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늦잠을 자고 나서..아예 주저 앉아서 심숭생숭한 마음으로 전화통화를 했는데, 그이가 ...마지막에 제게 "말이 정말 빠른데 알고 있어요? 항상 바쁘니깐 그렇겠지만 올해부터는 말을 천천히 차분하게 하는 습관을 기르세요. 제 올해 선물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분명히 충고인데, 게다가 선물로 받은 충고이니.....무조건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가 받은 선물 멋지죠.
그렇게 집을 나서서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택시를 탔습니다.(점심식사 시간에 늦을까봐..연초에 택시타는 걸 자제해야 겠다는 계획은 전혀 기억속에 없는 듯이...생각없이 또 택시를 탔습니다.) 기사 아저씨가 그가 어떤 길로 가는게 좋으냐고 물었을 때도...전 아무 생각없이...건성으로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도로가 많이 밀렸습니다. 그런데 그가 아주 서로 잘 알고 있는 듯한 사람들끼리 나누는 말처럼, 또는 친구에게 하는 말처럼..."예전엔..여기에 전동차가 다녔지요. 한가운데로 전동차가 다니고 겨울에 이 양쪽으로 빙판이 지면 우리들은 여기서 썰매를 탔는데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죠."그렇게 말했습니다.
...서울 토박이가 아니래서 생경스러울 수도 있었던 얘기였을까요. 서울 한복판에서 그런 추억이 있었다고 말해준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것도 있었지만...작은 택시안에서 자신의 어린 추억을 그것도 문득 생각난다는 듯이 말하는 사람의 뒷모습이 제겐 아주 정말로...특별했습니다.
...낮고 따듯한 목소리는 뒤에서도 그가 수줍은 듯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 시절엔 그렇게 즐겁고 재밌을 수가 없었지요. 썰매도 타고 자치기도 하고 말타기도 하고...그냥 그 자체가 즐거운 놀이였어요. 다들 순박하고 착했는데..요즘 사람들은 너무 복잡한 것 같아요."
조용조용...차분하게 자신의 추억을 끄집어 내서 내게 보여주기 시작했을 때..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한 나이드신 분의 뒷모습에 반해버렸습니다.
사실 잘 모르겠어요. 어떤게 내게 감동에 가까운 마음을 갖게 했는지. 이야기 내용이었는지, 그런 말을 하는 사람때문이었는지...그리고 그 차안에 손 때가 묻어서 닳고 낡은 성경책 한권이 있었는데 그 성경책 때문이었는지.
그 택시를 타기 전에...만난 이도 역시 절 행복하게 해주었지요. "이게 제가 쓰던 책상이니 꼭 이걸 쓰세요."라고 말했는데 그 말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던 그 애정도...절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늘 이 세사람때문에 저는 아침 일찍 제 마음을 어지럽히던 문제를 잊을 수 있었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