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고 길을 나서면 웬지 허무해집니다.
터덜터덜...
웬지 모를 울적한 기분도 달랠겸, 작년 이 맘때 한 집에서 동거하던 친구녀석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젠 낯설게도 느껴지는 수유역을 걸어 늘 찾던 이젠 조금 낯설어진 밥집에서 밥을 먹고, 즐겨찾던 bar에서 맥주 한 잔을 했습니다.
친구녀석이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헬스를 다닌다고 하는군여.
저녁을 굶어야만이 그 효과가 배가 될 것이라 믿고 유난히 주린 배를 부여잡고 잠자리에 들었답니다.
아침에 꼭 일어나서 밥을 먹어야지 생각하며...
실컷잤다 싶어 무엇보다 배가 고파 밥을 먹을 수 있단 즐거운 상상을 하며 눈을 떴답니다.
행복한 맘에 들여다 본 핸드폰 시계는 새벽 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더랍니다.
ㅡㅡ;
낙심한 녀석 다시 잠자리에 들었고, 그 후 1시간마다 깨었다 잠들기를 반복하여 결국 5시30분에 그토록 바라던 밥을 먹고 출근했다고 하네여.
오랫만에 참 많이 웃어봤습니다.
언제나 친구의 삶은 한 편의 시트콤 같습니다.
배가고파서 1시간마다 잠을 깼다는 친구.
그 애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 아이의 모션과 평소 기질을 떠올리며 저 처럼 즐거운 웃음을 지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맥주 반 잔의 위력인지 잠이 쏟아집니다.
맥주로 마무리된 저녁은 든든해서 배가 고파 중간에 깨어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볼 일보러 선잠을 자게 될까 염려스럽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