끄지 못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제 자신이 웃겨 보이고 초라해보여 견딜 수가 없게 되었는데..
재영이가...바보처럼 어눌하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전, 그 꿈을 언젠가부터 접기 시작했습니다.
내겐 너무 거창한 꿈이라 하나둘씩 포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전유성이 조금만 더 비겁해지면 세상이 즐거워진다고 했나요.
편해진다고 했나요.
나 역시, 내 안의 모든 짐들을 벗어버리자 했었는데..
오늘, 다시...그 분과 이야기하면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어떤 좌절을 다시 맛보고 싶지는 않아...
밑바닥까지 내려가고 싶지 않아
꼭 닫아두고 싶었던 내 마음이 조금씩 열렸습니다.
다시, 한때는 스스로 참 예쁜 꿈이지 않니..라고 반문했던
그런 예쁜 꿈을 다시 꾸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더 열심히 살아야겠지요.
똑 같은 실망과 좌절을 맛보지 않으려면요.
내 스스로 열심히 살지 않는다면 정말로 헛된 꿈이 되고 말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